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국회 원 구성 협상이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공전하고 있다. 국회 문은 열었지만 18개 상임위원장 자리 가운데 법사위원장 등 6개 상임위원장만 선출됐다. 예결위원장 등 나머지 등 12개는 아직도 공석이 돼 국회 정상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원내대표직 사퇴를 선언하고 국회를 박차고 나갔던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다시 돌아왔지만, 여야 원내대표의 대화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다시 법사위원장은 통합당이 맡아야 한다며 민주당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나머지 야당 몫 상임위원장도 맡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당초 입장대로 상임위원장 ‘11대 7’ 배분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여야 모두 한 치도 물러섬이 없다.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매번 지루한 힘겨루기에 국회는 또 발목이 잡혀 있다. 국회가 이런 식이면 민생도 발목이 잡힌 것이나 마찬가지다. 혹시나 했던 21대 국회마저 이런 식이라면 실망도 보통 실망이 아니다.

좀 더 냉정하게 따져보자. 민주당이 내건 ‘11대 7’의 배분 원칙은 합리적이다. 총선에서 확인된 민심을 반영하지 않는다면 굳이 총선을 치를 필요가 없다. 결정적인 것은 단순히 여야 의석의 숫자를 넘어 통합당에게 몰락 수준의 경고를 내렸다는 점이다. 그 결정적 배경은 20대 국회 후반기에 보여줬던 통합당의 무모한 원내외 투쟁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었다. 이른바 ‘반문연대’를 강화한다며 사사건건 반대하고 충돌하며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다시는 그런 국회를 만들지 말라는 뜻이 그대로 21대 총선에서 표출된 것이다.

그럼에도 통합당은 아직도 총선 참패의 민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 법사위원장에 매달리는 모습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결국 또 국정의 발목을 잡겠다는 뜻으로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법사위원장 아니면 다른 상임위원장 어느 것도 받지 않겠다는 태도는 오만을 넘어서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겁박에 다름 아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 포기하겠다는 태도, 과연 책임 있는 공당으로서 그리고 제1야당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여야 협상 과정에서 18개 상임위원장 다 가져올 수 있다고 한 민주당의 발언이 결국 자충수가 되고 있다. 명색이 거대 여당이라면 언행이 진중하고 다른 소수 야당이라도 배려하는 선 굵은 정치력이 생명이다. 통합당을 사지로 내몰면서 큰 소리 치고 낭떠러지로 밀어내는 모습은 180석 압승의 거대 여당이 보여줘야 할 정치력 치고는 옹졸하다. 민주당은 끝까지 야당의 손을 놓아선 안 된다. 좀 더 담대하고 선 굵은 정치를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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