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평론] 김종인의 한 달 울림이 없다
[정치평론] 김종인의 한 달 울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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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병 정치평론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이제 한 달, 그간의 활동에 대한 평가를 하기엔 아직 너무 이르다. 하지만 총선 참패 이후 갈팡질팡하던 통합당의 ‘비상’ 시기에 당 혁신의 임무를 맡았다는 점을 강조한다면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허투루 들을 수 없는 대목이다. 어쩌면 김종인의 한 달이 통합당 혁신의 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잣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21대 총선에서 궤멸 수준의 참패를 당한 통합당은 철저한 내부 성찰도 없이 시간에 쫓기듯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를 수용했다. 철저한 내부 성찰이 없었으니, 당 내부에서 무엇인가를 만들어 낼 동력은 더더욱 없었다. 김종인 외 다른 대안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총선 참패를 둘러싼 치열한 책임 논쟁과 당내 세력 재편, 그리고 당의 새로운 좌표설정을 잠시 중단할 수 있는 ‘일시적 타협책’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잠시 비도 피하고 시간도 벌 수 있으니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어렵지 않게 정착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렇다면 당내 타협책으로 영입된 김종인 위원장이 제대로 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지난 취임 한 달을 되짚어 본다면 지난 한 달 동안 통합당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원내 리더십은 총선 참패의 유탄까지 덮치면서 20대 국회 후반기의 연장선에 있는 듯하다. 누구의 잘못을 따질 필요도 없다. 국회 정상화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기본이다. 그리고 ‘국회 보이콧’은 장외투쟁 다음으로 비난받는 하책 중의 하책이다.

지난 총선에서 거의 두 배 가까운 의석을 확보한 여당이 의회정치를 독주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은 여당의 오만이 아니라 민심의 방향이다. 그럼에도 소수 야당의 동의를 구하고 협치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면, 그것은 민주당의 수준 높은 정치력으로 평가할 대목이다. 그러나 민주당에게 그런 역량을 기대했다면 오판 아니면 순진한 것이다. 특히 통합당이 그 상대인 민주당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면 그건 정말 납득하기 어렵다. 현실정치의 파트너로서 전략 부재요, 무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뒤늦기 전 상임위원장을 포기한다든지 또는 국회 보이콧으로 맞서는 행태는 20대 국회 후반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민심을 움직이기는커녕 다시 절망으로 가고 있을 뿐이다.

원내 지도부는 그렇다 치자. 그렇다고 해서 당 혁신의 총대를 멘 김종인 위원장이 뭔가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것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고 민주당의 행태를 꼬집는 발언은 너무도 식상하다. 말은 맞지만 공감이 없다는 뜻이다. 이전에 황교안 대표 때는 더 셌다. 그 결과 지난 총선에서 참패했다. 그런데 지금도 그때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자신의 상품을 내놓아야지 매번 상대방 상품만 때리고 상처내고 또 비난하는 행태는 국민의 공감을 얻어내기 어렵다. 게다가 21대 국회의 ‘개원’이라는 타이밍엔 어울리지 않는다. 시작부터 이렇다면 더 뭘 기대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할 따름이다.

김종인 위원장이 비대위원장 취임 전에 ‘40대 경제 마인드’라는 막연한 워딩으로 차기 대선 후보감을 언급한 적이 있었다. ‘그 사람이 누구냐’며 여의도 정가 안팎에선 ‘퀴즈 쇼’가 벌어지는 듯 했다. 당연히 언론의 주목도 받았다. ‘킹 메이커’란 얘기가 뒤따랐다. 덩달아 김종인 대표의 행보가 멀고 크게 보여진 것은 ‘덤’이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더 구체화되는 후속 스토리는 없었다.

취임 후에는 ‘깜짝 놀랄 정책’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또 시선이 집중됐다. 심지어 김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놀라지 말라’고도 했다. 시간이 얼마 지난 뒤 김 위원장은 ‘기본소득’을 얘기했다.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민주당을 비롯해 학계와 시민단체 그리고 이재명 경기지사 등이 오래 전부터 주장했던 이슈이긴 하지만, 그 엄청난 이슈가 통합당 비대위원장 입에서 나왔다는 것 자체가 놀랄 만 했다. 정말로 기본소득 정책이 현실화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기본소득 얘기가 점차 공론화로 이어지자 김 위원장은 ‘환상’ 같은 얘기라며 발을 빼버렸다. 싱겁다 못해 ‘개그’ 같은 얘기가 돼 버렸다. 놀란 사람들만 하루아침에 바보가 돼 버렸다.

정말 개그 같은 얘기는 대선주자론 후속편에서 나왔다. 김종인 위원장은 최근 대선 후보감으로 백종원씨를 거론했다. 싫어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게 이유였다. 개그라면 너무도 가볍고, 약간의 의중이라도 있었다면 ‘블랙코미디’에 다름 아니다. 우리 국민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그 인식조차 상식 밖이기 때문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최근에는 차기 대선주자와 관련해 “당 밖에 꿈틀꿈틀 거리는 사람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그 사람이 누구인지 말해줄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개원 국회마저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이 와중에, 통합당 혁신 과제가 산더미 같은 이 엄중한 시점에 김종인 위원장의 이런 행보는 상식 밖이다.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뜬구름 잡는 식의 ‘대선후보 퀴즈 쇼’를 남발하고 있는 모습은 전형적인 구태에 다름 아니다. 김 위원장은 잠시 언론의 시선을 모을 수 있으니 ‘남는 장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또 싸움판인 국회를 보며 가는 곳마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국민은 어찌하란 말인가. 더욱이 제1야당 통합당의 제대로 된 혁신을 바라는 당원과 국회의원들의 간절함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의 이 천금 같은 시간 앞에선 김종인 위원장의 한 달을 보노라면 소리는 컸지만 울림이 없었다. 울림이 없으니 공감인들 어디서 찾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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