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은 익히 이스라엘과 종교적 대결구도로 인해 화약고라 불려 왔다. 얼마 전부터는 중동의 각 지역마다 나라마다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악화일로(惡化一路)를 치닫고 있다. 사막과 기름이 충만한 곳이기 때문인지 화약고라는 닉네임으로부터 벗어나기는 어려운 것 같다.

튀니지의 쟈스민 혁명으로부터 시작되어 독재에 맞서는 자발적 시민운동으로 이어지고, 급기야 종족의 싸움으로 비화된 리비아 내전은 수많은 인명살상과 함께 세계경제의 발목을 잡으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엔 이슬람권의 비난에 앞장서 온 미국의 존스 목사가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놓고 모의재판을 한 후 유죄판결을 내리고 결국 불태우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격분한 아프가니스탄 이슬람교도들은 유엔직원을 포함해 30여 명의 사망자와 140여 명의 부상자를 냈고 시위는 전국 주요도시로 확산되며 겉잡을 수 없는 사태로 치닫고 있다.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자 미국 의회서도 ‘표현의 자유’로 인해 법적제재를 할 수 없다고 애써 발을 빼던 기존 입장에서 ‘코란 소각 비난 결의문’을 추진키로 하는 등 사건의 해결을 위해 적극적이고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은 이번 코란 소각행위에 대해 ‘편협된 종교신념’이라고 비난했으며, 미국 정치권도 한사람의 종교적 자기신념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게 됐다고 비난에 가세했다.

그러나 존스 목사는 비난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번엔 코란에 이어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하마드를 재판하겠다고 나서며, 이슬람사원 앞에서 최대 시위를 벌이겠다고 하는 등 이슬람을 향한 모독적 발언은 외려 강경해 지고 있다.

결국 무지하고 그릇된 한 개인의 종교적 신념은 외교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랍권의 반미감정을 낳게 하는 어찌 보면 국가적 초 위기사태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지구상에는 수많은 종교가 존재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아프간 주둔 미 사령관이 지적한 대로 존스 목사의 타종교 경전 소각 사건은 아마 가장 편협되고 독단과 독선이 가득한 종교가 바로 기독교라는 생각을 굳히게 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존스 목사의 금번 비종교적 처사는 이미 괘도를 이탈한 기독교의 단면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기독교의 근본정신과 배치되는 오늘날의 기독교 지도자들의 행태는 타종교와 비종교인은 물론 기독교인들에게까지 외면하게 하고 나아가 종교자체에 환멸을 느끼게 하는 원흉으로 전락해 버렸다.

기독교의 정신은 ‘사랑과 용서 그리고 희생’이다. 그들이 사랑한다는 하나님과 예수는 성경을 통해 오직 이 하나를 깨닫게 하고 실천하라고 했다. 독선이 가득한 자기중심적 신앙으로 얼룩진 오늘날의 기독교엔 이미 그와 같은 계명이 사라진지 오래며 온갖 더러움만이 가득한 곳으로 추락했다.

지키라는 계명 대신 ‘돈과 명예와 권력’으로 인해 부패와 타락의 산실이 돼버린 종교가 바로 이 시대의 기독교임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 속담에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를 나무란다’는 말은 바로 오늘날의 기독교 지도자들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지난 1일 서울 명동 청어람에선 요즘 한창 전개되고 있는 ‘한기총 해체를 위한 기독교인 네트워크’ 주최로 ‘한기총은 왜 해체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발제자로 나온 손봉호 교수는 “한국교회가 과거에 신사참배와 같은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이 그때보다도 심각한 위기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지금이 기독교의 계명 중 첫 번째인 “나 외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는 하나님의 제1계명을 어긴 ‘신사참배’ 그 시절보다 더하다면, 오늘날의 종교지도자들은 신(神)을 버린 것은 물론 하나님보다 더 높아져 있다는 경고인 것이다.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한결같이 그들은 한기총에 “불필요한 악(惡), 암 덩어리”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를 삼가지 않는 지경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제 우리가 심각하게 살펴볼 것은, 이처럼 한국교회가 타락할 수밖에 없는 아주 근본적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복음신학원대학교 배덕만 교수는 “한국교회에 하나님의 말씀이 없는 무지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목사들이 성경을 가르치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이 말씀을 모르고 또 믿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목회자뿐 아니라 잘못된 목회자를 무조건 따르는 맹신자들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이 같은 현상 즉, 목회자들이 말씀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은 결과로 말씀에 갈급한 교인들이 무료로 신학을 가르쳐 주는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늘날 종교가 비뚤어져 있는 것만큼은 틀림없지 않은가. 인정해야 한다.

경(經)에 기록되어 있기를 어그러진 길을 가는 발람을 말 못하는 나귀를 들어 책망한 내용이 있는 줄 안다. 저들의 경고와 책망에 귀 기울일 줄 아는 겸손하고 현명한 지도자들로 돌아오기를 그래도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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