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2022년부터 ‘국정’에서 ‘검인정’으로 바뀌는 초등학교 3~4학년 과학교과서의 검증에 참여하며, 초등 4학년 교과서를 살펴보던 중 사회 교과의 보완도서로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편찬한 ‘서울의 생활’이란 교과서가 눈에 띄었다. 책을 열어보니 흥미 있는 주제들이 많아 초등 4학년생으로 돌아가 보려는 마음으로 살펴봤다. 2단원 ‘우리가 알아보는 서울의 역사’ 내용 중 2장에 담긴 ‘서울의 역사적 인물’의 내용을 예전에 배웠던 추억을 떠올리며 교과서적인 상식 이야기로 정리해본다.

‘나라를 세우고 발전시킨 왕들’ 주제에는 ‘온조’와 ‘세종대왕’이 올라 있다. 온조는 고구려를 세운 ‘주몽’의 아들로 형 비류와 함께 남쪽으로 내려와 백제의 선조국인 ‘십제(十濟)’를 세웠다. 후에 나라 이름이 ‘십제’에서 ‘백제(百濟)’로 바뀌고, 수도의 이름이 한성으로 바뀐 내용도 소개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눈병이 날 정도로 독서와 공부를 열심히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세종대왕은 1446년에 우리 말 한글을 만들어 반포했으며, 황희와 장영실 등 뛰어난 인재들을 등용해 나라 발전에 크게 기여하며 지금도 위대한 왕으로 칭송되고 있다.

‘전쟁에서 나라를 지킨 사람들’에는 강감찬과 이순신 장군 이야기가 실려 있다. 강감찬은 거란과의 전쟁인 ‘귀주대첩(龜州大捷)’에서 큰 승리를 거두었는데, 그 때의 나이가 71세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강감찬이 태어날 때 하늘에서 별이 떨어졌다고 해 붙여진 ‘낙성대(落星垈)’가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 부근에 있다. 우리나라의 최고 영웅으로 꼽히고 있는 이순신 장군은 왜군의 침략전쟁인 ‘임진왜란(壬辰倭亂)’을 승리로 이끌었으며, 전쟁터에서 죽는 순간에도 나라를 걱정하며 남긴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마라’는 교과서에 담긴 이야기가 가슴을 찡하게 한다.

‘문화를 빛낸 사람들’로는 정선, 김홍도, 신윤복, 방정환, 손기정 등이 올라 있다. 정선은 조선 영조 대의 화가로 조선의 산과 강을 있는 대로 그려내며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라는 우리 고유방식을 만들어냈다. 조선 시대의 대표적인 풍속화가인 김홍도의 ‘서당(書堂)’과 신윤복의 ‘월하정인(月下情人)’이 조선 시대의 생활 모습 그림으로 실려 있다.

‘어린이날’의 창시자인 방정환은 1923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아동잡지인 ‘어린이’를 발간하고, 어린이 연구단체인 ‘색동회’를 설립했다. 손기정은 어릴 때부터 달리기 실력이 뛰어나 일제에 의해 일본 대표로 올림픽대회 마라톤에 출전해 우승했다. 당시 동아일보에서 손기정의 모습을 왼쪽 가슴에 있는 일장기를 지워내고 신문에 실어 손기정이 일본인이 아님을 나타내며 독립에 대한 우리 민족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 일화로 전해지고 있다.

‘건강을 지켜준 사람들’로는 허준과 지석영이 꼽히고 있다. 허준은 조선 중기 때 왕실 병원인 내의원의 의사로 활동하며, 중국의 한의학 서적을 모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동의보감(東醫寶鑑)’을 편찬해냈으며, 동의보감은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지석영은 종두법에 대한 연구를 통해 당시 어린이들이 잘 걸려 목숨을 잃는 ‘천연두(天然痘)’ 예방 주사를 개발해 많은 어린이들의 생명을 구하는 데 크게 공헌했다.

‘조선을 발전시킨 사람들’로는 정도전, 이항복, 이덕형, 사육신 그리고 정약용이 올라 있다. 정도전은 태조 이성계의 명에 따라 유교를 바탕으로 조선을 세우는데 앞장서 조선의 수도를 한양으로 옮기는 것을 추천하고, 경복궁 건설을 주도했다. ‘경복궁(景福宮)’과 ‘광화문(光化門)’은 정도전이 지은 이름이다. 이항복과 이덕형은 조선 선조 때의 신하로 이덕형은 ‘임진왜란’ 때 왜군을 물리치기 위해 명나라 사신으로 파견됐다. 사육신은 조선 문종 때 조카인 단종을 대신해 왕위에 오른 세조의 행동이 옳지 않다고 반박하려다가 계획이 들통나 사형당한 성삼문, 박팽년, 하위지, 이개, 유성원, 유응부를 일컫는다. 정약용은 조선 후기의 뛰어난 학자로 정조의 정책을 도우며 수원화성 건설을 지휘했으며, 새로운 사상과 기술에도 관심이 많아 도르래를 이용해 만든 거중기 사진이 제시돼 있다. 황희는 태조 이성계로부터 세종대왕까지 네 명의 왕을 모신 매우 현명한 정승으로 많은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독립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로는 윤봉길과 안중근이 소개되고 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기로 결심한 윤봉길은 ‘한인 애국단’에 들어가 일본군 행사장에 물통과 도시락으로 위장한 폭탄을 던져 우리나라의 독립 의지를 널리 전파했다. 안중근은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기자 자신의 재산으로 학교를 세워 나라를 위해 일할 인재 육성에 앞장섰다. 그리고 우리나라를 일제 식민지로 만드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이토 히로부미가 만주로 간다는 정보를 입수해 현장에서 저격했다. 장의 마지막 쪽에는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의미를 담은 ‘일일불독서 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이란 안중근 의사의 글씨가 실려 있다.

‘서울의 역사적 인물’을 살펴보며, 우리나라의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초등 4학년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는 흐뭇한 마음과 함께 예전 학창 시절에 학습했던 역사적 인물에 대한 추억이 떠올려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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