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금융세제 개편안, 이중 과세 논란에서 벗어나려면
[경제칼럼] 금융세제 개편안, 이중 과세 논란에서 벗어나려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

 

정부가 증권거래세는 단계적으로 낮추되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해서는 소득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금융세제 선진화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23년부터 국내 주식에 투자해 2천만원을 넘게 이익을 낸 개인투자자들도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현재는 종목당 10억원 이상 보유한 대주주만 양도소득세를 내고 있다. 이 기준도 내년 4월부터는 3억원 이상으로 낮아진다. 2023년부터는 대주주 소액주주 구별 없이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야한다. 대신에 현재 손실과 이익 여부에 상관없이 주식을 팔 때 마다 부과되는 증권거래세는 0.25%에서 2023년까지 0.1%포인트 인하돼 0.15%로 낮아진다. 

양도세율은 상장주식의 경우 기본공제 2천만원을 뺀 뒤 나머지 이익에 대해 3억원 이하 구간에 대해 20%의 양도세율을 적용하고 3억원 초과 구간에 대해 25%의 세율을 적용한다. 다만 특정 연도에 발생한 손실을 이후 최대 3년 이내 발생한 수익에서 빼주는 3년 이월 공제 제도도 도입된다. 정부는 조만간 공청회 등 의견수렴과정을 거쳐 이달 말 2020 세법개정안을 확정하고 정기국회 입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은 방향성은 맞지만 몇 가지 사안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우선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전면 과세하기로 하면서 증권거래세는 완전히 없애지 않고 단계적 인하 후 0.15% 유지하기로 한 데 대해서 개인투자자들, 이른바 동학개미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이에 대한 항의성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정부는 이중과세는 아니라며 거래세와 양도세 부과 목적이 다르다고 해명하고 있다. 

우리나라 이외에도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도 우리나라처럼 증권거래세와 주식양도세를 동시에 부과하고 있는 데다 거래세를 폐지하면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매에 대한 과세를 전혀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선 외국인도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과세가 이뤄지기 때문에 정부의 이런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대부분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소득세를 매기는 추세다. 이들 국가들은 투자손실에 대한 이월 공제기한도 우리나라(3년) 보다 길다. 미국, 영국과 독일은 투자 손실이 나면 만회시까지 이월공제기간이 무제한이다. 프랑스의 이월공제기간은 10년이고 이탈리아(5년), 스페인(4년)이 우리나라(3년)보다 길고 일본(3년)이 우리나라와 같다. 

특히 펀드는 기본공제가 전혀 없다. 상장주식 차익에 대해선 2천만원의 기본공제를 적용하고 해외주식, 비상장주식, 채권과 파생상품에도 250만원의 기본공제가 적용된다. 이 얘기는 주식으로 2천만원을 벌면 양도세를 내지 않지만 펀드로 2천만원을 번다면 양도세를 400만원이나 내야 한다는 의미다.

간접투자방식의 펀드 투자보다 직접 주식투자를 권하는 모양새다. 또한 내년 상장주식 3억원 이상 보유한 주주는 양도소득세 부과대상이 되는데, 부모와 자녀 등이 갖고 있는 주식까지 합산하는 ‘특수관계인 규정’을 유지하기로 한 것도 논란의 대상이다.

예를 들어 부모와 자녀가 한 종목의 주식 합산해서 3억원 이상 보유하면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이 된다. 주식 양도세를 산정할 때 적용되는 특수관계인은 배우자와 직계존비속(부모, 자녀, 조부모, 손자, 손녀 등)을 말한다. 특수관계인 제도 취지는 기업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과 그 일가의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한 차원이다.

문제는 양도세 부과 기준이 점점 낮아지는 추세에서 특수관계인 제도를 유지하는 게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주식 장기보유에 대한 혜택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선진국에서 1년 미만, 1년 이상 보유자에 대한 세율을 다르게 책정하는 것처럼 우리도 건전한 장기 주식 투자 문화를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이번 개정으로 전체 주식투자자 약 600만명 가운데 상위 5%인 30만명이 양도소득세 대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나머지 95%에 해당하는 약 570만명의 거래세 부담이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양도세 세수는 약 2조 1000억원 정도 걷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점점 재정지출이 늘고 세입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연간 6조원 안팎의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결정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손실을 본 사람에게서 거래세를 받는 것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주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증세 목적이 아닌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주식 양도세를 도입하기로 한만큼 증권거래세는 중장기적으로 폐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