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3년 우리 밀 회원 모집을 위한 시민 시식회 김수환 추기경 (마운틴픽처스 제공)

고통 받는 사람에게 치유와 위안 될 것

[천지일보=이지수 기자] 내전과 자연재앙으로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는 요즘은 마음의 치유와 위안이 더욱 필요한 시기인 듯하다.

그래서일까. 소외된 사람들을 껴안고 헌신과 희생, 사랑과 봉사가 무엇인지 삶으로 보여준 종교인들의 일대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그 주인공은 아프리카 톤즈 수단의 꽃이 된 이태석 신부, 자신을 ‘바보’라 하며 낮아짐을 몸소 보여줬던 김수환 추기경, 욕심을 버리고 ‘무소유’ 하라던 법정 스님이다. 현실에서 볼 수 없는 그들이 영화 속에서는 말하고 웃고 숨을 쉰다.

지난해 9월 개봉한 영화 <울지마 톤즈>는 아프리카 톤즈 수단지역에서 봉사하다가 대장암으로 선종한 故 이태석 신부 이야기로 40만 명 관객의 눈시울을 적셨다.

오는 21일에는 故 김수환 추기경 선종 2주기를 맞아 그의 생애를 담은 영화 <바보야>가 개봉된다. 영화는 순교자 집안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사제가 되고 국내 최초의 추기경이 된 후 세상과 작별하는 순간까지 그의 삶을 되짚어 본다.

한국사의 격동기 시절 종교를 넘어 사회의 큰 어른으로 약자들의 울타리와 대변인으로서 사람을 살아간 ‘시대의 거인’ 김 추기경이 스크린 속에 어떻게 비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작품은 김 추기경의 동성고 후배인 배우 안성기가 내레이션을 맡았다.

김 추기경에 이어 법정 스님도 스크린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다음달 12일에는 법정 스님을 다룬 영화 <법정 스님의 의자>(가제)가 개봉된다.

임성구 감독은 “자꾸만 가지려고 하는 오늘날 세상에는 그 무엇보다도 법정 스님을 다룬 가르침이 가장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어 영화로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임 감독은 “법정 스님은 늘 종교를 초월한 맑고 향기로운 세상을 꿈꾼다고 생전에 말씀하셨다”며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맑고 향기로운 영화였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한국의 대승이자 문필가로서 법정 스님은 생전에 정갈한 글로 많은 사람에게 정신적 위안과 휴식을 전해줬다.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이 남긴 말 공해를 거둬들이고 싶다는 의지로 책 판매를 멈추게 한 법정스님의 일화는 죽음 앞에서도 진정한 무소유를 실천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김 추기경과 법정 스님의 인연은 특별하다. 법정 스님이 창건한 길상사 마당의 관음보살은 독실한 천주교 신자 조각가인 최종태 전 서울대 교수에게 맡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1997년 12월 길상사 개원법회에서는 김수환 추기경이 방문했고 이에 대한 회답으로 이듬해 법정스님은 명동성당에서 특별 강론을 했다.

이들은 ‘나눔’ ‘비움’이라는 어찌 보면 다르지 않은 길을 가며 종교의 벽을 허물기 위해 의기투합했던 종교계 두 기둥이라 할 수 있다.

윤승용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소장은 “현재 종교가 세속화 되고 사회적으로도 지탄을 받고 있다”며 “이러한 때에 사회에 공헌하고 모범적 삶을 살았던 성직자를 영화화 한다면 이 시대 성직자가 갖춰야 할 모습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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