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 노동조합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손피켓을 들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는 최근 인천공항공사의 일방적이고 기습적인 직고용 발표에 대해 비판하며 공정한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출처: 뉴시스)
인천국제공항공사 노동조합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손피켓을 들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는 최근 인천공항공사의 일방적이고 기습적인 직고용 발표에 대해 비판하며 공정한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출처: 뉴시스)

文정부 출범 이후 9만명 이상 정규직 전환

신규 정규직 선출은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

정규직 전환 과정서 불공정 채용도 다반사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한 것 등에 대해 청년층을 중심으로 역차별 논란이 거세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난 3년여 동안 9만명이 넘는 비정규직과 소속 외 인력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제계 등에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5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이후 2017년부터 올해 3월까지 약 3년 동안 363개 공공기관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규모는 9만 1303명에 달한다.

이번 정규직화 전환 추진의 다른 문제점은 취업준비생은 채용 규모 감소로 이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은 물론 인국공 정규직 노조와 보안 검색 요원들 사이에서도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 노조는 보안검색 지원 직고용 계획이 국민의 평등권을 침해한다면서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며 강력반발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이 결정된 보안검색 요원들도 100% 정규직 고용 승계를 외치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여기에 미래통합당 추경호 의원실이 지난달 30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 알리오를 통해 주요 10개 공공기관 인건비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을 제외한 9개 기관에서 인건비 부담이 늘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국제공항공사 불공정 채용 사례 등을 소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6.2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국제공항공사 불공정 채용 사례 등을 소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6.26

이번 사태의 중심에 서 있는 인국공의 경우 4년 동안 인건비가 70% 이상 폭증했다. 아울러 2016년부터 정규직 전환 실적이 481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인국공의 일반 정규직 신규 채용은 2018년 131명, 작년 149명에 이어 올해 1분기 1명에 불과하다. 취준생이 역차별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상황이다.

이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고용의 불안정과 임금 격차를 해소하는 좋은 방안이긴 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특히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공정하지 못한 채용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해 감사원에서 서울교통공사를 포함한 5개 공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관리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5개 기관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비정규직 3048명 가운데 333명(10.9%)이 내부 임직원과 4촌 이내 친인척 관계였다.

다른 문제점으로는 ▲위탁업체 직원을 직접 고용할 거라는 사실을 미리 알았던 공사 임직원들이 위탁업체 관계자들에게 친인척의 입사를 청탁 ▲비정규직 공채에선 직원들이 면접관으로 참여해 친인척에게 최고점 부여 ▲채용담당자에게 자녀 등의 채용 청탁 ▲채용공고 절차조차 없이 직원의 친인척 채용 ▲채용 절차가 필요한 계약직에 결원이 생겼음에도 직원의 친인척을 채용 절차가 필요 없는 일용직 노동자로 채용 등이 지적됐다.

이외에도 서울교통공사의 정규직 전환자의 경우 근속연수를 고려치 않고 정규직 전환자 전원을 대졸 초봉과 같은 3200~3300만원으로 통일하고 급여 인상 수준은 대졸 공채 정규직과 동일한 수준이 되도록 합의한 것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2014~2019년 공공기관 소속외 인력 정규직 전환실적 (출처: 국회 예산정책처)
2014~2019년 공공기관 소속외 인력 정규직 전환실적 (출처: 국회 예산정책처)

무리한 정규직 전환으로 인해 공기업의 운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업무의 애로사항은 차치하더라도 정규직은 역차별 문제로, 준정규직 출신들은 경력을 온전히 호봉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공기업의 입장에서도 신규 인력 채용을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 추진하는 등 불필요한 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공기업 관계자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정부 들어서 무리하게 정규직 전환을 하다 보니 인건비 상승은 물론 신규 직원도 많이 채용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발생했다”며 “공기업의 입장에서도 불필요한 경영 부담이 늘어나면서 국민의 세금 부담과 서비스의 질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취준생들을 중심으로 ‘부러진 펜’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 캠페인을 제안한 사람은 “인국공 사태에서 이대로 비정규직 인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면 고스란히 그 피해는 취준생에게 돌아간다”며 “인천공항공사 채용 규모는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고 기존에 인국공 취업을 준비하던 인원들이 다른 공기업에 지원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통합당 김상훈 의원은 “저출산·고령화와 경기침체로 국가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몸집을 줄이기는커녕 혈세 살포로 대통령 공약 지키기에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인국공 사태와 같은 노-노(勞-勞) 갈등 상황이 더욱 빈번히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대책 없는 정규직화 추진만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오정근 건국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화에서 “당연히 공기업을 가기 위해 열심히 준비한 취업준비생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으로 인해 공기업의 비효율이 늘어나면서 부채가 매년 늘어나고 운영도 방만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신규채용도 줄어들어 노-노 갈등도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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