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천지일보 2017.11.29 DB
국가인권위원회. ⓒ천지일보 DB

[천지일보=최빛나 기자] 여성 일러스트레이터와 웹툰 작가가 페미니즘 관련 이슈에 동의했다는 등의 이유로 온라인상에서 혐오와 괴롭힘의 대상이 되고, 업계에서 사실상 퇴출됐던 사건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차별적 관행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8일 인권위에 따르면 2015년 이른바 ‘미러링’ 방식으로 여성혐오에 대응한 사이트가 탄생했고, 온라인 게임 캐릭터의 목소리를 연기한 여성 성우가 파생 사이트를 후원하는 사진을 올려 게임이용자들의 성우 교체 요구가 쇄도했던 것을 계기로, 게임 업계에서는 사이버 괴롭힘 행위가 번져 나갔다.

또한 게임이용자들은 작가 개인에 대한 사이버 괴롭힘 뿐만 아니라, 작가들이 관여한 게임이나 웹툰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거나 게임회사 등에 해당 작가들의 작품을 사용하지 말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문제는 게임 일러스트레이터와 웹툰 작가는 대체로 게임 회사에 고용된 근로자가 아닌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작품을 납품하는 프리랜서 신분으로 게임이용자들의 퇴출 요구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해당 사건의 피해자들도 페미니즘과 관련한 글을 공유하거나 지지를 표했다는 이유로 온라인상에서 다수의 게임이용자들에 의해 혐오표현의 대상이 되는 등 사이버 괴롭힘 피해를 입었다. 게임이용자들의 퇴출 요구로 인해 일러스트 또는 웹툰 작품의 사용이 중단돼 사실상 업계에서 퇴출된 셈이다.

이에 대해 게임 업계의 일부회사는 “이들의 작품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게임개발 중단, 게임 캐릭터 및 게임 디자인의 변경, 작가의 휴재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작가들의 사상이나 온라인상 퇴출 요구와는 관계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인권위는 “일부 회사는 온라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매운동 등의 영향이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개인적인 신념이나 사상,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차별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기업의 목적이 이윤추구라고 해도, 소비자의 요구가 인권·정의와 같은 기본적 가치에 반하는 것이라면 그 요구를 무시하거나 소비자를 설득·제재하는 것이 책임 있는 기업의 모습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한 모바일 게임회사는 게임 종사자의 사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게임이용자에게 ‘개인의 사상과 관련한 문의에는 답변을 할 수 없고, 특정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혐오에 대해 일체 반대한다’는 답변을 하는 등 기업의 인권존중 의무를 실행하는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 준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도 사회구성원의 하나로서 지켜야 할 윤리와 책임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게임 이용자의 부당한 종사자 퇴출 요구에 동조하지 않거나 혐오표현 및 부당한 종사자 퇴출 요구에 적극 대응해 혐오 확산을 방지하고 피해자들이 관련 업계에서 다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게임업계 내 여성혐오 및 차별에 대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결과에 따라 해당 관행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게임업계 종사자들에 대한 법적·제도적 보호를 위해 문화예술진흥법상 ‘문화예술’의 범위를 ‘게임’분야까지 확장하는 법률 개정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아울러 게임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에 연간 147억원을 지원하는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대해 게임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의 업체 선정기준을 개선하는 등 여성혐오 및 차별적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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