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충남 천안에서 아홉 살 소년이 계모에 의해 여행용 가방에 7시간이나 감금된 후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경남 창녕에서는 계부와 친모의 학대를 피해 열 살 소녀가 4층 지붕을 타고 탈출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소녀는 쇠사슬에 묶여 지내며 달군 프라이팬으로 지문을 지지는 고문에 가까운 학대를 받았다고 한다. 아동학대 사건이 빈번하자 아동학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체벌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대책을 법무부가 내놨다. 부모가 자녀에게 드는 ‘사랑의 매’의 법적 근거인 민법 제915조 친권자의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고 아예 체벌 금지를 명문화하는 민법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 대책이 발표된 후 인터넷에서 찬반 논쟁이 격렬하다. 자녀를 기르는 30~40대 부모의 약 2/3가 민법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부모의 훈육성 체벌을 국가가 통제하지 말라는 의미다. 필자의 견해를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체벌로 사람을 가르치는 건 잘못이다.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고 사랑으로 키워라”라고 부탁하고 싶다. 16년의 학창시절, 59년의 인생 경험, 32년의 교육경력, 두 자녀를 기른 부모의 심정을 종합해 내린 결론이다.

중·고등학교, 대학교, 군대까지 이어지며 정말 많이 맞았던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다. 지금 생각해도 맞을 이유가 없던 상황이었고 그 매로 인해 내 행동이나 생각이 바뀐 건 없다. 그저 훈육을 가장한 폭력을 당했을 뿐이다.

아이 둘을 기르며 ‘사랑의 매’란 이유로 폭력에 가까운 체벌을 했던 후회스러운 일도 기억이 난다. 부모 경험이 처음이고, 부모도 어렸기 때문에 아이들의 잘못된 버릇을 고치는데 체벌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했던 탓이다. 지금도 뼈저리게 후회하고 아이가 큰 후 아이에게 “미안하다”라고 사과했다.

대부분 부모가 ‘훈육과 학대’는 다르므로 부모의 훈육까지 정부가 규제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부모가 아이의 잘못을 체벌로 가르치려 들면 정작 훈육과 학대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감정을 담아 체벌하게 된다. 영국의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은 ‘행복한 가정은 미리 누리는 천국’이라고 했다. 집에 들어가면 내 편이 있고 나를 언제나 사랑으로 감싸주는 부모가 있는 자녀가 탈선해 범죄를 저지를 확률은 극히 낮다. 반면에 가끔 훈육이란 명목하에 폭력을 행하는 부모가 있는 자녀는 집을 싫어하고 밖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지며 나쁜 행동을 배우고 범죄에 연루될 확률이 높아진다.

부모들은 가정 내 체벌 금지를 법으로 정하면 부모의 회초리에 112신고를 하는 아이들이 늘어난다고 우려한다. 자녀가 행복하다 느낄 정도의 사랑으로 기르다 눈물을 머금고 사랑의 회초리를 댔다고 자녀가 신고하지 않는다. 자녀가 신고했다면 평소 부모의 사랑이 부족했고 부모가 훈육이라 여기던 방식이 실상은 학대였단 걸 입증하는 것이니 신고한 아이의 잘못이 아니다. 부모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사람은 마음에서 우러나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결코 체벌로도 바뀌지 않는다. 도벽이든 거짓말이든 ‘하면 안 되는 잘못이구나’라고 스스로 느끼도록 가르치는 게 올바른 교육이다. 체벌은 잘못을 잠깐 멈추는 수단이 될 뿐, ‘두 번 다시 하지 말아야지’란 관념을 갖게 만드는 수단은 되지 못한다. 말로 해서 안 되는데 체벌한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아이의 잘못을 체벌로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자체가 벌써 학대를 염두에 두었다는 뜻이다. 

주변에는 준비되지 않은 부모가 너무 많다. 아이를 낳기 전에 좋은 부모가 되는 방법부터 배워야 한다. 올바른 훈육 방식과 사랑으로 키운 아이는 건강하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한다. 체벌을 받으며 강압적인 분위기의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부모에게 반감을 갖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 체벌로 바뀔 아이면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히 바꿀 수 있다. 체벌 없이 가르쳤는데 자녀가 나쁜 행동을 반복하면 부모가 반성하고 더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다. 유아기에 부모의 교육 방향이 잘못된 탓이기 때문이다.

체벌과 학대를 구분할 수 있는 부모는 별로 없다. 체벌은 분명히 폭력이다. 그러니 아예 하지 말란 것이다. 부모는 자녀를 체벌하면서 훈육이라고 자기합리화를 하지만 자녀에게는 모두 폭력이다. 학교 붕괴를 감수하면서 학교 체벌이 없어졌는데 가정에 체벌이 남아선 안 된다. 사랑하는 연인이 때려도 기분 나쁘다. 사랑하니까 체벌한다는 건 거짓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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