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지만 괜찮아 포스터(출처: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포스터(출처: tvN)

애니메이션 기법 등 연출 돋보여

동화를 통해 주인공 내면 그려내

새로운 형태의 ‘욕망’ 여주인공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문강태. 나 주라. 자꾸 탐이 나. 예뻐서.”

예뻐서 탐이 난단다. 그래서 갖고 싶다고 한다. 이 애정의 대상은 물건이 아닌 사람. 사람을 향해 탐나서 갖고 싶다는 이 말을 쉽게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하지만 여기 좋아하는 것은 거침없이 탐내고 싫어하는 것은 야멸차게 표현하는 여자 주인공이 있다. 바로 tvN 주말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고문영(서예지)이다.

지난달 20일부터 방영 중인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한류배우 김수현의 군대 복귀작으로 방영 전부터 눈길을 끌었고 방영 후에는 독특한 연출과 대사, 선정적인 표현으로 논란도 있는 화제작이다. tvN과 넷플릭스에서 동시 방영 중인 이 작품은 넷플릭스가 매일 발표하는 ‘오늘 한국의 톱10 콘텐츠’에서 줄곧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과연 이 드라마의 매력은 무엇일까.

사이코지만 괜찮아 1회에서 연출된 동화 장면(출처: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1회에서 연출된 동화 장면(출처: tvN)

◆지혜로운 연출 그리고 동화

먼저 연출이 눈에 띈다. 1회에서 동화 내용을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밝고 따뜻하기 보다는 음울하고 어두운 느낌의 내용으로 주인공 고문영(서예지)과 문강태(김수현)의 어린 시절을 담고 있다. 동화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부분은 전혀 이질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출돼 호평을 받았다. 특히 문영이의 극중 직업이 동화작가이기에 이 연출은 더 돋보였다.

거기다 자폐 스펙트럼(ASD)을 가진 강태의 형 상태(오정세)가 상상을 하는 장면에서도 애니메이션 기법을 넣어 이해가 쉽도록 도와준다. 물론 여태껏 드라마 속에 CG기법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이질감을 느끼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물 흐르는 듯이 자연스럽게 연출이 돼 이질감보다는 더욱 이해도를 높이는 용도로 사용됐다.

이에 시청자들은 “자폐를 앓고 있는 사람의 생각을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상태의 마음이 조금 더 전달이 잘 됐다”고 호평했다. 이러한 기법은 무거운 주제를 안고 있는 드라마임에도 조금은 가볍게 분위기를 풀어내는데 용이했고 캐릭터의 특성을 더욱 잘 살려주는 하나의 장치가 됐다.

그리고 극중에 등장하는 동화도 드라마를 이해하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한다. 드라마를 쓰고 있는 조용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극 중 고문영이 쓰는 동화가 제가 이 드라마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라며 “조금 다른 사람들, 마음이 아픈 사람들, 어른인데 다 자라지 못한 사람들 모두에게 동화를 읽는 어린이들에게 말해주듯 괜찮다고, 사랑이 필요하다고, 조금만 따뜻하게 바라봐주면 좋겠다는 마음을 문영이 쓰는 동화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4일에 방영된 사이코지만 괜찮아 5회에서 고문영의 욕망을 보이는 장면(출처: tvN)
지난 4일에 방영된 사이코지만 괜찮아 5회에서 고문영의 욕망을 보이는 장면(출처: tvN)

◆욕망의 아이콘, 고문영

이 드라마의 가장 큰 특이점은 ‘고문영’이라는 캐릭터다. 최근 드라마에서 보면 캔디·신데렐라 여자주인공은 거의 없어지고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여성들이 많이 그려지고 있다. 하지만 고문영은 그것을 더욱 넘어서서 자신의 욕망을 거리낌 없이 표현한다. 강태를 향해 “예뻐서 탐난다”며 “내 눈에 예쁘면 탐나는 거고 탐나면 가져야지”라고 아주 직설적이면서 전혀 부끄러움 없이 표현한다.

지난 4일 5회에서는 강태가 비를 맞고 있는 문영을 데리고 모텔로 향한다. 문영은 모텔을 보면서 강태에게 “제법인데?”라고 말하자 오히려 강태가 더 부끄러워하는 듯한 모션을 취한다. 이 외에도 문영은 옷 갈아입기 위해 상의 탈의한 강태를 향해 “와우!”라고 외치며 강태의 몸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이처럼 문영의 캐릭터는 여태껏 보지 못했던 여자주인공이다. 게다가 이를 연기하는 서예지의 저음의 허스키한 보이스는 대사를 더욱 매력 있게 만든다. 이를 두고 “세상에 이런 여주인공은 없었다” “언니 제가 저주의 성에 들어갈게요. 저를 키워주세요” 등 열렬한 환호를 보내고 있다. 특이점은 이런 댓글을 다는 대부분이 여자 시청자라는 것이다.

어떤 시청자는 “그동안 불쌍하고 가난한 여주인공과 돈 많고 싸가지는 없지만 능력 많은 남주가 드라마에 나왔을 때 남자들이 얼마나 희열을 느꼈을지 알 것 같았다. 고문영이 문강태 뺨 부은 거 보고 ‘어떤 새끼야’ 하는데 너무 멋있고 뿌듯했다”라고 말했다. 아마 이 시청자의 멘트 한마디로 요즘 드라마 트랜드를 알 수 있는 것 아닐까. 더 이상 수동적인 여자주인공은 시청자들에게 매력이 없어진 것이다.

드라마가 시작되면서 ‘선정성’ 논란이 터졌다. 앞서 말했듯 문영이 상의 탈의한 강태를 만지려고 하거나 “나랑 한 번 잘래?”라고 하는 등 성희롱적인 대사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시청자들은 성적 불쾌감을 줄 수 있는 대사라고 지적하며 방송통신위원회에 민원을 접수했다. 그리고 ‘정신병’과 ‘동화’라는 조합이 시청자에게 어렵게 다가갔다. 이는 시청률에서 알 수 있는데 1회에서는 6.1%로 선전했지만 2회에서는 4.7%로 뚝 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지난 5일 6회에서는 정서적 학대를 받고 자란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그려지면서 지금의 성격이 왜 저렇게 됐는지 시청자들을 설득 시켰고 로맨스도 한 단계 더 발전하면서 기대감을 안겼다. 아직 시청률에서는 아쉽긴 하지만 넷플릭스에서 꽤 선전 중인데다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지면서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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