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고(故) 최숙현 선수가 엄마에게 보낸 카톡 메시지. (제공: 이용 의원실) ⓒ천지일보 2020.7.2
지난달 26일 고(故) 최숙현 선수가 엄마에게 보낸 카톡 메시지. (제공: 이용 의원실) ⓒ천지일보 2020.7.2

트라이애슬론 故 최숙현 선수

가혹행위 견디다 극단적 선택

대한체육회, 崔선수사건 ‘외면’

선수 10명 중 6명 폭력 당해

[천지일보=최빛나 기자]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 “딸 전화 좀 받아봐. 무슨일이야?”

이는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경기) 국가대표였던 고(故) 최숙현 선수가 어머니와 나눈 마지막 대화 메시지였다. 최 선수는 지도자의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이같은 체육계 문제를 지적하며 스포츠 인권 강화를 강력히 지시했다.

미래통합당 이용 의원에 따르면, 최 선수는 지난달 26일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전 소속팀이었던 경주시청 감독과 소속팀 선배에게 지속적인 폭언과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탄산음료를 시켰다는 이유만으로 20만원 어치의 빵을 강제로 먹어야 했으며, 체중 조절에 실패하면 3일을 굶어야 했던 일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 선수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받고자 대한체육회와 경주시청 등 관련 단체에 손을 내밀었지만 결국 외면당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이날 최윤희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게 전반적인 스포츠 인권 문제를 챙기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최 선수가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에 폭력을 신고한 날이 4월 8일이었는데도 제대로 조치되지 않아 이런 불행한 일이 일어난 것은 정말 문제”라며 “향후 스포츠 인권과 관련한 일이 재발하지 않게 철저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나서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이번 국내 스포츠 선수 인권 문제는 사실 그간 꾸준히 문제로 제기됐던 사안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팀 소속 성인 운동선수 125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10명 중 6명이 ‘폭력을 당한 적 있다’고 응답했다.

선수들이 당한 폭력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언어폭력이 33.9%로 가장 많았고, 이어 15.3%는 신체폭력을, 11.4%는 성폭력까지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 선수를 상대로 한 폭력 가해자는 코치가 47.5%를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정작 피해 선수들은 직접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인권위는 “실업팀은 여성선수들의 인권침해에 취약한 환경”이라며 “인권침해 피해를 당해도 팀 해체, 보복, 불이익 우려에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최 선수 사망 사건과 관련해 이용 의원은 “경북체육회는 비리를 발본색원하지 않고 오히려 최숙현 선수 부친에게 합의를 종용하고 사건을 무마시키려고만 했다”면서 “경주시청은 최 선수의 부친이 제기한 민원에 ‘그냥 고소하라’고 으름장을 놓았고, 경주경찰서는 무성의하게 조사를 마치고 검찰에 이첩시켰다”고 비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미래통합당 정희용(왼쪽부터), 김예지, 이용, 김석기, 김웅 의원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고 최숙현 트라이애슬론 선수의 진상조사를 위한 계획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미래통합당 정희용(왼쪽부터), 김예지, 이용, 김석기, 김웅 의원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고 최숙현 트라이애슬론 선수의 진상조사를 위한 계획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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