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임문식 기자] 그동안 영남권의 첨예한 갈등을 야기했던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백지화로 일단락됐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워낙 큰 반발이 나오는데다 불안정한 정세로 인해 언제든 논란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대선 공약에 다시 등장할 가능성은 유력 대권 주자의 발언에서 제기됐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달 31일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이것(동남권 신공항)은 계속 추진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해 신공항 재추진 의지를 밝혔다. 현 정권 하에서는 사실상 물 건너 간 신공항 건설이 정치적 상황에 따라 되살아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선 공약과는 별도로 현재의 김해공항을 가덕도로 이전하는 내용의 특별법 추진도 거론되고 있다. 부산 남구갑을 지역구로 하는 한나라당 김정훈(부산시당 위원장) 의원은 김해공항을 가덕도로 확장 이전하는 특별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가덕도가 공항으로서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정부 발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으로 ‘신공항 논란’ 2라운드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밀양을 신공항 입지로 주장했던 경북 의원들도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동남권 신공항을 공약으로 재추진하는 한편 관련 특별법을 제정하기로 하는 등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처럼 한나라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영남권의 반발이 계속되면서 신공항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정권이 바뀌면 보수정권이 되든, 진보정권이 되든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파기에 반대했던 신 정권은 반드시 이명박 정권의 정책을 뒤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보선, 총선·대선에 후폭풍 예상

신공항 유치에 결과적으로 실패한 영남지역에는 폭풍전야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정부의 입지선정 결과 발표를 앞두고 부산과 대구·울산·경북·경남 등 해당 지역의 여론은 신공항 유치 실패 시 총선과 대선에서 각오하라는 분위기가 팽배했기 때문이다. 중요한 선거를 앞둔 한나라당은 영남 주민의 실망감이 표로 나타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전통 지지기반인 영남에서 한나라당이 흔들릴 경우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해 당사 지역인 영남뿐 전국적으로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는 점에서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3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현 정권의 레임덕 현상이 심각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만약 현 정권에 대한 레임덕과 불신이 커진다면 그 파장은 대통령을 배출한 한나라당으로 향할 공산이 크다.

과학벨트에 ‘불똥’ 우려

신공항 건설 백지화에 따른 논란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분산배치 논란으로 옮겨 붙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1일 특별기자회견에서 “(영남권) 해당지역 발전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의지는 변함없이 지속될 것”이라고 한 말을 ‘과학벨트 쪼개기’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과학벨트 충청권 유치를 주장해왔던 자유선진당은 정부가 신공항 건설 백지화에 따른 영남 지역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정치적 계산에서 과학벨트를 쪼개어 주려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는 지난 1일 당5역회의에서 “과학벨트를 하청기업에게 나눠주는 식으로, 몇 지역으로 쪼개는 방식은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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