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로버츠 미 연방대법원장. (출처: 뉴시스)
존 로버츠 미 연방대법원장.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 연방대법원이 29일(현지시간) 낙태권 보장에 손을 들어줬다.

9명의 대법관 중 5명이 낙태시술이 가능한 병원과 의료진 수를 제한하는 루이지애나주의 법이 헌법에 보장된 여성의 낙태권을 침해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낙태에 대한 입장이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 기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국에서 보수진영은 낙태권을 제한하는 판결이 나와 연방대법원 1973년 판결을 번복할 수 있기를 희망했으나 이는 좌절됐다.

캐스팅보트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 성향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던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로버츠 대법원장은 2012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건강보험 정책 ‘오바마케어’를 유지하는 쪽에 손을 들어주기는 했지만 대부분 보수 성향에 따른 판결을 해왔다.

그러나 지난주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유예 제도 및 성적 성향에 따른 고용 차별과 관련한 판결에서 잇따라 보수 성향의 판결과 배치되는 결정을 한 데 이어 이날 낙태 반대라는 보수진영의 주요 어젠다와 배치되는 판결을 내렸다.

로버츠 대법원장이 이번 판결에서 진보 성향 대법관들과 같은 논리를 편 것은 아니다. 2016년에도 연방대법원이 텍사스주의 비슷한 법률에 대해 무효 판결을 한 바 있기 때문에 선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게 로버츠 대법원장의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 언론에서는 보수 우위가 된 연방대법원이 처음 다룬 낙태권 사건이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로버츠 대법원장의 행보에 이목을 집중하는 분위기다.

CNN방송은 “로버츠 대법원장이 보수화한 대법원에 대한 사회적·정치적 기대를 산산조각냈다”면서 “이민과 성소수자 권리, 낙태에 있어 일련의 주목할 행보를 보이면서 미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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