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희 국민대학교 체육대학 교수

요즘 뜨는 유행어 중 하나가 ‘소는 누가 키워’이다.

이 말을 처음 유행시킨 박영진 개그맨은 우연히 만들어진 말이라 하지만 요즘 시대에 정말 소는 누가 키워야 하는지 걱정되기도 한다.

중국 송대의 곽암선사는 깨달음에 도달하는 과정을 소를 찾는 일에 비유하여 열 가지 단계로 나누어 그림을 그렸고 각각을 설명했다.

골프도 어찌 보면 심우도의 단계를 거치는 것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심우도와 골프를 같은 선상위에 놓고 생각해보자.

심우도의 1단은 심우(尋牛)로 사람들이 소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그 소만 얻으면 최상의 상태의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단계이다. 골프가 사업, 건강, 친교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골프라는 소를 찾아 나서는 단계이다.

2단은 견적(見跡)으로 소의 발자국을 발견하고 이를 따라간다. 골프를 처음 배우는 단계로 골프 관련 책도 보고 TV프로그램도 시청한다. 주변의 도움으로 레슨도 받아가며 골프의 흔적을 찾아 헤맨다.

3단은 견우(見牛)로 소의 뒷모습이나 꼬리를 발견한다. 골퍼에게는 뭔가 될 것 같기도 같고 조금만 노력하면 금방 잘 될 것 같은 보기플레이의 골퍼에게 해당하지 않을까 한다.

4단은 득우(得牛)로 소의 꼬리를 잡아 소의 고삐를 잡는 단계이다. 골퍼에게는 80대 초반이나 70대 후반의 핸디캡을 가진 것으로 나름대로 자기스윙을 찾은 느낌이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안정된 플레이를 하는 경우이다.

5단은 목우(牧牛)로 소에 코뚜레를 뚫어 길들이며 끌고 가는 모습으로 소를 다스리는 단계이다. 골퍼에게는 이븐파 정도를 치는 고수소리를 듣는 골퍼에 해당하는 것으로 라운드 과정에 큰 실수가 없으며 드라이버에서 퍼팅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안정되어 있으며 어려운 트러블상황에서도 큰 점수를 잃지 않는 방법을 조금은 깨닫는 단계이다.

6단은 기우귀가(騎牛歸家)로 흰 소에 올라탄 동자승이 피리를 불며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으로 소를 자유자재로 부릴 수 있는 단계이다. 골퍼에게는 언더파를 칠 수 있는 단계로 골프공을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는 단계이다. 바람이 불 때나 비가 올 때나 등등 어떠한 환경에 놓여 있어도 나름대로 자기만의 방법이 있고 골프채와 공, 골프장의 주인노릇을 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까지는 엄청난 것이며 아무나 쉽게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타고난 능력도 필요하지만 뼈를 깎는 수련이나 연습 없이는 불가능하다. <갈매기의 꿈>에서 조나단이 수없이 많은 반복과 훈련 끝에 비상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경지에 오른 것과 같다.

그러나 이 단계가 끝이 아니다. 매일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골프를 정복한 것 같은 느낌도 들 때가 있지만 도무지 오르지 못한 산으로 느낄 때가 있다. 그래서 그 다음 단계가 필요한 것이다.

7단은 인존우망(人存牛亡)으로 사람은 남고 소만 없어지는 단계이다. 골프는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임을 깨닫는 단계로 자신의 멘탈을 보게 된다. 골프는 결국 타인과의 싸움도, 골프장과의 싸움도 아닌 자기 자신과의 싸움임을 깨닫게 되어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이해한다.

8단은 인우구망(人牛俱亡)으로 사람과 소가 다 없어지는 단계이다. 골퍼에게는 골프를 하는 것이 돈도 아니고 친구도 아니며, 나를 위해서도 아님을 깨닫는다.

이는 9단의 반본환원(返本還源)단계와 연결되는 것으로 이 단계를 나타낸 그림에는 강은 잔잔히 흐르고 꽃은 붉게 피어있는 산호풍경만이 그려져 있다.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깨닫는 것이다.

열반에 드신 성철스님이 말씀하신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처럼 온갖 색안경을 벗어버리고 산하대지와 온갖 사물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게 된다. 골프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아마도 ‘클럽은 클럽이요 홀은 홀이다’라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은 입전수수(入廛垂手)로 ‘저자거리에 들어가서 직접 활동한다’의 의미를 갖고 있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고 세상에 나가 골프의 참된 의미를 설파하는 단계이다.

이 모든 과정이 증명할 길은 없으나 매우 그럴듯한 논리를 갖고 있고, 더욱 직관을 통해서는 더욱 신뢰가 가는 심우도의 깨달음을 수백년 전의 조상들은 어떻게 생각해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결국 골프는 골프道라는 것이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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