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산림의 공익기능 평가 (제공: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현재 우리나라는 ‘녹화 성공 모범국’이라는 타이틀을 뛰어넘어 ‘세계 녹화를 주도하는 선진 산림 강국’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전쟁과 가난 속에 세계에서 가장 짧은 기간 국토녹화에 성공했다는 신화는 믿기지 않는 진실이다.”

이는 지난해 열린 ‘제23차 세계산림과학대회’에 참석차 방한한 맥알파인(McAlpine) UN 산하 국제산림기구(UNFF) 대표가 황폐지 복원의 대표적 사례인 대관령 특수조림지를 방문, 40년 전과 오늘날의 모습을 비교하고 놀라움을 표현한 말이다.

◆치산녹화사업… “헐벗은 山은 잊어주세요”
일제시대 남벌과 6.25전쟁으로 40년 전만해도 우리나라 대부분의 산은 민둥산이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전국토의 64%가 산림이다. 이는 ‘치산녹화사업’을 통해 정부와 국민이 함께 일궈낸 노력의 결실이다.

정부는 지난 1967년 산림녹화를 위해 농림부 산림국을 산림청으로 독립시킨 데 이어 지난 1973년 산림청을 내무부로 이관하고, 제1차 치산녹화 10년 계획을 새로운 산림정책으로 수립하고 추진했다.

제1차 치산녹화사업은 1982년까지 모든 산야의 ‘완전녹화’라는 목표 아래 진행됐다. 온 국민이 자신이 속한 마을과 직장, 기관, 단체를 통해 나무를 심고 가꿨다. 그 결과 계획기간보다 4년 빠른 1978년 당초 조림목표량인 100만ha보다 많은 108만ha의 녹화사업을 초과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어 1979년 제2차 치산녹화 10년 계획이 추진됐다.

2차 계획은 속성수 위주의 조림과 사방녹화, 산림보호체제의 강화, 화전정리의 완결 등 치산녹화 기반확립에 기본 목표를 두었던 제1차 계획에서 나아가 산림자원화를 지향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이 기간에는 산지이용 장기계획, 임목축적 강화계획, 장기 목재수급계획 등 장기적 경제림 조성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합리적인 산림경영 기반 구축에 역점을 뒀다.

◆이제는 가꾸는 시대
예전에는 치산녹화사업 등을 통해 나무를 심는 시기였다면 이제는 그 나무들이 고사하지 않도록 잘 가꿔야 하는 시대다. 오늘날 산림정책도 치산녹화와 산지자원화시대를 지나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을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점에서 산림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기후변화 문제 해결의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UN은 산림의 역할과 중요성을 인식, 올해를 ‘세계 산림의 해’로 지정하기도 했다. 지구온난화 우려가 잇따르자 경관과 더불어 환경을 생각하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

지난달 산림청이 생명의숲과 주최한 ‘내 나무 갖기 캠페인’에서 만난 김귀석(80, 서울 종로구 혜화동) 씨는 “마당에 나무 심는 것을 워낙 좋아한다. 올해 식목일에도 몇 그루의 묘목을 심을 예정이다”며 “요즘에는 기후변화 문제도 있으니까 우리가 열심히 나무를 심어 함께 맑은 공기를 만들어 가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립산림과학원 녹색경제연구과 김종호 과장은 “이제는 1970년대 이후 녹화된 산림을 경제․환경․공익적 가치가 높은 산림자원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1·2차에 걸친 치산녹화사업으로 국토녹화에는 성공했지만 산림의 다양한 활용을 위한 기반 마련에는 비교적 취약했던 게 사실이다.

산림 경관만 하더라도 지금까지 고속도로변 숲은 산림녹화와 도로보호 기능만 중요하게 여겨져 왔다. 이에 산림청은 고속도로변 산림을 대상으로 지난 2005년 시범사업을 거쳐 산림의 경관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숲 가꾸기’를 실시한 바 있다. 앞으로는 서울숲과 같은 명품 도시숲을 광역시별로 조성하기 위해 도시별로 명품숲 추진협의체를 구성할 예정이다.

산림청은 경제림도 더 많이 조성해 나가기로 했다. 이는 녹화 수종을 교체하는 것으로, 기존에 심었던 아카시아·리기다소나무 등을 경제적 가치가 높은 백합나무 등의 수종으로 바꿔 산업용재로 공급할 경제림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초기에는 편백·백합나무 등 기후 적응범위가 넓은 수종을 대상으로 심고 중장기적으로는 식생기후대 북상에 대비, 가시나무와 후박나무 등 우리나라 고유종인 난대수종의 조림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앞서 말한 대관령 특수조림지도 강추위와 강풍 등 나무 생장에 최악의 환경을 가진 지역으로, 지난 1968년 화전민이 떠난 후 나무 한그루도 보기 힘든 지역이었다. 그러나 지난 1976년부터 시행된 특수조림에 의해 방풍책과 지주목을 설치, 그 결과 현재 전나무와 잣나무, 낙엽송 등이 빽빽한 숲이 됐다.

◆산림이 주는 녹색효과
지난 40년간 우리나라는 급속도로 녹색국토를 회복해왔다. 그동안 산림자원은 얼마만큼 증가했을까.

산림청에 따르면 약 11배가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림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목재와 버섯, 약초 등을 생산하는 경제적 기능뿐 아니라 공익적 기능도 갖고 있다.

김종호 과장은 “산림이 갖는 효과는 목재생산 등 경제적인 면에서도 뛰어나지만 공익기능의 효과는 경제적인 것 보다 더 크다”고 설명했다. 경제적 가치는 연간 5조 원인 반면 공익적 가치는 연간 73조 원에 이른다.

산림의 공익적 기능으로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보내는 것 ▲비가 내리면 산림에서 물을 저장한 뒤 맑은 물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며 산사태를 막아주는 것 ▲아름답고 쾌적한 휴식처를 제공하고 소음을 방지해주는 것 등이 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공익계량화연구팀이 산림의 공익 가치를 연구한 결과 우리나라 산림이 1년간 제공하는 공익기능의 가치는 73조 1799억 원으로 평가됐다. 이 평가액을 따져봤을 때 산림은 국민 1인당 연간 약 151만 원 상당의 산림환경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2008년 기준 산림의 공익기능 평가’를 살펴보면 산림의 공익기능(총 평가액 73조 1799억 원) 중에서 수원함양기능(18조 5315억 원, 25.3%)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그 다음이 대기정화기능(16조 8365억 원, 23%)이었다.

이 당시 평가된 산림으로부터의 산소공급량은 3380만 2000톤. 연간 약 1억 2348만 명이 호흡할 수 있는 양이다.

마지막으로 김 과장은 “산림이 사람에게 주는 효과는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 엄청나다. 그것을 잘 가꾸는 게 우리의 몫”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