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 의원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1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천지일보 2019.10.17

검언유착 의혹 수사지휘 두고

추미애 장관과 일주일 간 대립

지휘 사실상 수용하며 후퇴

검사장 의견 모았지만 성과 못내

검찰 내부 갈등도 일부 남아

검사장 신임+외부 지지는 소득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관련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 갈등은 일단 윤 총장의 후퇴로 일단락 됐다. 이 과정에서 윤 총장은 ‘투항’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상처를 입었지만, 얻은 것도 많다는 관측도 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은 전날 “수사지휘권 박탈은 형성적 처분으로서 쟁송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지휘권 상실이라는 상태가 발생한다”며 “채널A 사건 관련 결과적으로 서울중앙지검이 자체 수사하게 됐다”고 밝혔다. 추 장관이 전날 ‘데드라인’으로 설정한 이날 오전 10시에 한시간 남짓 남은 시간에 장관의 지휘 수용을 발표한 것이다.

결과적이라고 단서를 단 것은 추 장관의 지휘를 피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대로 이행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2일 추 장관은 대검에 진행 중인 전문수사자문단 심의 절차를 중단하고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정진웅 부장검사)는 독립적으로 수사한 뒤 수사 결과만을 윤 총장에게 보고하라고 수사지휘한 바 있다.

일주일 동안 윤 총장은 추 장관 수사지휘의 부당함을 알리고 상황을 바꾸려 애썼다. 4일 전국 검사장 회의를 열고 검사장들의 의견을 수렴해 6일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추 장관은 강경하게 선을 그으며 윤 총장의 퇴로를 줄여 갔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를 두고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3일 전국 검사장 회의가 열렸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회의 결과를 오는 6일까지 보고 받고 최종 입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천지일보 2020.7.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를 두고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3일 전국 검사장 회의가 열렸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회의 결과를 오는 6일까지 보고 받고 최종 입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천지일보 2020.7.5

상황을 면하기 위한 방법으로 ‘제3의 특임검사’에 대한 논의가 나오자 추 장관은 “일각에서 주장되는 수사팀 교체나 제3의 특임검사 주장은 이미 때늦은 주장”이라며 “제3의 특임검사 주장은 장관의 지시에 반하는 것”이라고 못을 박은 바 있다.

검사장 회의 결과가 나온 6일엔 “좌고우면하지 말고 장관의 지휘 사항을 문언대로 신속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7일엔 “9일 오전 10시까지 하루 더 기다리겠다”며 ‘데드라인’까지 제시하면서 윤 총장을 압박했다.

다음날 윤 총장은 김영대 서울고검장을 팀장으로 하는 독립적인 수사본부를 건의했으나, 이마저도 추 장관은 약 2시간 만에 거부했다.

결국 이런저런 시도가 다 무위로 돌아간 윤 총장은 ‘결과적으로’라는 표현을 쓰며 추 장관의 지휘로 총장이 더는 할 일이 없음을 공표하며 사실상의 ‘투항’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윤 총장의 리더십이 상처를 입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전국 검사장 회의까지 하며 검사장들의 신임을 모았으나 결과적으론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다.

이번 논란에 대해 현직 검사들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등 검찰 조직의 혼란을 일으켰다는 지적도 있다.

대검 과장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검찰 내부망에서 논쟁을 벌이는 등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수사 담당자인 정진웅 형사1부장이 지난 7일 “다수의 중요 증거를 확보해 실체적 진실에 상당 부분 접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히자 이튿날 박영진 대검 형사1과장은 “대검 부장회의의 사안 설명 요청에는 응하지 않으면서 수사 진행 중에 수사상황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에 대해서는 깊은 아쉬움을 표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현직 검사 중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를 두고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3일 전국 검사장 회의가 열렸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회의 결과를 오는 6일까지 보고 받고 최종 입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기가 펄럭이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0.7.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를 두고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3일 전국 검사장 회의가 열렸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회의 결과를 오는 6일까지 보고 받고 최종 입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기가 펄럭이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0.7.5

하지만 윤 총장이 얻은 것도 있다는 해석이 있다.

먼저 검사장들의 지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비록 검사장 회의 결과가 반영되진 않았지만 “본 건이 직을 걸 상황이 아니다”라는 결론은 윤 총장이 남은 임기를 마치는 데엔 큰 힘이 될 전망이다.

향후에도 검언유착 관련 수사는 이어지면서 윤 총장에게 부담이 되겠지만, 윤 총장의 자리까지 흔드는 데엔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또 추 장관의 갈등을 통해 윤 총장은 국민적인 지지율도 오르며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대선후보’라는 기틀을 닦았다는 평가다.

실제 지난달 30일 윤 총장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이 10.1%의 지지를 받아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앞선 후보는 1위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30.8%), 2위 이재명 경기도지사(15.6%)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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