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시중에 푼 돈 상당수가 주식과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시중에 풀린 자금, 넓은 의미의 광의통화량(M2)은 4월 말 기준 3018조 6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3000조원을 넘어섰다. 광의통화량(M2)은 언제든 현금화 가능한 현금통화를 비롯해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등 협의 통화(M1)에,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예적금, 수익증권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통화지표다. 

이는 시중에 공급된 자금이 얼마나 되는지를 가늠할 때 일반적으로 활용하는 지표다. 광의통화량(M2)은 지난 4월에만 34조원 이상 급증해 관련 통계작성 이후 월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2908조원)과 비교해도 110조 6000억원(4%)이나 늘었다. 문제는 정부가 전례 없는 코로나19 감염병 극복을 위해 푼 자금이 투자와 소비를 살려 경기를 부양하려던 당초 의도와는 달리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치 버블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 주식시장 거래대금은 이미 지난해 연간 전체 누적 거래대금을 넘어섰다.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주식 매수로 올 들어 지난 2일까지 국내 주식시장 누적 거래대금은 약 2293조 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누적 거래대금(2287조 6000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연간 거래대금은 2018년 2799조 7000억원을 뛰어 넘는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유동성을 주식과 부동산 대신 투자와 소비로 유도하지 않는다면 자산 가치 버블을 형성하고 경기 침체기에 자산버블이 꺼지면서 일본식 장기 불황에 빠질 위험성이 높다.

문제는 딱히 부동산과 주식 이외에 투자처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저금리가 장기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절세 금융상품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고 간접투자방식의 펀드 시장은 잇따른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투자자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주식 직접투자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고위험고수익 상품이라면 펀드는 수수료를 내고 전문가에게 운용을 맡기는 간접투자상품이다. 적은 돈으로 쉽게 투자하고 분산투자로 인한 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전문가가 대신 투자해주는 장점이 있다. 건전한 투자 문화를 조성하는 데 펀드만한 상품이 없다. 하지만 펀드시장은 총체적 난국이다. 공모 펀드 시장은 낮은 수익률로 고전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급성장한 사모펀드 시장은 줄줄이 이어지는 환매 중단 사태에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디스커버리펀드, 옵티머스펀드 등 부실 사모펀드 판매 규모는 이미 5조원을 넘어섰다. 마치 원금 보전되는 상품인양 불안전판매가 도를 넘어섰다. 특히 라임 무역금융펀드는 금융사들이 이미 투자원금의 최대 98% 손실이 날 것을 알면서도 수익률과 투자위험을 속이고 판매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로 인해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 역사상 처음으로 판매사가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하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수수료에 급급해 투자자 보호를 외면한 금융사에 뒤늦게나마 철퇴를 내린 셈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투자 최소금액을 기존 1억원 이상에서 3억원으로 상향조정하고 은행의 고위험 사모펀드 판매를 금지하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금융감독원은 또한 앞으로 3년간 1만여개에 달하는 사모펀드와 운용사 230여곳을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특히 400조원을 넘어서 사모펀드 시장에 대한 점검도 중요하지만 사모펀드시장의 절반 이하로 쪼그라든 공모펀드 시장은 정부차원의 활성화정책이 더 절실하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금융세제 개편안을 통해 공모주식에 거래세는 낮추되 양도차익에 대해선 소득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다만 양도차익 2000만원까지는 기본공제를 도입했다. 이 부분은 주식과 펀드 투자 형평성 차원에서 논란이다. 왜냐면 펀드는 기본공제가 없고 수익이 날 경우, 20%의 양도세를 물어야 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에 직접 투자해 2000만원을 벌었다면, 양도세를 안내도 되지만 펀드를 통해 2000만원의 수익을 걷었다면 400만원의 양도세를 내야한다.

정부가 간접투자보다는 리스크가 큰 주식 직접투자로 유인하는 꼴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주식과 부동산으로 쏠리고 있는 유동자금을 건전한 투자와 장기 투자 문화로 정착시키는 데 있다는 점을 정책당국은 기억해야 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