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천지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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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의 한 의과대학 창고에 연구용으로 기증된 시신 수천구가 마구잡이로 방치돼 부패하고 쥐가 파먹는 일이 벌어져 프랑스 사법부가 기소 준비 절차에 착수했다.

파리 검찰청은 9일(현지시간) 데카르트 의대 시신기증센터(CDC)에서 연구용 시신들이 방치된 사건에 대해 법원이 예심 개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고 AFP통신 등 프랑스 언론이 전했다.

사건을 배당받은 수사 판사들은 대학 측과 CDC 관리자들을 상대로 다수의 연구용 시신을 부패하도록 방치하고 관리를 소홀히 한 배경을 조사할 방침이다.

프랑스 형사소송법상 예심은 중요 형사사건의 기소 직전의 단계로, 향후 정식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질 요건을 갖췄는지를 수사 판사들이 미리 검토하는 절차다. 형사사건의 예심 개시 결정이 내려지면, 상당수가 기소와 유죄 판결로 이어진다.

데카르트 의대의 연구용 시신 방치 사건은 작년 11월 주간지 렉스프레스의 보도로 처음 전모가 드러났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데카르트 의대 CDC에 기증된 의학 연구용 시신이 센터의 창고에서 절단되고 부패한 채 쓰레기 봉지에 담겨 보관되는 등 관리 상태가 지극히 불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창고에 보관된 시신 수천구의 다수가 머리 부분이 절단되고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채 마구잡이로 구석에 쌓여 있었고, 일부 시신은 쥐들이 여기저기 파먹은 채 쓰레기 봉지에 담겨 있었다고 렉스프레스는 전했다.

이 보도 이후 데카르트 의대 측은 자체 진상조사에 나섰고, 가족의 시신을 연구용으로 써달라며 CDC에 기증한 유족 다수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프랑스 정부는 해당 센터를 폐쇄하고 지난 6월 대학 측에 연구용 시신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심각한 윤리적 문제를 일으킨 책임이 있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내놨다.

1953년 문을 연 파리 데카르트 의대 시신기증센터는 유럽의 비슷한 성격의 의료연구기관 가운데 최대 규모로, 매년 의대생의 해부학 실습과 의학 연구용 시신 수백 구를 기증받는다.

(파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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