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월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토부와 해양수산부 업무보고에 참석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월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토부와 해양수산부 업무보고에 참석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국토부 장관 긴급보고 받아
불만 폭증에 문대통령 지시
여당, 부동산대책 수습 나서
“누구나 양도세 물게 하면 해결”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6.17부동산대책이 발표된 후 불만들이 늘어나자 문재인 대통령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긴급 보고를 받고 보완책 마련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국토부 장관의 긴급보고를 받은 것은 처음이다. 부동산대책 발표에도 부동산 가격 상승은 심상치 않은 데다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는 이유에서다. 이로 인해 최근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文, 부동산대책 보완책 마련 주문

문 대통령은 긴급 보고를 받고 4가지 큰 방향으로 주택정책을 마련하도록 주문했다. 우선 청년·신혼부부 등 생애 최초 구입자에 대한 세금 부담 완화다. 문 대통령은 “서민들은 두텁게 보호되어야 하고, 그에 대한 믿음을 정부가 줘야 한다“면서 “실수요자, 생애 최초 구입자, 전·월세에 거주하는 서민들의 부담을 확실히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생애 최초 특별공급 물량 확대도 지시했는데, 이는 6.17대책 이후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내집 마련이 더 어려워졌다’고 실수요자들의 불만들이 나오자 부담 완화를 지시한 것이다.

두 번째는 다주택자에 대해 과세를 강화해 세금 부담을 높일 것을 지시했다. 이와 함께 청와대 참모들에게도 21대 국회 최우선 입법 과제로 종합부동산세 개정안을 지시했다.

종부세법 개정안은 작년 12.16부동산대책에서 발표한 내용으로 다주택자에게 최고 4% 세율을 매기는 것이 핵심이다. 3주택 이상 보유자나 조정대상지역에서 2주택 이상을 보유한 사람에게 적용하는 세율을 기존 0.6∼3.2%에서 0.8∼4.0%로 높이며, 1주택 보유자와 규제지역이 아닌 곳의 주택을 2채 보유한 사람에게 적용하는 세율도 기존 0.5∼2.7%에서 0.6∼3.0%로 높인다.

아울러 다주택자 고위공직자들의 솔선수범을 위해 집을 팔 것을 지시하자, 청와대는 2주택자인 노영민 비서실장이 반포 아파트를 내놨다고 발표했다가 50분 뒤 반포가 아닌 청주였다고 정정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세 번째로는 공급 물량 확대를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또 “정부가 상당한 물량의 공급을 했지만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으니 발굴을 해서라도 추가로 공급 물량을 늘리라”며 “내년에 시행되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는 6.17대책에 대한 보완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반드시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며 “보완책이 필요하면 주저하지 말고 언제든지 추가 대책을 만들라”고 말했다.

여당에서도 정부의 부동산대책 실패를 인정하며 대책마련에 나서겠다고 수습 중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내집 마련과 주거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면서 “다시 한번 부동산 시장의 불안한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드리게 돼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종부세법 개정안을 포함한 ‘부동산 5법’ 처리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요건 강화 등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 분양권 불법 전매 시 10년간 청약을 제한하는 주택법 개정안, 임대사업자에게 주는 세제 혜택을 줄이는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이다.

민주당 차원에서는 총선 공천 당시 투기지역 등의 다주택자의 경우 실거주용 1주택을 제외한 나머지를 처분한다는 서약서를 받은 만큼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에서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된 23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에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천지일보 2020.6.2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에서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된 23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에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천지일보 2020.6.23

◆부동산대책 문제와 해법은 무엇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천지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정부가 1인 1주택자에 대해 예외 없이 양도소득세 하나만 물면 모든 규제가 필요 없을 것이라고 간단한 해법을 제시했다.

신 교수는 “현재 9억원 이하 1인 1주택자 아파트의 경우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그 대상은 전체 아파트에서 절반 이상 될텐데,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올라가도 이들은 9억원까지는 양도소득세를 물지 않는다는 말이다. 여기에 해당되지 못하는 자들은 자신들도 주택을 가져보고자 해도 집이 없다는 이유로 규제를 받는다면 결국 불공평하다는 생각만 늘게 되는 것”이라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근본적으로 주택가격이 올라가는 이유는 놔두고 편법들을 쓰다보니깐 효과가 없는 것”이라면서 “모든 주택을 가진 자에게 예외 없이 양도소득은 적정수준으로 확실하게 누진으로 물린다는 것만 확정하면 LTV(주택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투기과열지구 이런 규제 아무 필요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박선호 국토부 제1차관은 이번 규제대상 지역에서는 빠졌지만 최근 집값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김포와 파주 등에 대해서는 7월 중에라도 추가 규제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시장 동향이 지정 요건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즉각적으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이같이 규제대상지역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또다시 풍선효과가 우려되기 때문에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장 우려되는 것이 풍선효과다. 규제가 강화되는 지역 이외 지역으로 부동산 투기나 거래가 빠른 속도로 옮겨가는 현상들이 발표 시점에 계속 나타나고 현실화되고 있다”면서 “또다시 주변지역을 규제강화지역으로 지정한다면 풍선효과는 도미노처럼 반복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렇기 때문에 규제개상지역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어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황 연구위원은 “2030대가 반발하는 것에 대한 가장 중요한 해법 중 하나는 공급 확대다. 내집 마련에 대한 수요자체는 꾸준한 반면 공급은 그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 충분하지 않다”면서 “이같이 한정된 공급 안에서 집값을 잡으려는 것에만 정부가 지나치게 포커스를 맞춘 게 아닌가 싶다. 공급을 확대한다면 가격상승 압력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공급확대를 위한 정책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같은 공급확대 정책이 부동산정책 우선순위에서 왜 밀려 있는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공급확대와 관련해 신세돈 교수는 2030세대가 실제 이용할 수 없는 공급확대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입장을 나타났다. 신 교수는 “강남에 15억~20억짜리 아파트를 아무리 늘린다 해는 2030대가 부담할 수 없는 가격이면 소용이 없다. 따라서 서울 중심에 1~4층까지는 공공시설을 갖추고 그 위로 500채 내외로 49.5㎡에 3억~6억원 가격의 실용적인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한다면 이 문제 역시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천지일보DB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천지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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