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한국전쟁 발발 70년을 목전에 두고 한반도 상황이 심상치가 않다. 한때 남북정상회담이후 평화로웠던 한반도는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비무장지대에서 대남 확성기를 재 설치하는 등 악화일로에 있어 국민들이 불안하다. 그 와중에 남북대화 지렛대 역할을 해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직 안보수장 존 볼턴 간 이견은 당시 상황에 대해 상당부분 왜곡된 점을 부각시키고 있어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북미대화의 장(場)에서도 장애물로 등장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에서 1년 반 동안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은 23일(현지시간)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을 발간 예정이다. 570쪽에 달하는 볼턴의 자서전에는 한국과 북한은 물론 중국, 러시아, 이란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룬 주요 외교 현안에 대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고, 미국의 국가 기밀사항과 남북관계에 기술한 내용들이 많이 들어있다. 

미 백악관에서는 국가 기밀을 다수 포함하고 있어 출판금지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에 의해 기각되자, 볼턴 책 400여곳이 사실과 다르게 왜곡했다며 수정․삭제를 요구한즉 이 가운데에는 한반도 관련 내용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지난 2019년 6월 30일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 직전에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존 볼턴의 회고 내용이다. 그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의 판문점 동행 제안을 거절했다는 주장인바,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이 한국 땅에 들어섰을 때 내가 그곳에 없다면 적절하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라며 판문점 동행 제안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참석하기를 바라지만 북한이 요청하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며 거절의 의사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또 북한은 ‘남북미 정상회담’이 아닌 ‘북미 정상회동’을 요청했다는 것인바, 한반도 당사자국인 한국 대통령으로서 한반도 운전자론을 펴온데 대한 훼손인 것이다. 이 같은 볼턴의 주장은 사실관계를 묻어두고서라도 한미 균열과 남북미관계 악화를 가져옴은 뻔한 일이다.

오랫동안 고위 공직을 지내면서 상당기간을 미 국무부 국제안보담당 차관, 군축 관련 안보 차관, 주유엔미국대표부 대사, NSC 보좌관 등을 지낸 최고수 안보통이 국가기밀이나 국제안보에 지장을 초래할 내용의 책자를 발간한다는 것은 국가와 자신의 입장에서도 결코 유익하지 못하다. 특히 외교의 기본원칙을 어기고 외교사항을 자기 멋대로 공개하려는 존 볼턴은 외교적 관례 등을 잘 알고 있을 텐데도 책자 발간을 고집하는 것은 한마디로 트럼프 대통령과 맞서자는 의도로 보여진다.

볼턴 자신의 일방적 이야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다룬 남북한은 물론 중국 등 국제적 안보상황이 여과되지 않은 채 공개되는 것 자체가 문제다. 때문에 청와대가 나서 볼턴의 주장이 마치 미국의 입장인양 전달되는데 대한 우려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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