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출처: 뉴시스)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출처: 뉴시스)

푸틴, 영구 집권 발판 마련… 시진핑, 홍콩 장악

[천지일보=이솜 기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실패와 인종차별 시위 등으로 지지율이 추락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들어온 가운데 러시아와 중국의 스트롱맨들은 세계 질서를 잡기 위해 거침없이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CNN방송은 5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각자의 나라를 통제하고 더 단호하게 행동할 수 있게 만든 지난주의 결과를 차기 미국 대통령이 다시 되돌릴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며 이같이 전했다.

지난 주 러시아에서는 개헌에 대한 국민투표가 이뤄졌는데, 모두의 예상대로 압도적 찬성표가 나와 푸틴 대통령은 사실상 2036년까지 임기를 채울 수 있는 영구 집권의 발판을 마련했다. 시 주석은 새로운 국가보안법을 통해 홍콩을 장악하면서 동시에 미국과 캐나다, 호주, 영국 등에게는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며 선을 그었다. 

워싱턴포스트(WP) 기고는 “푸틴 대통령은 회수 사업을 하고 있다. 그는 미국이 소련을 파괴했다고 믿는다”며 그가 이젠 미국에 더 많은 복수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됐다고 주장했다.

CNN은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이 모두 기회를 엿보고 있다며 이 두 가지 사건과 관련 미국은 항의를 할 의지도, 일관성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고 분석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정상들과 협상하는 방식이 순진하고 어리석다며 푸틴 대통령이나 시 주석보다 하수라고 깎아내리기도 했다. 그는 “나는 푸틴과 시진핑의 모습을 테이블 건너에서 지켜봤다”며 “그들은 트럼프의 속내를 꿰뚫어보는 것 같았다. 그들이 맞은 편 테이블에 앉아 있을 때 공정한 협상이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과 세르게이 스크리팔 전 요원의 독살로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강화됐으나 그가 국내서 하는 일에 대해서는 반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계산한 것처럼 보인다고 CNN은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시 주석의 경험은 푸틴 대통령과 달랐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휘말린 그는 무역 문제뿐 아니라 위구르족이나 홍콩 같은 인권 문제, 세계 차기 강대국의 부상을 막는 것 등 트럼프 대통령의 진짜 의도를 계산해야 했다. CNN은 “이 모든 것은 중국이 세계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는 데 트럼프 대통령이 실질적 위협인지 아니면 같은 목표를 가진 더 똑똑한 상대인지에 대한 시 주석의 계산 중에 있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가운데 최근 유럽 등 미국의 동맹국들은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양상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對中) 대책을 거부하고 27개의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함께 해야 중국과 야심찬 거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정책과 산업스파이, 지적재산권 도용 문제로 중국과 대립해 박수갈채를 받은 반면 그의 전술은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미 외교관계위원회의 로버트 블랙윌은 “이제 미국 대통령의 과제는 미국의 힘을 강화시키는데 목표를 두고 보다 유능하고 능숙한 외교를 통해 미국이 아시아에서 더 성장하며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의 불안정한 행동에 대해 맞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CNN은 “역사학자들이 앞으로 논쟁해야 할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가 아닌 그들의 행위를 얼마나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변화시켰느냐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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