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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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홍콩보안법이 6월 30일 중국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2900여명 전국인민대표의원 중 상무위원 참석자 163명. 단 한 명의 반대도 없었다. 지난 7월 1일 자로 시행되고 있다. 이는 중국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4차위원회를 열었던 2019년 10월 28일 “홍콩 특별행정구가 국가안전을 수호할 법률과 집행기제를 갖게 될 것이다” 고 강조했던 날을 기점으로 일사천리로 진행된 결과이다.

가결 15일 전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국의 분열을 시도한다면 뼛가루만 남을 것이다”고 말한 후 실행해 옮겨진 구체적 법안이기도 하다. 이 말에서도 보듯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이 그렇게 반대하고, 750만 홍콩인 절대다수가 극렬히 반대하는 주민통제법이 21세기 최고의 민주성을 자랑하는 홍콩에서 강행됐다. 근원은 공산당 수뇌부가 판단할 때 국가의 핵심이익이 훼손되고 있다는 정치적 위기의식이다. 그렇게 증오하고 있는 외세들이 개입해 중국 주권과 공산당 정권에 도전하고 있다는 중국 나름의 판단이다.

1842년 아편전쟁 이후 홍콩이라는 도시를 중심으로 반식민적 국가의 나락에 빠져들었다. 치욕의 역사를 갖고 있었던 중국이다. 이제는 더 이상 굴욕의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과 힘 대결에서도 잠시 힘들겠지만, 현재의 종합국력으로 능히 극복이 가능하고, 절대 밀리지 않는다는 상징적이기도 한 고도의 ‘정치치적 행위’이다. 이러한 정치적 행위를 한 이면에는 중국 나름의 철저하고도 치밀한 상나라 후손들의 경제적 계산도 한 몫하고 있다. 큰형님 미국이 나서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홍콩에서 미국인만 해도 8만 5000명이 있다. 미국 기업 1300여개를 포함해 1541개의 글로벌 기업이 있다. 미국기업본부와 사무소는 700여개이다. 홍콩에서 미국은 무역흑자만 10여년간 보고있다. 반면에 트럼프가 으름장을 놓는 관세 폭탄의 영향을 받을 홍콩제품은 홍콩대미 수출의 1.21%에 불과 하다. 지난해 홍콩의 대미 수출액은 3040억 홍콩달러로, 원화로 약 47조원이다. 제조업 보다는 금융과 물류 고도의 서비스업이 주류인 곳이 홍콩이다. 미국이 보복관세를 부과해도 타격은 미비하다. 한마디로 제한적이다. 중국 본토의 경제 규모에서 보면 조족지혈(鳥足之血)에 불과하다.

반면에 미국의 홍콩특별지위 박탈로 무역과 금융의 허브항인 홍콩의 이미지 추락과 위상은 이전만 못할 것이 자명하다. 국제 금융시스템과, 미국달러와 홍콩달러 가치를 고정시키고 있는 홍콩달러 페그제는 분명 생명력을 잃을 것이다. 달러와 맞교환이 어려워진다. 최악의 경우 향후 평범한 중국 내륙의 일반적 도시로 전락할 수도 있다. 서방도 지금과 달리 홍콩을 중국의 일부로 간주할 것이다. 본토는 이만한 고통은 감내할 것이며, 차제에 홍콩을 완전히 장악해 공산당 완전 통치의 서막을 내린다는 것이다. 마침 미국과 무역마찰의 진행 중 전개되고 있는 힘 대결의 결과는 예상된다. 중국이 도도히 전진해 가는 열차는 홍콩역에서 잠시 쉴 뿐이다. 중국몽 열차는 홍콩을 지나 대안으로 떠오르는 중국 최남단 천혜의 섬 해남도로 달리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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