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천지일보 DB
국가인권위원회. ⓒ천지일보 DB

인권위, 고용부에 제도개선 권고

[천지일보=최빛나 기자]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갑질금지법)’이 시행된지 1년이 다 돼가지만, IT업체 대표 및 대기업 총수 가족의 폭언, 아파트경비노동자 자살 등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법제도의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직장 내 괴롭힘 예방과 피해노동자 보호를 위해 ▲제3자에 의한 괴롭힘으로부터의 노동자 보호 ▲4명 이하 사업장에 대한 적용 확대 ▲행위자(가해자)에 대한 적절한 처벌규정 도입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 의무화 등을 고용노동부(고용부) 장관에게 권고했다고 9일 밝혔다.

직장 내 괴롭힘은 노동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침해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심각한 인권침해다. 하지만 지난해 7월 16일부터 시행해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한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제3자에 의한 괴롭힘이나 4명 이하 사업장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 등 보호의 사각지대가 있고, 괴롭힘 행위자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어 그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사업장 내부의 사용자와 노동자에 의한 괴롭힘만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정함에 따라, 제3자에 의한 외부적 괴롭힘(고객·소비자, 아파트입주민, 원청업체 관계자, 회사대표의 가족·친인척 등 사용자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 등)에 대해선 규율하고 있지 않다.

이에 인권위는 외부 제3자로부터의 괴롭힘에 대한 예방과 피해노동자 보호를 위해 괴롭힘 행위자 범위를 ‘누구든지’로 확대하는 등 적절한 규정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ILO 제190호 ‘폭력과 괴롭힘 협약(Violence and Harassment Convention)’ 제4조에서도 폭력과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한 대책에 ‘제3자가 관련된 폭력과 괴롭힘도 적절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규모가 작은 사업장일수록 가해자와 피해자간 접촉이 빈번해 괴롭힘 문제는 더욱 심각하며 보호의 필요성이 높다. 하지만 4명 이하 사업장에는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규정 적용이 배제돼 있다. 이에 인권위는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7조(적용범위)에 따른 별표1을 개정해 4명 이하 사업장에도 적용을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범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괴롭힘 행위자에 대한 처벌규정과 사업주의 조사 및 조치의무 위반에 대해 적절한 제재규정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ILO 제81호 근로감독에 관한 협약 및 제190호 폭력과 괴롭힘 협약은 노동관계법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적절한 처벌 등 제재규정을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개정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규정을 명문화했음에도 이를 위반한 행위자에 대한 처벌규정도, 사업주의 조사 및 적절한 조치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아무런 제재규정이 없어 규범의 실효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한 사전적 조치로써 직장 내 괴롭힘이 금지되는 행위임을 조직 내부에서 공유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존중되는 직장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을 사업주의 법률상 의무로 명문화할 것을 권고했다.

다만 기업의 법정의무교육 부담이 많다는 비판을 고려해, 산업안전보건법의 안전보건교육이나 남녀고용평등 및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의 성희롱예방교육 등 기존 교육에 통합하는 등 그 부담을 다소 완화하면서 도입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노동자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훼손 문제가 묵과되지 않도록 조속한 법제도의 보완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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