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인 손정우 씨가 6일 오후 미국 송환 불허 결정으로 석방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출처: 뉴시스)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인 손정우 씨가 6일 오후 미국 송환 불허 결정으로 석방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온유 객원기자] 한국 법원이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운영자인 손정우(24)에 대한 미국의 인도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한 가운데 파문이 일고 있다. 

2년 8개월 동안 10기가 바이트의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유통시켜, 20대 초반에 4억원의 수익을 올린 손정우는 당시 법령상 최대 징역 10년을 선고받을 수 있었으나 그가 받은 판결은 1심은 집행유예, 항소심은 고작 징역 1년 6개월 선고에 그쳤다.

당시 재판부는 손정우가 초범이고 자백한 점, 성장 환경이 좋지 않았고 최근 결혼한 점 등이 참작됐다고 했으나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운영자에게 ‘솜방망이’ 판결을 한 재판부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민들은 재판부가 끔찍한 범죄를 주도한 범죄자 손정우를 풀어주면서 한국에서의 수사와 재판을 통해서도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은 평생 성 착취를 당할 일 없는 기득권 중의 기득권이기에 할 수 있는 오만한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또 시민단체들은 재판부가 이번 사건에 대해 과연 피해를 본 수천명의 아동 인권과 더불어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는 부모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리고 이해하는 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손정우를 판결한 재판장을 대법관 후보에서 제외해 달라는 국민청원은 이틀 만에 4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여성의당 당원들과 참석자들이 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동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거래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의 미국 송환 불허를 결정한 사법부를 규탄하고 있다(출처: 뉴시스)
여성의당 당원들과 참석자들이 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동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거래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의 미국 송환 불허를 결정한 사법부를 규탄하고 있다(출처: 뉴시스)

이번 결정과 관련, 미국 사법당국도 한국의 재판부에게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마디로 크게 실망했다는 것이다.

미국 당국은 “미국인들에게도 심각한 피해를 입힌 가장 위험한 아동 성착취 범죄자 중 한 명에 대한 한국 법원의 인도 거부 결정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BBC에 따르면 국제 공조로 이뤄진 이번 수사에서 현재까지 한국과 영국, 스페인, 아일랜드 등 38개국 337명이 ‘웰컴 투 비디오’의 음란물을 내려받은 혐의 등으로 체포됐다. 수사 결과 이 사이트에는 20만개 이상의 동영상이 올라왔고, 해당 영상들은 100만회 이상 다운됐다. 웰컴투비디오(W2V)는 손정우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운영한 아동음란물 전문 사이트다.

BBC에 따르면 이 사이트에 접속한 전 세계 무료 회원은 120만명이며 유료 회원도 4000명에 달했다. 한 이용자는 9살인 의붓딸을 성적으로 학대하며 찍은 영상을 올렸으며 아동의 다리를 묶거나 성행위를 강요하는 등 범행 수법이 잔인한 영상도 다수 존재했다.

미국에서는 각 주마다 주법이 차이가 있지만 아동음란물 제작은 15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으며 상업적 유통은 최소 5년에서 20년형을 받을 수 있다. 니콜라스 스텐걸(45)은 법원에서 15년형을 선고받았다. 비트코인으로 377달러를 내고 사이트에서 아동 음란물 등 2686개의 영상을 내려받은 혐의였다.

아동 강간 및 신생아 학대 동영상 공유 등의 혐의로 해외에서 25년을 선고받은 경우도 있지만 한국의 현행법에 따르면 아동음란물 소지자나 유포자 대부분에게는 벌금형이 선고된다.

IT 전문가들은 디지털성범죄가 증가하는 이유로 IT기술 발전으로 단 몇 초 만에 아동음란물을 수집하고 배포할 수 있게 됐고 손정우 같은 범죄자들은 인터넷 활동 기록을 지우고 암호화하는 등 더 치밀해진 점을 꼽았다.

미국에서는 피의자의 배경보다 범죄행위 자체에 주목해 엄벌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BBC는 전했다.

BBC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과 같이 초범이라 봐주고 최소한의 형량을 주는 것이 아니라 초범이라도 최소 형량인 60개월은 선고된다며 미국 출신 아동성애자를 분석해보면 남성(99.3%)이 대부분이고 평균 연령은 41세였다. 인종별로는 백인이 83.3%로 가장 많았고, 히스패닉(9.5%), 흑인(4.2%) 순이었다.

BBC는 손정우가 2015년 7월부터 2018년 3월까지 특수한 브라우저를 사용해야 접속할 수 있는 다크웹에서 사이트를 운영했으며 다크웹은 IP 주소를 추적할 수 없도록 만들어진 은닉 인터넷망이라고 전했다. 흔하게 사용되는 크롬이나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아닌 특정 브라우저를 통해서만 접속할 수 있고 활동 기록이 남지 않는다. 웹사이트를 만든 사람과 이용하는 사용자 일종의 디지털 가면을 쓰고 활동하는 셈이다.

외국의 형량을 한국과 비교해보면, 미국에선 영상을 내려받는 것만으로도 징역 10년 이상 선고되기도 한다. 손정우의 사이트에서 아동 성착취 영상 2686개를 받은 45세 미국인 남성은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 미국 아칸소주에서 검거돼 8년의 징역형이 선고된 제임스 다오생(26)의 경우 영상물을 정리해 보관하고 있었던 이유로 교도소 신세를 졌다. 마이클 로슨(37)은 아동성착취물 524건, 수령 소지 및 관여로 징역 10년에 보호관찰 60개월을 선고받았다. 미국 텍사스주의 리처드 니콜라이 그래코프스키(40)는 웰컴투비디오에 접속해 아동음란물을 내려받은 혐의로 징역 6년에 의무 가석방 10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7명의 피해자에게 3만 5천 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명령도 함께 받았다.

영국 남성 카일 폭스(26)는 5세 남아를 성폭행하고 3세 여아를 성적으로 학대하는 모습을 해당 사이트에 올려 징역 22년형을 선고받았다.

'다크웹'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수천여개를 배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 씨의 아버지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범죄인인도심사 2차 심문기일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출처: 뉴시스)
'다크웹'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수천여개를 배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 씨의 아버지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범죄인인도심사 2차 심문기일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출처: 뉴시스)

영상에 나오는 피해자 대부분은 10대 청소년 또는 그보다 어린아이들이었으며, 생후 6개월 된 갓난아기까지 등장한다. 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단어는 소아성애자를 뜻하는 ‘페도’, ‘2살’, ‘4살’ 등이었다.

미국에 이어 독일도 소아성애자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BBC는 최근 독일 당국이 온라인 소아성애자 네트워크와 관계된 용의자 3만명을 추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쾰른에서 한 남성이 자신의 딸을 성폭행하고, 그 동영상을 공유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독일 안팎에 걸친 용의자 네트워크가 드러났으며 이 중 지금까지 독일에서만 신원이 확인된 용의자가 70명을 넘어섰다.

리처드 허클이 말레이시아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생후 6개월부터 12세까지 아동 200명 이상을 성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영국인이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출처: BBC 캡처)
리처드 허클이 말레이시아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생후 6개월부터 12세까지 아동 200명 이상을 성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영국인이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출처: BBC 캡처)

이들은 아동 포르노를 보유하거나 공유한 것을 넘어서 아동 성폭행 등 학대를 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이번 독일에서 벌어진 사건도 미성년자 등을 성착취하고 동영상을 찍어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수만명이 공유했다는 점에서 ‘독일판 n번방 사건’으로 불리고 있다.

당국은 그룹채팅방, 메신저 등을 통해 3만여명의 흔적을 발견했으며 채팅방에서는 수천명의 이용자들이 아기와 어린이에게 심한 성폭행을 가하는 방법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또 한 채팅방에서는 한 아이를 성폭행하기 위한 약속도 이뤄졌다. 당국 관계자들은 이 조사가 심하게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작년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 아동음란물 제작·유포 등 관련 범죄 발생 건수는 2017년 603건에서 2018년 1172건으로 1년 새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아동음란물 범죄로 검거된 인원 역시 같은 기간 543명에서 1006명으로 크게 늘었다.

최근 동남아시아 지역에선 외국인 소아성애자들에 의한 아동 성착취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현지 경찰 당국은 특히 백인들로 구성된 소아성애자 네트워크나 관련 범죄조직이 확장되고 있다고 보고 소아성애자 외국인들의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아동보호법은 소아성애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자는 최대 15년 징역에 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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