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8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출처: 뉴시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8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온유 객원기자] 코로나19 방역실패, 경기침체, 도쿄올림픽 연기, 측근 불법 선거운동 혐의 체포 등 올해 상반기에 겪었던 악재들이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취임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중 일본이 현 상황에까지 이르게 하고 일본 국민의 호된 질타를 받는 근본적인 원인은 일단 코로나19 방역 실패가 주된 계기로 지목되고 있다.

BBC는 23일(현지시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대만과 한국과 비교해 왜 그리 늦게 코로나19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뒷북 대응을 했는지 여전히 의문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가 터진 지 3개월이 지나서야 슬슬 움직였던 아베 총리는 일본 매체들로부터도 비난 받았다. 당시, 마이니치신문은 아베 총리가 뒷북만 치고 있다고 비판했으며 코로나19 대응으로 집단감염이 일어났던 크루즈 유람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사태도 지적하며 일본 사회에 불안감만 키웠다고 꼬집었다.

일본 현지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타격으로 약 2조5000억엔(28조원)의 경제손실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아베 정부는 경제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최근 상대국의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체크하면서 입국금지를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코로나19 감염 확대 방지를 위해 실시한 이동 및 영업 자숙 요청을 전면 해제하고, 해외 왕래도 일부 재개하기로 했다. 지난 두달 간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한 명분으로 한국을 포함한 111개 국가로부터의 외국인 입국을 사실상 금지해 왔다.

아베 총리가 현재의 급박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지만, 최근 사실상 차기 검찰총장으로 내정했던 검찰 간부가 내기마작을 한 사실이 알려지고 전 법무상 돈선거 의혹 등이 터지면서 아베 정권의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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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시민들이 직접 피부로 느끼고 있는 실업 대란 ‘쓰나미’가 오고 있다. 최근 요미우리 신문은 올해 100만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 고용시장이 2008~2009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코로나19 쇼크로 호텔, 서비스업종 기업들의 줄도산이 이어졌으며그 외 레스토랑, 의류 등 소매업체, 제조업체 등이 큰 타격을 입었다.

BBC는 코로나19가 일본 경제를 휘청거릴 정도로 만들었다며 일본은 2015년 이후 처음으로 경기 침체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경제 규모를 지닌 일본은 올해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연율환산으로 2.2% 감소했다. 일본 경제는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마비되기 전부터 동일본대지진 여파와 소비세 인상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겹쳐 2015년 이후 처음으로 경기침체에 직면했다.

일본 내각부는 일본의 분기 기준 실질 GDP는 2분기 연속 감소했고, 이런 추세가 1년 지속하는 것으로 산출한 연간 실질 GDP 성장률은 –2.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NHK는 4월부터 6월까지의 GDP는 긴급사태 선언의 영향으로 리먼 사태 당시 연율 -17.8%를 넘어 기록적인 침체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며 일본 경제는 어려운 국면이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내년으로 미뤄진 도쿄올림픽 개최도 아베 총리에게는 올해 계획했지만 이루지 못한 실적 악화로 기록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5월 25일 도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비상사태 해제 관련 기자회견 하는 모습이 우라야스의 한 가전 매장 TV를 통해 중계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도쿄 등 나머지 지역에 대한 코로나19 비상사태를 전면 해제했다(출처: 뉴시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5월 25일 도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비상사태 해제 관련 기자회견 하는 모습이 우라야스의 한 가전 매장 TV를 통해 중계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도쿄 등 나머지 지역에 대한 코로나19 비상사태를 전면 해제했다(출처: 뉴시스)

앞서 아베 총리는 5월 코로나19 긴급사태 해제를 알리면서 “도쿄올림픽을 완전한 형태로 개최하고 싶다”며 희망을 전했지만, “만약 규모 축소를 피할 수 없다면 반드시 내년에 개최해야 한다”며 반드시 실현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임기가 1년 반 정도 남은 상황에서 아베 총리의 재집권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일본 사회 내에서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권자 10명 중 7명은 아베 총리의 임기 연장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20%대까지 추락했다. 이러한 틈을 타, 차기 총리 유력후보인 이시바 전 간사장은 아베 총리를 향해 더욱 각을 세우며 공격하고 있다.

22일 NHK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전체의 49%에 달했다.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자 비율이 49%나 되는 것은 이베 총리가 재집권한 2012년 이후 처음”이라고 NHK는 보도했다.

여기에, 일본 정부가 거액을 들여 추진한 천 마스크 배포 사업이 곳곳에서 문제를 드러내 질타를 받고 있다.

19일 NHK는 일본 정부가 80개 기초자치단체에 제공한 임신부용 천 마스크에 “오염물이 묻어 있다” “머리카락이나 먼지가 들어 있다”는 제보가 이어져 방역 당국이 확인한 결과 1900여장이 불량품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가 주도해 온 ‘아베노마스크’에 대한 불만은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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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일본 정부 주도로 만든 기업 연합을 뜻하는 히노마루 연합이 위기를 맞고 있다. 반도체 시장을 장악해가던 한국을 타도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2009년 엘피다에 공적 자금 300억엔을 투입하며 지원에 나섰으나 결국 엘피다는 2012년 파산을 신청했고 2013년 미국 마이크론에 흡수됐다. 그 후 수천억엔을 신규 투자했는데도 한국을 따라잡지 못했고, 결국 애플과의 납품 계약까지 잘못되면서 적자가 커져 아베 정부에 타격을 안겼다.

일본 매체들은 아베 총리가 임기가 많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히든카드’를 꺼내 들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23일 지지통신에 따르면 아마리 아키라 자민당 세제조사회장은 18일 중의원(하원) 해산 시기에 대해 “가을 이후 경제대책과 함께할 가능성이 제로가 아니다”고 밝혀 중의원 선거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지통신은 아베 총리가 기간 내 총선 승리에 가장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시점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할 수도 있다며 집권 후 정치적 코너에 몰렸던 2014년 11월과 2017년 9월 두 차례 중의원을 해산해 선거 승리로 리더십을 회복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치 평론가들도 아베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많이 좁아졌다며 여러가지 악재에 독주 체제가 흔들리고 있어 갱생의 기회를 얻기 위해 악재 속 ‘히든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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