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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이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여러 장기에 해악을 끼친다는 점이 확인됐다.

앞서 알려진 대로 폐가 파괴될 뿐만 아니라 뇌세포까지 파괴해 생존하더라도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코로나19 사망자 87명의 폐, 38명의 뇌, 41명의 심장을 부검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사망자들의 공통적 특징은 골수에 폐에만 존재하는 거핵세포가 다른 장기들에서도 지나치게 많이 나왔다는 점이었다. 거핵세포는 혈액을 굳혀 출혈을 멈추게 하는 혈소판을 만드는 세포다. 이에 의료진은 코로나19가 혈소판을 과잉 작용시켜 위험한 혈전(핏덩어리)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의심하게 됐다.

WP는 인과관계가 정확히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이런 특이증상과 함께 여러 장기에 문제가 생겼다고 전했다. 일부 의학자들은 이 같은 부검 결과를 토대로 혈소판 작용을 억제하는 치료법에 대한 연구에 돌입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가 올해 4월 공개한 44세 남성 사망자의 폐 안에는 미세한 혈전이 수백, 수천개가 발견됐다. 부검에 참여한 리처드 밴더 하이드는 “예전에 그런 사례를 본 적이 없었다”며 다른 사망자들에게서도 같은 패턴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미국뿐 아니라 이탈리아, 독일 연구진의 부검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 사망자들은 심장에서도 과도한 거핵세포가 발견됐다. 중국 연구진도 초기에 입원한 중증환자의 20~30%가 심장 기능에 문제를 겪었다는 연구 결과를 보고한 바 있다. 뉴욕대 랜곤메디컬센터에서 부검을 진행한 에이미 라프키비츠는 “심장에 거핵세포가 존재하는 걸 본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망자들의 심장에는 염증이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일반적인 심근염과도 완전히 달랐던 것이다. 밴더 하이드는 “심장마비로 숨진 코로나19 환자를 부검한 결과 폐가 주된 손상 부위였고 심장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들은 미각이나 후각 마비, 우울증, 발작, 경련, 정신착란 등 신경의학적인 증상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에 의료진은 바이러스가 뇌에 침투해 염증이 생긴 게 아닌지 의심했으나 부검 결과 염증이 아닌 뇌에 산소가 부족해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보스턴 여성병원의 신경의학자인 아이적 솔로몬은 사망자 18명을 대상으로 대뇌피질, 시상, 기저핵 등 뇌의 각 부분을 검사한 결과 뇌에 침투한 바이러스는 거의 없고 염증 부위도 적었으나 산소공급 부족 때문에 손상된 부위가 넓게 발견됐다.

이에 뇌가 산소를 공급받지 못해 광범위하게 손상되면서 신체 여러 기능이 퇴행했다는 의심으로 이어졌다. 솔로몬은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살아남은 이들에게 뇌 손상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남아있는 거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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