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코로나19 감염자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확장세를 보인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가슴을 쓸어내리는 쪽은 대구시민들이다.

지난 2월 말 이후 지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되면서 시민들은 일상생활에서 많은 고초를 당해야 했고, 그러한 시기에 일부 여당 인사들로부터 ‘대구를 봉쇄해야한다’는 말까지 나돌아 시민들은 크게 분노했고 동요했다. 그렇게 대구시민이 얼마간 힘든 시간을 보내고서야 이제 대구가 코로나19 사태 대응에서 모범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돈다. 지금처럼 대구지역의 안정세가 유지되는 데 대해 정부나 시 당국은 그들의 치적으로 돌리겠지만 이는 순전히 보건재난에 지혜롭게 대처한 현명한 시민들의 공이 아닐 수 없다.

올봄 내내 끊임없이 이어졌던 대구지역 내 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해 시민들이 겪었거나 행정기관의 잘못으로 인한 갖가지 에피소드가 많다. 그중에서도 톱은 권영진 시장이다. 자신의 말처럼 몇 달간 집에도 가지 못하고 사무실 야전침대에서 생활하면서 고군분투한 것은 맞지만, 이는 대구시정을 책임지고 있는 공직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이다. 그런데 권 시장은 코로나19 관련 예산 처리 등 과정에서 시의회와 상당한 마찰을 겪고 불협화음을 빚어냈다.

대구시의회가 긴급생계비 지원을 위해 6천 599억원의 추경 예산안을 두고 지원방법과 시기를 두고 설전 도중 시의원의 지적이 잇따르자 권 시장은 회의장을 나가 버리기도 했다. 이튿날 속개된 회의에서 시의회 의장이 전날 권 시장이 보인 돌출행동을 따지면서 “시의회 회의규칙에 따라 회의에 출석한 사람은 사전 동의 없이 무단이석할 수 없다”며 경고하자 권 시장은 “어제 너무 어지럽고 구토가 나와 앉아 있을 수 없었다”고 변명조 해명을 하기도 했다. 그날도 긴급생계자금 문제로 시의원들과 다투다가 갑자기 쓰러져 119구급대원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며칠 휴식을 취하기도 했는데, 이 상황도 시민 눈에는 곱지 않은 모양이었다. 

대구시가 코로나19 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서 정부로부터 시도 중 가장 많은 예산을 받아놓고 뒷마무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데도 원인이 있다. 한마디로 다른 시도처럼 신속히 또 깔끔하게 일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시민들의 불만이었다. 그 와중에서 정부로부터 받은 긴급자금인 재난안전특별교부세 100억원에 대해 75억원은 자치구․군으로 보냈고, 25억원은 대구시 몫으로 남겨놓았는데 그중 40%를 공무원수당으로 집행하기로 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재난안전법에 따르면 재난특교세는 재난 및 안전관리 수요에 한정해 사용해야 한다. 그럼에도 대구시당국에서는 이 재원으로 인건비에 사용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우선순위에서도 적합하지 않았다. 뜻하지 않은 보건재난으로 생활에 피해가 막심한 시민들, 특히 사회적 약자인 서민층들을 위해 사용처가 많은 상황에서도 이 지원금으로 시에서는 공무원수당과 식사대에 우선하겠다니 말이 되겠는가 하고 시민들과 시민단체에서 잘못된 시 행정에 항의했던 것이다.   

그럴 즈음 권영진 시장의 대구시정에 대해 대구시민들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평가는 전국 최하위권을 보였다. 여론조사기관이 조사한 시도지사 직무평가에서 3월 조사 당시만 해도 코로나19 초기대응에 열심히 한 까닭에 중간 정도는 갔지만 4월에는 여섯 계단 떨어진 데다가 5월 조사에서는 또 다시 네 계단 내려가, 조사된 16명(시도지사 평가에서 부산시장 제외) 가운데, 15위였으니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받고 있는 송철호 울산시장을 제한다면 가장 꼴찌였다.

그런 권 시장의 시정 운영과 개인적 행동에 대한 시민 평가가 최악인 상황에서도 지난번 시의회에서 재난긴급지원금과 관련해 시의원과의 논쟁 중 넘어진 것을 보고 ‘대구시장이 쇼 하나는 정말 잘 합디다’는 말이 나돌았다. 이 말에서 권 시장에 대한 평가가 어떤가를 여실히 알 수 있는바 얼마 전에는 대구 신천지교회와 관련해 이만희 총회장과 관계인을 대상으로 1000억원 손해배상소송을 했다는 소식이 나왔고, 달서구청장이 시의원을 상대로 고소했다는 말도 들린다. 

소송이야 당사자가 사안이 있으면 하는 게 개인적 또는 대구시나 구청의 수장으로서 자유의사라 하겠다. 하지만 현재 자신이 처한 곤궁한 처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면 안 될 일이다. 대구는 명예로운 도시다. 1907년 당시 일본에 진 빚 ‘국채 1천 3백만원’을 갚기 위해 분연히 일어났던 국채보상운동의 발상지요, 또 1960년에 일어난 2.28 학생의거로 인해 정의의 도시로 명성 난 곳이다.

한때 코로나19로 인해 불명예를 입기도 했지만 이제는 시민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혜로운 대처 덕분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어쩌다가 한두명씩 발생하고 있어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 그보다는 시장과 구청장이 보여준 고소고발 사례로 자칫하면 시민들이 고소고발당하지 않을까 걱정해야 할 것 같다. 시민화합으로 번성되고 평화로워야 할 대구가 심부름꾼을 잘못 뽑아 명예가 끝없이 추락하는 대구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