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꽃동네 사랑의집 이해숙 원장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 꽃동네의 ‘사랑’을 심어주고 싶다”고 말한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인터뷰] 서울꽃동네 사랑의집 이해숙 원장

세계트렌드 ‘헌신·봉사’ 중요
청소년들에게 산 봉사 경험 제공

노숙인 대상 비전계획
‘희망거리 합창단’
‘딸들과 법상담 동아리’

[천지일보=최유라 기자] “아이고! 그렇게 작게 만들면 안 되지. 노숙인 아저씨들이 얼마나 배고프겠어.”

호탕한 성격에 함박웃음으로 즐겁게 주먹밥을 싸고 있는 서울 종로구 낙원동 소재 ‘서울꽃동네 사랑의집’ 이해숙(58) 원장을 만났다. 지난 2월 26일 기자가 ‘사랑의집’을 방문했을 땐 이미 경기도 영덕중 학생들이 이 원장을 도와 주먹밥을 싸는데 힘을 보태고 있었다.

몇 번 참석한 아이들은 이미 능숙하게 주먹밥을 싸면서 재미를 붙였다. 처음 방문한 학생들은 눈치를 보다 금세 제 할 몫을 찾고 활기를 띠었다. 고소한 김과 잡곡, 찹쌀, 참기름 냄새가 집안을 온통 고소함으로 가득 채웠다.

“방금 만든 주먹밥이에요. 이거 먹으면서 인터뷰 합시다. 정말 맛있어요. 이게 다 찹쌀이거든요? 그냥 쌀이면 주먹밥이 잘 안 만들어져요. 콩·흑미·조·쌀 다 들어있어요. 어여 드세요. 얼마나 맛있는지 몰라요.”

동그랗게 만든 밥에 바삭한 김으로 싼 주먹밥을 한 입 물었다. 바삭한 김이 터지면서 잡곡밥 사이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따뜻한 정성이 느껴졌다.

이 원장이 대외적인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때는 14살 때다. 당시 어린 나이였지만 농촌봉사활동인 4H를 하면서 차츰차츰 다양한 봉사활동을 이어갔고, 이것이 계기가 돼 현재 봉사활동을 하면서 필요한 인맥을 쌓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그 후 1998년 꽃동네에 봉사활동을 간 것이 인연이 돼 현재 꽃동네 사랑의집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 영덕중 학생들이 지난 2월 26일 서울꽃동네 사랑의집을 방문해 노숙자들에게 나눠줄 주먹밥을 즐겁게 만들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 원장은 인터뷰 내내 노숙인들 생각뿐이었다. 처음에 노숙인들을 접할 땐 냄새가 너무 역겨워서 꽤나 고생했지만 마음을 달리 먹었단다. 바로 깨끗한 옷을 입혀주자는 것이다. 그래서 이 원장은 매주 노숙인들에게 주먹밥은 물론, 옷을 나눠주고 있다.

옷가지들은 모두 후원자들을 통해 마련된다. 잘 사는 집안에서는 메이커 있는 옷들도 선뜻 내어주는가 하면, 입고 있던 옷을 바로바로 벗어주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날은 특별히 주먹밥(백설기 떡, 요구르트 포함)과 검은 양말, 빵모자만 전달하는 날이었다.

이 원장은 “오늘 옷 주는 줄 알고 기다렸을 노숙인분들이 많을 텐데, 양말이랑 빵모자만 줘서 섭섭해 할 사람들 많겠다”며 아쉬운 기색을 비췄다. 그래서인지 주먹밥 하나라도 풍족히 먹을 수 있어야 한다며 큼지막하게 만들라고 당부하는 이 원장의 마음 씀씀이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 원장은 ‘자기희생’ 정신을 어머니를 통해 배웠다고 말한다. “어렸을 때 어머니는 집에 굶주린 걸인들이 찾아오면 문전박대 하지 않고 항상 밥을 챙겨줬어요.” 이 원장의 모습은 꼭 그의 어머니 모습을 판박이 한 듯했다.

자녀는 부모의 청사진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의 어머니가 이 원장의 삶의 표본이 됐고, 그는 또 자녀들에게 희생과 감사, 겸손을 물려주면서 그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서 일하는 거요? 강도가 너무 세서 월급을 준다고 해도 못할 거예요. 가슴이 뛰지 않으면 일할 수 없는 곳입니다. 몸이 정말 힘들 때도 있지만 저는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합니다.”

이 원장은 사랑의집을 책임지고 있는 것은 물론, 경기교육자원봉사단체협의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또한 수원에는 남문 무료급식소 세우기 활동을 하면서 자원봉사 활동을 위해 1500회나 강의를 하는 등 대단한 봉사열정을 보이고 있다.

▲ 서울꽃동네 사랑의집 이해숙 원장(노란 조끼)이 지난 2월 26일 서울역 ‘따스한채움터’에서 노숙자 300여 명을 위해 마련한 주먹밥과 양말, 빵모자를 나눠주고 나서는 해맑게 웃음꽃을 보였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또한 이 원장은 ‘으뜸’가는 실천 교사로도 정평이 나있다. 경기도 메탄고 윤리교사인 그는 딸만 셋인 딸부자 집 어머니다. 그는 몸에 배여 있는 봉사활동이 딸들의 장래를 장미빛으로 이끄는 데 큰 영향을 줬다고 당당히 고백했다.

“요즘 대학들이 면접 때 요구하는 것을 보면, 얼마나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헌신했느냐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저희 딸들은 어렸을 때부터 방학기간만 되면 알아서 봉사활동을 했었는데 그것이 밑받침이 돼 모두 합격을 했답니다.”

이 원장의 첫째 딸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내년에 이화여대 로스쿨에 입학한다. 둘째 딸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와 이화여대 로스쿨 2학년이 된다. 셋째 딸은 미국 일리노주립대 경영학과 2학년에 올라간다. 이들 셋은 하나같이 면접 때 어머니의 영향으로 즐겨온 봉사활동에서 큰 점수를 받아 합격한 케이스다.

특히 이들 셋은 지금도 공부를 하면서 봉사활동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또 이들은 한 가지 공통된 꿈을 가지고 있다. 바로 어머니인 이 원장을 도와 노숙인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해 주겠다는 것. 이 원장은 앞으로 딸들과 함께 노숙인들의 고민을 풀고 삶의 활력소가 돼 주겠다는 갈망을 드러냈다.

“언제가 딸들과 함께 서울역 근처에서 ‘노숙인 법 상담 동아리’를 만들 거예요. 이미 딸들도 동의했어요.”

또 이 원장은 “아직은 가칭이지만 노숙인들을 모아서 ‘희망거리합창단’을 만들어 볼 계획”이라며 “이 분들이 무대에 한 번 서면 분명 나비효과를 일으켜서 노숙하는 일이 없어질 거라 믿는다”고 기대했다.

이 밖에 이 원장은 여러 단체들과 연계해서 세계적인 봉사를 하는 것이 최종 꿈이다. 외국까지 시야를 넓힌 그는 글로벌 정신까지 소유하고 있다.

“세계적인 봉사를 꿈꾸고 있어요. 전 세계에 있는 182개의 ‘한민족공동체네트워크’ 식구들이 한국의 꽃동네와 연결해서 해외에도 꽃동네를 세우는 게 목표입니다. 우리 꽃동네를 세운 신부님의 모토도 ‘꽃동네는 세계로, 세계는 꽃동네’였어요. 세계에 꽃동네의 상징인 사랑을 전해주고 싶어요. 저는 할 수 있다고 믿어요. 가능할 겁니다.”

▲ 영덕중 학생들이 지난 2월 26일 서울꽃동네 사랑의집을 방문해 노숙자들에게 나눠줄 주먹밥을 즐겁게 만들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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