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로 임대료를 제때 내지 못해 거리로 내몰리는 임차인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로 임대료를 제때 내지 못해 거리로 내몰리는 임차인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임대료 3기 밀리면 소송없이 집행 가능

‘제소전화해’ 제대로 알아보고 동의해야

A요양병원, 강제집행 퇴거 위기에 발만 동동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침체가 전 세계의 경제 판도를 바꾸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임차 사업자 등이 그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및 생활 속 거리두기 등으로 경제활동이 줄어들면서 임대료가 밀린 임차인들이 건물주의 갑작스러운 ‘계약 종료’ 통보로 아무런 대책 없이 거리로 내몰리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제소전화해(提訴前和解)’ 규정 때문이다. 제소전화해는 일반의 민사 분쟁이 소송으로 발전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지방 법원 단독 판사 앞에서 화해하도록 하는 절차를 말한다. 쉽게 말해 제소를 하기 전 서로 화해(합의, 협의)한 내용을 조서로 만든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 화해한 내용에 대해 이를 신청하게 된 이유와 조항들 그리고 관련 서류를 법원에 제출하면 판사가 적법한지의 여부를 판단해 조서를 만들게 되고, 이 조서는 법적 효력을 갖게 된다.

코로나19로 임대료조차 내기 힘든 임차인들을 위해 임대료를 자진해서 인하하거나, 면제해 주는 ‘착한임대인’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사실 형편이 어려운 임대인도 있기에 ‘착한임대인’ 운동은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

문제는 임대료가 3기만 밀려도 별도의 소송 절차 없이 바로 강제집행할 수 있는 ‘제소전화해’를 무기로 삼아 임대료가 밀린 임차인을 사전에 충분한 고지도 없이 내보낸다는 데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에 위치한 5층짜리 A요양병원은 최근 계약 종료일을 한 달도 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건물주로부터 건물을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임대료 3개월치가 밀렸다는 이유에서다.

 

A요양병원은 '제소전화해' 규정으로 인해 강제집행 퇴거 위기에 놓였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A요양병원은 '제소전화해' 규정으로 인해 강제집행 퇴거 위기에 놓였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A요양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최근 힘들어졌지만 8년 동안 큰돈을 들여 스프링클러와 안전바 등 각종 시설을 보수하면서 건물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며 “대학병원에서 오는 환자들도 많기에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한 병원이다. 일반 가정집도 이사갈 시간을 충분히 주기 마련인데 병원을 강제집행하겠다고 하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해당 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 중에는 보호자가 없어 병원으로 주소가 등록된 환자만 20여명정도 된다. 이들은 당장 이전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계약서에 따르면 임차인이 나갈 때까지 월 임대료(약 4000만원)의 2배에 달하는 비용을 임대인에게 지급해야 한다.

건물주 측 법률사무소 관계자는 “임차인이 협조하지 않으면 법원 집행관이 환자들을 옮긴 뒤 강제집행을 실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제소전화해’ 규정이 상황에 따라 악용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작정하고 임대료를 안 내려는 사람으로부터 임대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임차인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일은 비단 A요양병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서울 강남구의 H동물병원도 코로나19로 인한 불황으로 임차료가 밀려 지난 5월 14일 강제집행을 당했다. H동물병원 역시 지난해 4월 맺은 ‘제소전화해’가 원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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