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신창원 기자] 북한이 연일 대남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14일 오후 경기도의 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한국군 초소 맞은편 북한군 초소에서 북한 군인이 근무를 서고 있다.ⓒ천지일보 2020.6.14
[천지일보=신창원 기자] 북한이 연일 대남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14일 오후 경기도의 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한국군 초소 맞은편 북한군 초소에서 북한 군인이 근무를 서고 있다.ⓒ천지일보 2020.6.14

WSJ, 북한군 탈북자 인터뷰 기사 실어

“그곳은 무법천지”… 노골적인 뇌물 요구도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군 부대 내 부패가 만연해 뇌물을 주면 빠른 진급, 훈련 열외 등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한 탈북자의 이야기가 북한군의 부패상을 보여 준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는데, 북한군 비무장지대(DMZ) 부대에서 병사로 근무하다가 지난 2017년 12월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순한 20대 초반의 노철민씨를 인터뷰해 요약·정리한 내용이다.

WSJ에 따르면 노씨는 2017년 늦여름 북한 병사들이 선망하는 DMZ 부대에 배속됐다. 뛰어난 사격 기술과 북한의 일반 주민들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큰 키 177㎝가 영향을 미쳤다.

노씨는 최정예 병사로 구성된 북한군 DMZ 부대에 배치된 만큼, 충분한 식량과 조직화된 리더십·집중적인 훈련을 기대했지만 허상에 불과했다고 한다.

첫 사격훈련 때 동료 병사들이 아무도 나오지 않아 노씨는 깜짝 놀랐는데, 이들이 상관에게 뇌물을 줘 사격훈련에서 빠졌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부대에 부패가 만연했고 뇌물을 줄 돈이 없으면 좋은 처우나 빠른 진급, 훈련 열외, 심지어 충분한 식량조차도 기대할 수 없었다.

노씨는 WSJ에 “그곳은 무법천지였다”면서 “돈이 있다면 어떠한 것도 모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씨는 “나 자신의 미래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고 토로했다.

한번은 DMZ부대에 배치된 뒤 한 상관이 다가와 “내가 원한다면 너를 폭행할 수 있고, 내가 죽으라고 말하면 너는 죽어야 한다”고 위협하기도 했으며 “진급을 원하지 않느냐”라고 노골적으로 뇌물을 요구한 적도 있었다.

총기 사고로 동료 병사들이 죽어갔다. 상관들은 식량을 훔쳐 가까운 시장에 내다팔았다. 병사들은 값싼 옥수수 죽을 먹어야 했다.

노씨는 DMZ 부대에서 야생 버섯 등을 채취해 먹었고, 수개월 만에 체중이 41㎏까지 빠졌다. 그가 유일하게 널리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담배였다.

노씨는 탈북을 결심하고 2017년 12월 탈북을 행동에 옮겼다. 소총과 실탄 90발, 수류탄 2개를 지닌 채 무작정 남쪽으로 내달렸고, 가슴까지 차는 물을 건너기도 했다.

한국군 병사는 “귀순자냐”고 물었고, 노씨는 “그 말이 처음 듣는 단어였다”고 WSJ에 말했다. 아울러 “남쪽으로 무사히 넘어왔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노씨는 최근 대학에 다니고 있으며 주말에는 웨딩홀 뷔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잘 지내는 편이지만, 탈북 이후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 상황을 알지 못해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탈북자 가족들을 피박하고 처벌하기 때문이다.

노씨는 “모르는 상황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면서 “나는 매일 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WSJ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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