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학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노인학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신고만 1만 6071건

가해자 10명 중 7명 ‘친족’

노인보호전문기관, 34곳뿐

[천지일보=최빛나 기자] 65세 이상 노인이 학대를 당하는 경우가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로 방치된 노인은 없는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복지부)가 발표한 ‘2019년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2015년 1만 1905건에서 2016년 1만 2009건, 2017년 1만 3309건, 2018년 1만 5482건, 지난해에는 1만 6071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신고 건수만을 놓고 볼 때 5년 새 약 2.7배나 늘어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해당 수치가 피해자와 주변인이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신고한 접수건수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노인학대의 은폐성을 고려할 때 학대피해노인은 더 많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학대피해노인의 성별 연령분포를 살펴보면 남녀 모두 70대를 기점으로 학대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연령대별 학대피해노인 분포를 살펴보면 70대가 2346명(44.8%)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80대 1617명(30.9%), 65~69세 919명(17.5%) 순으로 분석됐다.

노인학대 신고접수 건수 및 비율. (출처: 보건복지부)
노인학대 신고접수 건수 및 비율. (출처: 보건복지부)

65세부터 100세 이상까지 피해노인의 학대 유형을 보면 정서적 학대가 3465건(42.1%)으로 가장 높았고, 이어 신체적 학대 3138건(38.1%), 방임 741건(9.0%), 경제적 학대 426건(5.2%), 성적학대 218건(2.6%), 자기방임 200건(2.4%) 유기 41건(0.5%) 등 순이다.

학대사례의 학대행위자와 학대피해노인과의 관계를 살펴보면 친족 관계인 경우가 4288명(74.2%)으로 가장 많았고, 기관 1067명(18.5%), 타인 222명(3.9%) 순으로 조사됐다.

친족을 세부항목별로 살펴보면 아들이 1803명(42.0%)으로 가장 높았고, 이어 배우자 1749명(40.8%), 딸 438명(10.2%) 등 순으로 나타났다.

학대행위자의 연령대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70대 이상에서는 배우자가 1434명(24.8%)으로 가장 많았으며, 학대피해노인 본인 169명(2.9%), 타인 91명(1.6%) 등의 순으 나타나는 등 노(老)-노(老)학대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노-노학대란 65세 이상 고령의 학대행위자가 노인을 학대하는 것을 의미하며, 고령의 부부 간의 배우자 학대, 고령의 자녀 및 며느리 등에 의한 학대, 고령의 노인이 본인 스스로를 돌보지 않은 자기방임 유형의 학대를 의미한다.

학대지속기간은 최초 학대가 발생한 시점부터 현재까지의 지속기간을 의미하며 5년 이상이 1770건(33.8%)으로 가장 높았고, 1년 이상 5년 미만이 1711건(32.6%), 1개월 이상 1년 미만 851건(16.2%), 일회성 723건(13.8%), 1개월 미만 188건(3.6%) 순으로 나타났다.

노인학대 유형. (출처: 보건복지부)
노인학대 유형. (출처: 보건복지부)

학대지속기간이 1년 이상에 해당 되는 경우는 전체의 66.4%로 매우 높은 비율로 노인이 장기간 학대에 노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학대를 막기 위해 학대피해노인 전용쉼터로 갔다가 집으로 돌아와서 재학대가 반복된다는 점이다. 학대피해노인 전용쉼터 퇴소 후 입소자 및 이용자 916명(80.1%)은 원가정으로 복귀했다.

재학대 사례 총 500건 중 가정 내 학대가 489건(97.8%)으로, 재학대로 신고 된 사례의 대부분이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학대 발생장소별로 학대행위자 유형을 살펴보면 재학대 행위자 513명 중 가정 내 학대의 경우 아들이 227명(44.2%)으로 가장 많았고, 배우자가 198명(38.6%) 그 뒤를 이었다. 즉 가정 내 학대로 인한 재학대의 경우 주로 아들과 배우자에 의해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같이 국내에서 노인 학대 피해사례가 매년 늘어나는 가운데 코로나19 위기까지 겹쳐 노인들은 더욱이 위험에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매년 6월 15일은 유엔(UN)과 세계노인학대방지네트워크(INPEA)가 노인학대 예방과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정해 놓은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이다. 국내에서도 이 날을 ‘노인학대 예방의 날’로 지정해 학대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이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신규-재학대 학대행위자 유형. (출처: 보건복지부)
신규-재학대 학대행위자 유형. (출처: 보건복지부)

지난 15일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코로나19 위기 상황 속 노인의 취약성이 선명하게 부각되고 있다. 세계적 위기의 상황에 가장 많은 사망자는 노인”이라며 “취약계층 노인에 대한 불충분한 의료조치와 돌봄서비스 및 사회적 고립이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취약계층 노인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을 점검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 과정에서 인권은 소중한 가치로 고려돼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국에 위치한 노인보호전문기관은 총 34곳으로, 이미 ‘초고령사회’ 턱 끝까지 진입한 한국사회에선 터무니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UN기준에 따르면 ‘고령화사회’는 총인구 중 고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 ‘고령사회’ 14% 이상, ‘초고령사회’ 20% 이상일 때이다. 여기서 ‘고령인구(노인)’의 기준은 65세 이상으로, 우리나라는 통계청이 발표한 ‘2017 인구주택총조사’에서 고령인구 14.2%를 기록하며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8일 서울 종로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폐쇄된 탑골공원 앞으로 한 노인이 마스크를 쓰고 지나가고 있다. ⓒ천지일보 2020.2.28
 한 노인이 마스크를 쓰고 지나가고 있다. ⓒ천지일보 DB

이는 고령화사회로 접어든 2000년 이후 17년만에 일어난 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7년 후인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제대로 된 노인 보호를 위해선 기관수를 점차적으로 확대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 통념상 가족 간 학대가 일어나도, “저 집은 맨날 싸우네”, “뭐 남의집일인데 내가 신경 쓸 필요가 있나”하고 넘기는 일이 많다.

실제 학대 행위자와 피해 노인과의 관계를 봐도 아들(31.2%)과 배우자(30.3%)가 1·2위로 높은 점을 볼 때 이에 대한 교육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할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노인의 인권 보호를 위해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함께 극복해나가야 할 문제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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