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각국 중앙은행들이 디지털 경제시대의 도래를 대비해 디지털화폐(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를 준비하고 있다.

CBDC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중앙은행이 발행하고 보증하는 전자화폐이다. 국가가 책임지기 때문에 안정적이며 수요에 따라 공급을 조절할 수 있다. 발행주체가 중앙은행이고 지폐나 동전처럼 액면가격이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발행주체가 민간이고 시장가격 변동성이 높은 비트코인 등 민간 가상화폐(PIDC: Privately Issued Digital Currency)와는 차이가 있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로 비대면 거래가 급증하면서 온라인 시장 규모가 커지고 접촉식 지불 수단인 실물화폐는 바이러스 감염 위험 등으로 디지털 화폐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올해를 기점으로 그동안 디지털 화폐에 부정적이었던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 추진 등으로 앞서 나가자 기축통화로서 세계 금융 시장을 장악해온 달러화 패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디지털 통화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6월 ‘리브라’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리브라는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화폐로 주요국 통화로 구성된 국채와 은행예금 등 유동성이 높은 자산바스켓(준비금)에 연동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페이스북은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인 약 24억명에 달하는 사용자를 기반으로 송금, 결제 등의 국가 간 자금 이동이 신속하고 저렴하게 할 수 있어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리브라’ 프로젝트 발표 후 디지털 화폐 발행을 공식화했다. 인민은행은 디지털 화폐를 발행 세계 최초의 중앙은행이 되겠다는 목표로 2014년부터 CBDC 연구팀을 신설해 연구를 시작했고 현재 84건이 넘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맞춰 ‘디지털 위안화’를 전면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위안화 국제화 차원에서 일대일로 사업 등에 디지털 화폐를 활용하고 있다. 광둥성 , 장쑤성, 허베이성 , 쓰촨성 등  ‘스마트도시’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시험유통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프랑스, 독일, 영국, 스위스 등 G7 국가와 금융안정위원회(FSB) 등의 국제기구는 지난해 9월 ‘리브라’에 강력한 규제와 출시를 불허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중국이 앞서가자 디지털 화폐 시대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CBDC 국제표준, 관련 규제 및 제도 제정 등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관련 기술, 발행 및 감독, 정책개발 등을 폭넓게 연구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국제결제은행(BIS)과 주요 6개국(일본, 유럽, 영국, 스웨덴, 스위스, 캐나다) 중앙은행도 중국 CBDC 등이 실제로 사용될 경우 현재 기축통화의 위상이 낮아질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며 지난 1월 공동 연구에 착수했다. 일본도 일본은행을 통해 2015년부터 디지털 화폐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 자료를 공개했다. 일본은행은 특히 2017년부터 유럽 중앙은행과 함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일본과 유럽의 디지털 화폐를 호환시킬 계획이다. 일본과 유럽이 합친 배타적인 경제 블록이 형성하면 디지털 통화 주도권 확보도 가능하다.

한국은행도 지난 4월 디지털 화폐 기술 검토를 연내 마치고 내년부터 초기 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다. 최근에는 디지털 화폐 발행에 필요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디지털 화폐 법률자문단’을 출범했다.

코로나19로 인해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경제가 성큼 다가왔다. CBDC에 관한 찬반 논란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제기구 등은 예상보다 이른 시일 내에 새로운 지급결제 수단이 출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리더십을 쥐고 있다. 디지털 화폐는 스마트폰에서 작동할 확률이 대단히 높다. 또한 카카오와 네이버 라인은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주요국들을 점유해 ‘글로벌 메신저 플랫폼’이 됐다. 디지털 화폐 시대가 열리면 잘만 대응하면 한국 경제는 유리한 기회를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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