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추적> 자살 경산시청 직원 검찰 폭행당했나
당사자 사망에 검찰쪽 진술만으로는 진상규명 '힘들 듯'

(대구=연합뉴스) 공직비리에 연루된 혐의 등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다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 경북 경산시청 공무원 김모(54.5급)씨가 유서에서 밝힌 '검찰의 수사 중 폭행.욕설' 주장의 진실이 밝혀질 수 있을까.

숨진 김씨는 A4용지 20여장에 자필로 작성한 유서에서 "수사 중 뺨을 맞는 폭행은 물론 중형을 구형하겠다는 협박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김씨가 폭행당했다는 점을 밝힌 것은 유서를 통해서였고 유서에 지목된 검사와 수사관만이 진실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김씨의 경우 조사과정이 영상녹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객관적인 증거도 제시될 수 없는 상황이다.

◇유서에 무슨 내용 담겼나 = 김씨의 유족들이 5일 언론에 공개한 유서에 따르면 유서는 경산시민과 자신이 조사를 받던 사건과 관련된 인물 등을 상대로 수일에 걸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유서의 핵심 내용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수사과정에서 검찰로부터 뺨을 수차례 맞는 등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과 진술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중형을 구형하겠다며 협박을 받았다는 것.

김씨는 유서에서 자신이 마지막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지난 1일의 상황을 언급하며 조사를 받은 검사실 번호와 검사의 실명을 언급했고, 수사과정에서 수사관에게 뺨을 맞는 등 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또 중형을 구형하겠다는 협박과 모욕적인 욕설을 함께 들어 죽고 싶은 심정이 들었고, 수사를 받고 귀가한 뒤 후유증으로 병원까지 다녀왔다고 했다.

특히 검찰 수사의 대상이 됐던 승용차 수수혐의 부분에 대해서는 차량을 빌려 탄 것은 공직자로서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지만 20년간 이어온 인간관계에서 대가없이 타다 돌려줬는데 검찰이 범죄로 몰고 있어 기가차다고 했다.

이와 함께 검찰이 자신에게 두고 있던 혐의점을 부인하면서 목숨을 걸고라도 진실을 밝히겠다고도 했고, 특정 검사실 번호를 대며 검사의 부당한 행동에 대한 단호한 조치도 부탁했다.

이 밖에도 자신이 수사를 받게 된 배경을 두고 경산지역 정가 상황에 대한 언급을 하며 자신이 정치적 이유로 수사를 받게 됐다고도 했다.

◇유서 내용과 일부 사실 불일치 = 김씨는 유서에서 지난 1일 마지막 검찰 조사 때 상황을 서술하면서 특정 검사실의 번호와 검사의 실명을 밝혔지만, 실명이 거론된 검사는 다른 검사실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김씨가 수차례에 걸쳐 인사비리 개입 혐의를 포함해 여러 가지 혐의점으로 조사를 받았기 때문에 검사실과 검사의 이름을 혼동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숨진 김씨를 대상으로 한 수사에는 모두 3명의 검사와 여러 명의 수사관이 동원됐고, 2달여에 걸쳐 조사를 받아온 만큼 혼동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유서 주장의 사실 여부는 확인은 = 대구지검은 김씨의 유서를 토대로 지난 1일 수사에 참여했던 특수부 검사와 수사관 등을 상대로 감찰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당사자들이 유서의 주장을 모두 부인해 유서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고, 대검찰청이 5일부터 추가 감찰을 하고 있다.

하지만 4차례나 김씨가 소환돼 조사를 받고 진술을 하는 과정이 전혀 녹화되지 않은 상태인데다 폭행 등 강압수사를 당했다고 주장한 김씨는 숨진 상태여서 주장의 진위는 수사에 참여한 검사와 수사관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검찰은 주요 사건은 범죄사실을 인정한 피의자가 법정에서 진술을 뒤집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 담당 검사가 판단해 녹화를 하지만 숨진 김씨는 혐의사실을 부인하는 상황이어서 '영상녹화업무처리지침'에 따라 녹화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의 진상 규명은 수사에 참여했던 검사와 수사관의 입에 달려있지만 설령 강압수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사망한 상태에서 이들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실을 밝히리라고 기대하기는 힘든 형편이다.

◇검찰 입장 및 시민 반응 = 안상돈 대구지검 2차장 검사는 "숨진 김씨가 마지막 검찰 소환을 앞두고 변호사를 만난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변호사를 통해 뭔가를 말했을 수도 있을 것으로 이 점에 대해서도 조사를 해 진상을 밝힐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로서는 불미스러운 일이 없었다고 믿고 있지만 국민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한 진상 규명을 통해 유서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지면 응분의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 손모(39.북구)씨는 "폭행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검찰이 큰 오점을 남기게 되는 데 같은 조직에서 감찰을 하면 진상규명이 제대로 될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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