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일 평양에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3차 정치국 회의를 주재했다고 8일 조선중앙TV가 보도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일 평양에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3차 정치국 회의를 주재했다고 8일 조선중앙TV가 보도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김정은, 예비회의서 ‘보류’ 결정

남북관계 당분간 ‘숨고르기’ 전망

“北 추가 도발, 득보다 실 판단한 듯”

“볼턴 회고록으로 南역할 재평가 관측도”

“안심 일러… 北, 다시 긴장 조성 가능성”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그간 대남 강경 전선에서 한발 물러서 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격 등판했다. 김 위원장의 일성은 ‘대남 군사행동 계획 보류’였는데, 지난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를 기점으로 쉬지 않고 수위를 높여가던 대남공세가 그의 결정으로 일단 제동이 걸린 셈이다.

이번 조치로 악화일로를 걷던 남북관계는 당분간 숨고르기에 들어갈 전망이다. 다만 김 위원장이 군사행동을 ‘철회’하지 않고 ‘보류’라고 밝힌 만큼 향후 북한이 다시 긴장 국면을 조성할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평가가 많다.

◆김정은, 대남 군사행동 ‘보류’ 조치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24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 회의 예비회의를 화상으로 전날(23일) 진행했다”면서 “중앙군사위원회는 예비회의에서 조성된 최근정세를 평가하고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중앙군사위에 제기한 대남 군사행동 계획들을 보류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이시며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이신 김정은 동지께서 회의를 사회하시었다”며 “예비회의에서는 중앙군사위 회의에 상정시킬 주요 군사정책 토의안들을 심의했으며 본회의에 제출할 보고, 결정서들과 나라의 전쟁 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국가적 대책들을 반영한 여러 문건들을 연구했다”고 전했다.

신문 보도를 보면, 북한의 전격적 태도 변화는 김 위원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나왔다. 주목되는 점은 보류 결정 전 ‘조성된 최근 정세’를 평가했다는 부분이다.

북한은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후 나빠진 국제사회 여론과 남측의 대북전단 대응, 미국의 군사적 압박 강도 등을 자세히 분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 결과로 나온 것이 보류 결정인데, 북한이 최근 대남 강경 노선에 대한 확고한 행동 의지를 보였다가 돌연 입장을 바꾼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신범철 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이날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경제난이 가져온 내부 불만 등 체제 결속이라는 측면에서 소기의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며 “아울러 약 20일 동안을 대남 압박을 강화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전단 살포 저지에 대한 명확한 반응도 끌어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계속적인 긴장 조성이나 도발은 군사적으로도 부담이 될 수 있고, 북한은 그런 차원에서 방향전환이 필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도 통화에서 “북한이 이번에 남측 압박에 초강경 드라이브를 걸면서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무엇보다 북한의 입장에서 현재보다 더 나간 군사적 행동은 ‘득보다 실이 더 크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게 정 센터장의 시각이다.

지난 22일 밤 경기 파주에서 탈북단체가 보낸 대북전단 살포용 풍선이 23일 홍천군 서면 마곡리 인근 야산에 떨어져 있다. (출처: 연합뉴스) 2020.6.23
지난 22일 밤 경기 파주에서 탈북단체가 보낸 대북전단 살포용 풍선이 23일 홍천군 서면 마곡리 인근 야산에 떨어져 있다. (출처: 연합뉴스)

◆“김정은 결정, 미 전략자산 영향 가능성도”

전문가들은 ‘미국의 전략 자산 전개가 김 위원장의 보류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는데, 정 센터장은 “(북한이) 초강경 대응으로 나갔을 경우 미국의 전략자산이 수시로 한반도에 전개되고,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강화됐을 것”이라면서 “북한으로선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 센터장 역시 “미국 전략자산이 보류 조치에 부분적으로 영향을 줬다고 본다”며 “대남 압박 조치로 남한 길들이기 성과를 올린 북한은 앞으로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회고록 출간이 북한의 대남 인식 변화를 가져왔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미국 내 대북 강경파 설득을 위한 남측의 역할을 재평가하면서 대남 강경 일변도 행보를 잠시 멈췄다는 것이다.

최기일 상지대 교수는 “볼턴 전 보좌관 회고록은 북한이 무시했던 남측이 한편으로는 북미관계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계기가 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보류를 결정한 이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엔 신 센터장은 “그렇다고 본다. 북한이 보류라고 한 대목을 보면 도발이 끝났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추가적인 압박을 보낼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고 전망했다.

정 센터장도 “북한이 일보 후퇴한 것은 맞지만, 연락사무소 폭파 등 북한의 그간 행보를 보면 남북관계가 다시 개선될지 여부에 대해선 쉽게 예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정은 위원장의 대남 군사행동 보류 지시에 따라 북한은 이날 재설치됐던 확성기 수십 개를 철거하기 시작했고, 북한 선전매체들은 대남비방 기사들을 일괄 삭제했다.

사라진 북한 개풍군 대남 확성기(인천=연합뉴스) 24일 오전 인천 강화군 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한 야산 중턱에 어제까지 설치돼있었던 대남 확성기가 철거돼있다.
(인천=연합뉴스) 24일 오전 인천 강화군 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한 야산 중턱에 어제까지 설치돼 있었던 대남 확성기가 철거돼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