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천지일보 DB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천지일보 DB

대검 “총장 지휘권 상실… 중앙지검 자체 수사” 발표

그러면서도 ‘국정원 댓글수사’ 등 언급하며 불만 표출

법무부, 대검 입장 하나하나 반박하며 기싸움 이어져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채널A 사건’을 두고 일주일 간 지속됐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윤 총장의 후퇴로 끝났다. 상황은 정리됐지만 양 측의 깊은 감정의 골만 확인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 같은 충돌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대검은 9일 오전 “수사지휘권 박탈은 형성적 처분으로서 쟁송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지휘권 상실이라는 상태가 발생한다”며 “채널A 사건 관련 결과적으로 서울중앙지검이 자체 수사하게 됐다”고 밝혔다. 추 장관이 전날 ‘데드라인’으로 설정한 이날 오전 10시에 한시간 남짓 남은 시간에 장관의 지휘 수용을 발표한 것이다.

다만 대검은 적극적인 수용 의사를 드러내진 않았다. 결과적이라고 단서를 단 것은 추 장관의 지휘를 피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대로 이행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결과적이라고 표현했어도 윤 총장이 지휘권 상실 상태라는 점, 서울중앙지검이 자체 수사한다는 점은 추 장관이 지난 2일 수사지휘한 것과 다르지 않다.

앞서 추 장관은 대검에 진행 중인 전문수사자문단 심의 절차를 중단하고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정진웅 부장검사)는 독립적으로 수사한 뒤 수사 결과만을 윤 총장에게 보고하라고 수사지휘한 바 있다.

대검의 발표가 있은 직후 추 장관은 “만시지탄”이라면서도 “이제라도 장관의 지시에 따라 수사 공정성 회복을 위해 검찰총장 스스로 지휘를 회피하고 채널A 강요미수 사건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결정한 것은 공정한 수사를 바라는 국민의 바람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를 두고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3일 전국 검사장 회의가 열렸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회의 결과를 오는 6일까지 보고 받고 최종 입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사진=다중노출) ⓒ천지일보 2020.7.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를 두고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3일 전국 검사장 회의가 열렸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회의 결과를 오는 6일까지 보고 받고 최종 입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사진=다중노출) ⓒ천지일보 2020.7.5

이대로만 끝났다면 갈등이 봉합됐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한쪽이 입장을 내면 다른 쪽이 곧바로 반박 입장을 내는 등 추 장관과 윤 총장 사이의 갈등의 골은 여전한 모양새다. 극한의 대립 양상만 정리됐을 뿐 불씨는 여전하다는 관측이 많다.

대검은 이날 입장 발표를 하면서 “지휘권 발동 이후 법무부로부터 서울고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독립 수사본부 설치 제안을 받고 이를 전폭 수용했다”면서 “어제 법무부로부터 공개 건의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불편한 감정을 내비쳤다.

김영대 서울고검장이 지휘하는 독립적인 수사본부를 구성하겠다는 전날 건의가 법무부와의 교감 속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추 장관은 이를 약 2시간 만에 거부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대검 측으로부터 서울고검장을 팀장으로 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법무부 실무진이 검토했으나, 장관에게 보고된 바 없다”며 “독립수사본부 설치에 대한 언급이나 이를 공개 건의해 달라는 요청을 대검 측에 한 사실이 없다”고 관련 주장을 일축했다.

또 대검은 “윤 총장은 2013년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의 직무배제를 당하고 수사지휘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며 과거의 이야기도 전했다. 이는 당시와 마찬가지로 ‘부당한’ 외부의 압력으로 인해 윤 총장이 지휘권을 박탈당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서도 법무부는 “당시에 총장이 느꼈던 심정이 현재 이 사건 수사팀이 느끼는 심정과 다르지 않다고 총장이 깨달았다면 수사의 독립과 공정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함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당시의 윤 총장과 같은 입장일 현재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수사를 방해해선 안 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휘하고 정진웅 부장검사가 담당할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 수사 과정에서도 법무부와 대검의 ‘입씨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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