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정권이 추락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기업을 압박해서 임금을 올리고, 동일노동-동일임금을 추진해 대중적 지지를 얻었다. 무엇보다 장기 경기침체를 해결했다. 국제적인 수완도 탁월했다. 친미 외교정책은 거부감을 보이던 오바마 대통령의 마음을 돌렸다. 한국에 대해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거나 중국에 대해 “냉정하고 의연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해외에서 볼 때 ‘한국이 대화의 문을 닫고 있으며 중국은 비이성적’이라는 선입견을 심는 효과를 얻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봤을 때 아베 총리는 역대 최악의 역사왜곡 지도자며, ‘백색국가 제외’ 조치로 한 때 우리 산업환경에 불안감을 조장했던 인물이다.

운도 따라서 미꾸라지처럼 위기를 모면해 가는 듯했던 아베 총리가 요즘 하는 일마다 꼬이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실패, 경기침체, 도쿄올림픽 연기 등 올해 상반기에 겪었던 악재들이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취임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중 일본이 현 상황에까지 이르게 하고 일본 국민의 호된 질타를 받는 근본적인 원인은 일단 코로나19 방역 실패가 주된 계기로 지목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을 압박하기 위해 진행한 백색국가 제외 조치가 일본 기업에만 악영향을 줬다는 비난이 쏟아지면서 그의 정치력마저 의심받고 있다. 설상가상 측근인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전 법상(법무부 장관)과 부인 가와이 안리(河井案里) 참의원이 금품 선거 혐의로 구속된 사건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이는 지지율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일본 유권자 상대로 아사히 신문이 진행한 전화여론조사에서 아베 총리 지지율은 31%를 기록했다. 역대 최저 29%에 버금가는 기록이다. 공영방송 NHK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9%에 달했다. 아베 재집권에는 무려 69%가 반대했다. 장기 경기침체를 해결하며 국민적 지지를 받던 그가 본인이 관여하지도 않은 코로나19와 측근 비리로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그 어떤 것보다 역사를 왜곡하고 사죄할 의향도 보이지 않는 아베 총리의 정치적 결말이 좋지 못한 것은 사필귀정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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