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첫 날인 1일 홍콩 코즈베이웨이에서 반대 시위를 벌이던 시위대가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이날 밤 10시께까지 약 370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출처: 뉴시스)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첫 날인 1일 홍콩 코즈베이웨이에서 반대 시위를 벌이던 시위대가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이날 밤 10시께까지 약 370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출처: 뉴시스)

‘독립’ 깃발 등 10명 위반 혐의

“평화시위에도 법 적용 가능성”

“법 해석 권력까지 중국에 있어”

테러 행위 ‘심리적기준’ 등 모호

[천지일보=이솜 기자]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본격 시행 첫날인 1일 홍콩 도심에서 수천명이 반대 시위에 나선 가운데 370명에 달하는 홍콩 시민이 체포됐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전날 코즈베이웨이 지역 등에서 열린 시위에서 밤 10시까지 370명을 체포했으며 이 중 10명은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시위대와의 충돌로 경찰 7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체포된 시위대 중 가장 어린 사람은 15세 소녀로, ‘홍콩 독립’ 메시지를 담은 깃발을 흔들고 있었다. 시위대는 불법 집회, 공공장소 소란 행위, 공격용 무기 소지 등의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이 중 레이먼드 찬, 탐탁치 등 민주파 의원 5명도 포함됐다.

전날 경찰은 집회 현장에서 시위대를 향해 “독립·전복 등의 의도를 갖고 깃발을 펼치거나 구호를 외치는 행위는 홍콩보안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깃발을 들며 경고했다.

그러나 시위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홍콩 독립’이라고 적힌 깃발과 함께 성조기, 티베트 독립을 상징하는 설산사자기, 홍콩이 독립 국가라고 주장하는 홍콩국 국기 등을 들고 나와 흔들었다.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첫 날인 1일 홍콩에서 반대 시위가 열렸다. 이들이 펼쳐 보이고 있는 다섯개 손가락과 한개의 손가락은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첫 날인 1일 홍콩에서 반대 시위가 열렸다. 이들이 펼쳐 보이고 있는 다섯개 손가락과 한개의 손가락은 "5대 요구 사항을 단 하나라도 빼지 말고 모두 이행하라"는 뜻이다. 시위대의 5대 요구는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 강경 진압 책임자 문책,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한 입장 전면 철회, 체포된 시위대 석방,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다. (출처: 뉴시스)

이날은 홍콩 주권 반환 23주년으로, 한편에서는 기념식이 열리기도 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홍콩 주권 반환 23주년 기념식에 참여해 홍콩보안법 제정을 두고 “1년 이상 동안 종종 폭력적인 시위가 이어진 가운데 안정을 위해 필요하고 시기적절했다”고 평가했다.

홍콩 법조계에서는 홍콩보안법이 평화 시위 참가자들까지 수감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법안은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를 범죄로 내세웠으나 세부적으로는 작년 시위대가 자주 했던 행동을 타겟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새 법에 따라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행위에는 입법부의 의사 진행 방해, 정부 기관 밖에서 벌이는 시위, 신호등과 공공 재산 파손 등이 포함됐다고 변호사들은 전했다.

비록 일부 경미한 범죄에 대한 형량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각각의 범죄에 대한 최대 형량은 종신형이다.

아니타 입 변호사협회 부회장은 ‘무력이나 무력의 위협이 있든 없든’ 분열 행위를 조직, 계획, 저지르거나 가담하는 사람은 유죄 판결을 받아야 한다는 제20조에 우려를 나타냈다. 국제적으로 무력이나 무력의 위협이 분열 행위를 결정짓는데 중요한 요소가 되는데, 홍콩보안법은 그렇지 않다는 설명이다.

입 부회장은 “언론의 강력한 비판이나 정부 건물 밖에서 인간 띠를 형성하는 게 방해로 간주될 것인가”라며 학교 근처에서 학생들이 택한 대중적인 시위 수단을 언급하면서 물었다.

로니 퉁 법무장관은 입법부의 절차를 마비시킬 수 있는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또한 법을 위반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입 부회장은 이러한 예시는 법원의 법 해석에 달렸기 때문에 어떤 행위가 범죄가 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아직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러나 지금 우려되는 점은 법을 해석할 수 있는 힘이 법원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대신 권력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있다는 설명이다.

이 외에도 ‘테러와 공모죄’에서도 이를 결정짓는 ‘심리적 요소(mental element)’가 명확하지 않고 이는 합법적인 시위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점도 우려가 나온다.

홍콩대 법학원 사이먼 영 교수는 “국가분열과 국가정권 전복의 정의는 상당히 합리적이지만 테러리즘과 외국 세력과의 결탁 부분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홍콩보안법 26조와 27조는 테러단체나 테러리스트에게 훈련·무기·정보·자금·장소 등과 관련해 지원·협조한 경우, 테러리즘을 고취하거나 테러활동을 선동한 경우 범죄로 규정한다.

그는 두 조항이 광범위 하다며 “심리적 요소가 명확하지 않으면 상업적 서비스, 소셜미디어 표현 등 무고한 활동도 잡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첫 날인 1일 홍콩 코즈베이웨이에서 반대 시위를 벌이던 한 남성이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이날 밤 10시께까지 약 370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출처: 뉴시스)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첫 날인 1일 홍콩 코즈베이웨이에서 반대 시위를 벌이던 한 남성이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이날 밤 10시께까지 약 370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출처: 뉴시스)

이반 초이 홍콩중문대 교수는 홍콩보안법이 작년 시위 동안 일어난 사건에 대응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초이 교수는 “새 법이 작년에 일어났던 일, 특히 테러에 관한 조항과 외국 세력과 결탁하는 것에 타겟을 두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외국에 사는 비영주권자에게도 법이 적용될 수 있는 38조도 문제시 된다. 홍콩보안법은 홍콩 영주권자가 아닌 사람도 홍콩 외 지역에서 홍콩보안법을 위반하면 이 법을 적용하도록 했다. 비영주권자는 추방될 수도 있으며 기업은 벌금을 부과 받을 수 있다.

홍콩대 법학원 푸화링 원장은 “이 조항은 다른 나라들과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게다가 중국은 외국에서 법을 집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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