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AP/뉴시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투표소에 도착해 신원 확인을 위해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에게 여권을 보여주고 있다. 이날 러시아에서 푸틴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터줄 헌법 개정 국민투표 본 투표가 열렸다.
[모스크바=AP/뉴시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투표소에 도착해 신원 확인을 위해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에게 여권을 보여주고 있다. 이날 러시아에서 푸틴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터줄 헌법 개정 국민투표 본 투표가 열렸다.

[천지일보=이솜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장기집권 길을 열어준 러시아 헌법 개정이 1일(현지시간) 최종관문인 국민투표를 통과했다. 러시아 헌법 개정은 지난 1월 푸틴 대통령이 연례 국정연설에서 제안한 후 일사천리로 추진됐다.

AFP통신과 외신 및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투표는 이날 11개 시간대로 나뉜 러시아 전역의 9만 6천여개 투표소에서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됐다. 투표는 시간이 가장 빠른 극동 캄차카주에서 시작돼 시간이 가장 늦은 서부 칼리닌그라주까지 차례로 이어졌다. 개표는 극동지역부터 진행됐다.

이날 밤 11시(모스크바 시간) 기준 60% 개표 상황에서 투표자 76.9%가 개헌을 지지했고, 반대는 22%였다. 투표율은 65%로 확인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러시아 중앙선관위는 시간당 8~12명 정도만 투표소에 들어갈 수 있도록 배정했다. 지난 25~30까지는 사전투표도 허용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 시내 과학 아카데미 건물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직접 투표를 했다. 그는 일회용 장갑은 물론 마스크조차 착용하지 않았다.

코로나19 국제 실시간 통계 사이트인 월드오미터 자료에 따르면 2일 01시 기준 러시아의 누적확진자는 65만 4405명이며 사망자도 9536명에 이른다. 이틀 전인 지난달 30일만 해도 하루 6693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국민투표가 이번 개헌안 통과를 위한 필수조건은 아니다. 이미 지난 3월 개헌안은 의회(상·하원) 승인과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국민투표에서 지지를 얻을 때만 개헌안을 발효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개헌에 대한 정당성 확보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제75회 전승기념일 군사퍼레이드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출처: 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제75회 전승기념일 군사퍼레이드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출처: 뉴시스)

이번 개헌으로 전체 133개 헌법 조항 가운데 46개 조항에 수정됐다.

특이한 점은 개정 헌법은 이 밖에 대통령 중임 가능 횟수도 두 차례로 못 박아 장기 집권 가능성을 차단했다는 것이다. ‘동일 인물이 두차례 넘게 연이어 대통령직을 맡을 수 없다’고 규정한 기존 헌법 조항에서 ‘연이어’란 표현을 삭제했다.

이는 푸틴 대통령이 지난 2008년 그랬던 것처럼, 대통령직을 두 차례 연임한 뒤 물러났다가 다시 대선에 나설 수 있는 가능성을 아예 차단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2024년 네 번째 임기를 마치는 푸틴 대통령이 대선에 다시 출마할 수 있도록 그의 기존 임기를 ‘백지화’하는 특별조항이 헌법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개정 헌법에서는 ‘동일 인물이 두 차례 넘게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조항을 적용하는 데 있어, 현재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거나 이미 수행한 사람의 기존 임기는 고려되지 않는다’는 조항이 들어갔다.

이 특별조항 때문에 푸틴 대통령은 기존 임기가 ‘0’이 되면서 4기 임기가 종료되는 2024년 72세가 되는 푸틴이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6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두 차례 더 역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얻게 됐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21일 자국 언론 인터뷰에서 개헌안이 확정되면 2024년 대선에 재출마하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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