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생의 교단일기] 노력한 사람이 우대받는 공정한 사회는 더 멀어졌다
[최선생의 교단일기] 노력한 사람이 우대받는 공정한 사회는 더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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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용 칼럼니스트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가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 1902명 등을 정규직인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고용한다”라고 발표해 대한민국이 들끓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차원이 아닌 그동안 우리 사회가 가치로 표방해온 ‘노력과 과정의 중요성’을 한꺼번에 팽개쳐 버린 행위다. ‘노력하면 반드시 보상이 따라온다’라고 가르쳤던 교수나 교사가 가장 난감하다. “지금은 실력보다 줄을 잘 서야 살 수 있는 세상이니 노력은 무의미하다”라고 가르쳐야 할 판이다.

한 정치인은 “조금 더 배우고 필기시험 합격해 정규직 됐다고 비정규직보다 2배가량 임금을 더 받는 것이 오히려 불공정”이라며 문제의 본질조차 모르는 소리를 한다.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좋은 직업을 갖는 게 불공평하다는 말이니 기가 막힌다.

작년에 필자가 사는 남양주시의 행정복지센터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채용하는 과정에 지인이 응시했다. 지인은 비정규직으로 해당 부서에서 2년간 일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가점 없이 동일한 직군에 다시 응시해 경쟁했지만 탈락했다. 말단 행정기관에서도 계약직 자리가 정규직 자리로 바뀌면 기존 계약직 근무자를 정규직 시키지 않고, 계약직 근무 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정규직을 공개 채용하며 누구에게나 기회를 준다. 하물며 대한민국 취업 선호도 1위인 공기업에서 투명한 공개채용 절차 없이 기존에 일하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공기업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건 도무지 상식적이지 않다.

특히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1902명의 보안검색 요원 중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한 2017년 5월 12일 이후 입사자인 전체의 약 40%에 해당하는 인원에겐 채용 심사 ‘프리패스’를 주지 않는다니, 정규직 전환 기준일이 대통령 방문일이라는 건 누가 봐도 상식 밖의 기준이다. 국가의 녹을 먹는 공기업 취업에 대한 원칙이 무너지면 사회의 정의도 덩달아 사라진다. 노력하지 않고 기회만 보려는 사람이 많아진다. 노량진에서 컵밥 먹고 잠을 줄여가며 노력하던 취업준비생은 배신감과 허탈감에 좌절할 수밖에 없다.

지금 인국공 사태는 “기회가 평등하고 과정이 공정하고 결과가 정의로운”이라는 대통령 취임사하고 절대 맞지 않는다. 정규직이 필요한 자리라면 누구나 그 자리에 응시할 기회를 제공하고 공정한 선발 과정을 거쳐 우수한 직원을 선발해야 결과가 정의롭다. 그래야 진정한 ‘비정규직 제로 시대’의 가치에 맞고 국민이 공감한다. 지금까지 해온 보편타당한 기준과 절차마저 따르지 않으니 오로지 정규직 자리를 바라보고 수년간 노력해 온 젊은이들의 허탈감은 누구도 어루만져 줄 수 없다.

공립학교 비정규직도 정규직이 된 후 노조를 만들어 관리자인 교장, 교감을 위협하고 매년 파업을 통해 공무원과 교사의 수준으로 자신들의 처우를 개선하라고 요구한다. 노조의 사업계획서를 보면 최종 목표가 공무원이라고 버젓이 올라와 있다. 인국공 보안검색요원 1902명이 정규직이 되면 인천공항공사의 최대 노조가 탄생하게 되고 매년 파업을 통해 자신들의 지위를 정규직의 수준으로 올리라고 요구할 게 뻔해 공항 마비 사태가 올까 걱정이 된다.
비정규직을 줄이고 정규직을 확대하는 정책의 방향은 옳다. 단 정규직 확대 정책은 앞서 남양주시 행정복지센터의 신규채용 과정처럼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응시기회를 준 후 해야 한다. 실력도 검증되지 않고 인맥으로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도 섞여 있는 집단에 아무런 검증 없이 무조건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하는 건 사회의 공정성을 해치는 특혜다.

1902명 정규직 전환되는 사람들이 가져갈 이익보다 이 사회의 젊은이, 학생들이 겪어야 하는 가치관의 혼란과 ‘노력해도 소용없다’라는 좌절감을 안기는 사회적 실익이 훨씬 더 크다.

자식을 둔 부모 관점에서 이토록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데 당사자인 젊은이들의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공기업 사장 자리가 정권의 낙하산으로 임명되는 자리다 보니 무리수를 둔듯하다. 노력하는 자가 좋은 자리에 취직하고 좋은 대우를 받는 게 평등이지 줄 잘 섰다고 기회를 차지하는 게 평등이 아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공부를 열심히 하고 좋은 스펙을 쌓고 자기 발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성공한다”라고 가르칠 의욕조차 사라지게 했다. 인국공 사태에 분노해 시위하는 청년이 든 ‘기회는 불평등, 과정은 불공정, 결과는 역차별’이란 피켓 문구가 노력과 과정의 중요성을 팽개쳐 버린 심각한 사태란 걸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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