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입니다 포스터(출처: tvN)
가족입니다 포스터(출처: tvN)

‘대화’가 필요한 현대인의 가족 그려

졸혼·동성애 나와도 자극적이지 않아

“다양한 가족 형태 섬세하게 풀어내”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대화가 필요해~ 우린 대화가 부족해~ 서로 사랑하면서도 사소한 오해 맘에 없는 말들로 서로 힘들게 해~”

아마 2000년대 KBS2 개그콘서트를 본 사람이라면 이 노래를 거의 알 것이다. 이제는 우리 곁을 떠나버린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서 2006~2008년 무려 2년이나 장수한 코너인 ‘대화가 필요해’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인 가족 간의 대화의 필요성을 풍자한 개그였다.

가족이지만 서로의 고향도 모르고, 사돈이나 시댁 어른들의 직업도 모른다. 아버지는 같이 사는 하나뿐인 아들의 학교가 방학을 했는지, 몇 학년 몇 반인지, 나아가서는 아들의 나이조차 가물가물해 한다. 거기다 아들은 아버지의 이름도 몰라 하지만 아버지는 “밥 묵자”며 대화를 끊고 만다. 당시 그 코너를 보며 ‘과연 저런 가족이 있을까’ 싶었지만 여기 다른 듯 하면서도 조금은 비슷한 가족이 또 있다. 바로 tvN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가족입니다)’의 김상식(정진영)네 가족이다.

대가족 문화에서 이제는 1인가구를 논하는 시대가 되어버린 지금, 상식의 가족은 똑똑하고 야무진 큰 딸 김은주(추자현), 부모님의 마음을 잘 헤아리면서 수더분한 작은 딸 김은희(한예리), 남자지만 억세지 않으면서 착한 막내아들 김지우(신재하)가 있는 다복한 가정이다. 하지만 어느 날 가족을 불러 모은 엄마 이진숙(원미경)의 졸혼 선언으로 이 가족은 시끄러워지기 시작한다.

진숙의 졸혼 선언 이후 상식이 산에서 실종되면서 이 가족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된다. 극적으로 찾은 상식이지만 그는 기억상실로 인해 22살 때의 과거로 돌아갔고 가족들은 충격에 빠진다.

한편 출판사를 다니는 은희는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작가이자 명상 수려원 원장의 권유로 명상을 하면서 과거의 자신과 마주하게 되고 4년 전 관계를 끊었던 언니와 친구 박찬혁(김지석)을 생각한다. 다시 화해를 하고자 마음먹은 은희 앞에 찬혁이 나타나고 어색함도 잠시 4년 전의 찐친(진짜 친한 친구)으로 돌아간다. 찬혁은 은희의 대학 친구이자 모든 비밀을 다 이야기 할 수 있는 ‘금고’와 같은 존재로 은희의 동생인 지우가 일하는 황금거위 미디어 대표이기도 하다.

‘가족입니다’는 주인공 김은희를 초점으로 맞추는 것보다 은희의 가족 즉 상식의 가족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들의 가족을 들여다보면 여태껏 어떻게 조용히 살았을까 싶을 정도로 여러 문제가 드러나고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대화를 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을 한다. 하지만 이들은 가족 안에서의 대화를 은희의 친구 찬혁에게 하면서 풀어간다.

현재 10회까지 방영되면서 밝혀진 내용들은 사실 자극적이면서 어떻게 보면 ‘노답’ 패밀리로 보일 수 있다. 엄마는 졸혼을 이야기하고, 아버지는 두 집 살림을 하고, 은주의 친아버지는 따로 있고, 그의 남편은 알고 보니 성소수자인데다 주인공 은희 또한 일반적이지 않다. 과거 9년의 연애를 했던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면서 헤어졌음에도 “우리는 점점 헤어져가는 중”이라고 말하면서 9년째 연애 중인 회사 부대표와 만난다. 이처럼 다사다난한 가족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하지만 작가는 조용하면서도 잔잔하게 이야기를 풀어가고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대화’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9회와 10회를 통해 터지듯 드러난다. 상식은 진숙이 과일집 사장과 바람난 줄 알고 미행까지 했으나 실상은 아픈 동생의 남편이었고, 진숙은 상식이 바람 나 두 집 살림을 하는 줄 알았으나 사고로 인해 죄책감을 느끼며 그 가족을 돌보고 있던 것이었다.

이러한 문제들은 가족 간에 신뢰가 있고 대화만 했다면 충분히 오해하지 않았을 부분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입을 다문 채 시간을 흘려보냈고 ‘졸혼’과 ‘사고’를 통해서야 고백하듯 이야기를 꺼낸다.

결국 한 지붕 아래 함께 살지만 말 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었다. 분위기로는 내 남편이, 내 아내가, 언니와 동생에게 어떤 일이 생긴 것이라 짐작하지만 말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알 수 없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처럼 표현하지 않으면 결국 오해만 생길 뿐이었다. 이를 ‘가족입니다’의 작가는 천천히 풀어가고 있다.

사실 우리의 현실도 이 가족과 다를 것 없지 않을까. 그렇기에 이를 보는 시청자들도 “다양한 가족을 섬세하게 잘 풀어냈다” “조금은 자극적인 소재지만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하며 이 가족을 응원한다.

이제 ‘가족입니다’는 반환점을 돌았다. 전반기동안 이 가족이 안고 있던 문제점들이 드러났다면 이제는 해소하는 과정만 남았을 뿐이다. 과연 이들은 가훈처럼 ‘사랑으로 화목한 가정’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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