박근혜 전 대통령 ⓒ천지일보 DB
박근혜 전 대통령 ⓒ천지일보 DB

국정농단·국정원특활비 혐의

 

공직선거법 따른 뇌물죄 분리

국고손실죄 등은 형 증가 요인

 

강요·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대법 엄격 적용으로 감경 요인

 

法, 강요·직권남용 무죄 판단

“정치적 파산 및 나이 고려”

“국정농단 후유증 회복 안 돼”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국정농단’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법원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형이 늘어날 부분과 줄어들 부분이 모두 존재한 가운데 법원의 판단은 형량 10년 감경이었다.

서울고법 형사6부(오석준 이정환 정수진 부장판사)는 10일 박 전 대통령의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에 징역 5년, 남은 혐의에 대해선 징역 25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파기환송 전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5년, 벌금 200억원, 국정원 특활비 사건으로 징역 5년과 추징금 27억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총 30년이다. 파기환송심에서 형량이 10년이나 준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천지일보DB
박근혜 전 대통령. ⓒ천지일보DB

재판부는 “대통령으로서 헌법상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범행을 저질러 국정에 커다란 혼란이 연출됐다”며 “정치권은 물론 국민 전체에 여러 분열과 갈등이 격화했고, 그로 인한 후유증과 상처가 지금도 회복되지 않았다. 피고인이 죄에 상응하는 중한 처벌을 받는 것을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이 개인적으로 취득한 이득액은 별로 없다는 점, 이 사건으로 정치적으로 파산 선고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점 등을 감안해서 양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애초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과 국정원 특활비 각각의 사건에 대해 대법원에서 모두 파기환송하면서 더 많은 혐의를 인정해 형이 늘어나리라 전망됐다.

먼저 지난해 8월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그 재임 중의 직무와 관련해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뇌물혐의에 규정된 죄를 범한 경우에는 그에 속하는 죄와 다른 죄에 대해 분리 선고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분리 선고를 하지 않았으므로 위법하다”며 국정농단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공직자의 뇌물죄는 선거권 및 피선거권 제한과 관련되기 때문에 반드시 분리해 선고해야 한다는 취지다. 범죄 혐의가 분리 선고된다면 형량이 더해질 확률이 높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 형량도 늘어날 것이라 분석됐다.

국정원 특활비 사건에서도 2심의 판단을 뒤집고 국정원장이 특활비 집행 과정에서 사용처나 지급 시기, 금액 등을 확정하고, 실제 지출하도록 하는 등 회계관리직원이 맞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가법상 국고손실죄는 회계관계직원이 국고에 손실을 입힐 것을 알면서 직무 관련 횡령죄를 범하면 가중 처벌하도록 하기에 이 역시 박 전 대통령의 형이 늘어날 요인으로 분류됐다.

‘블랙리스트’ 혐의자들. 왼쪽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천지일보 2018.1.23
‘블랙리스트’ 혐의자들. 왼쪽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천지일보 2018.1.23

다만 그 이후 올해 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를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블랙리스트 사건도 국정농단 사건의 일부였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에 대한 대법원 판례도 새로 나온 만큼 박 전 대통령 파기환송심 재판부도 이에 대한 심리를 진행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의 강요죄와 직권남용 관련 혐의가 무죄로 뒤집혔다. 화이트리스트 등 관련 일부 혐의도 무죄가 됐다.

다만 국정원 특활비 관련 국고손실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뇌물 혐의에 대해선 이병호 전 국정원장에게 받은 특활비 2억원만 뇌물로 인정하고 나머진 인정하지 않았다.

우선 뇌물죄가 인정되지 않은 다른 특활비는 횡령한 돈을 내부적으로 분배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병호 전 원장의 경우 박 전 대통령이 2016년 9월 국정원 돈 교부 중단을 지시했음에도 자발적으로 특활비를 건넸다는 점에서 기존과 다른 직무집행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이번 재판에도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그는 2017년 10월부터 모든 재판에 불참하고 있다. 당시 국정농단 재판에서 구속 기간 연장과 관련해 불만을 제기하면서다.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12월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7.12.14ⓒ천지일보 2017.12.14
‘비선실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가 12월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7.12.14ⓒ천지일보 2017.12.14

박 전 대통령은 비선실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와 함께 대기업들에게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강요하고, 삼성으로부터 최씨의 딸 정유라(23)씨 승마지원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2017년 4월 기소됐다.

1심은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2심은 여기에 뇌물 혐의를 더 추가해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파기환송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또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3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이재만·안봉근·정호성 비서관 등 3명과 공모해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국정원 특활비 총 36억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도 기소됐다.

1심은 국고손실 혐의를 유죄로, 뇌물 혐의를 무죄로 보고 징역 6년에 추징금 33억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국원장이 회계관리직원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국고손실 혐의 대신 업무상 횡령 혐의로 보고 징역 5년에 추징금 27억원을 선고했다.

이 사건 역시 대법원이 파기환송했다. 국정원장이 회계관리직원이 맞는다는 이유에서였다.

한편 최서원씨는 지난달 대법원 재상고심에서 징역 18년에 벌금 200억원, 추징금 63억여원을 확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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