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부산 감천항에 입항한 러시아 국적 냉동 화물선인 A호(3401t). 이 배 선장 등 21명 중 16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하역 작업 등을 위해 이 화물선에 올랐던 부산항운노조원과 선박 수리공 등 160명가량이 접촉자로 분류돼 조합원 대기실에 긴급히 격리됐다. (출처: 연합뉴스)
22일 부산 감천항에 입항한 러시아 국적 냉동 화물선인 A호(3401t). 이 배 선장 등 21명 중 16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하역 작업 등을 위해 이 화물선에 올랐던 부산항운노조원과 선박 수리공 등 160명가량이 접촉자로 분류돼 조합원 대기실에 긴급히 격리됐다. (출처: 연합뉴스)

검역과정 도중 허술한 점 많아

발열증세 보인 선장 신고 안 돼

두 선박 승선자 모두 밀접접촉

접촉자 더 늘어날 개연성 높아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부산항에 입항한 러시아 선박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이들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 방역당국이 이를 예의주시 하고 있다.

당시 러시아 선박의 부산항 입항 과정 도중 검역에 허술한 점이 많았으며 신고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점도 있어 오히려 피해를 키운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23일 부산시 보건당국에 따르면 러시아 국적 냉동화물선 A호(3933t) 승선원 21명 중 코로나19에 감염된 16명(남성 14명, 여성 2명)과 밀접 접촉한 사람이 총 92명이다.

밀접 접촉자 수는 22일 늦은 오후 55명에서 23일 오전 61명으로 늘어났다가 다시 31명 많아진 셈이다.

시에 따르면 ▲A호에 올라 하역작업을 담당했던 부산항운노조원 34명 ▲A호와 A호 옆에 정박한 동일 선사 소속 냉동 화물선 B호(3970t)를 다녀간 수리공 6명 ▲도선사 ▲화물 검수사 ▲하역업체 관계자 ▲수산물품질관리원 소속 공무원 ▲통역사 등 총 92명이 밀접 접촉자에 해당된다.

시는 “한 선박에서 다수의 확진자가 나옴에 따라 A호에서 광범위한 감염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확진자와 직접 접촉을 하지 않았더라도 해당 선박에 오른 사람을 모두 밀접 접촉자로 분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보건당국은 A호 하역작업이 지난 21일부터 22일 오전 11시께까지 계속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당시 승선원들이 배에서 나오면 안 된다는 전자검역 의무사항 지키지 않고 양 선박을 오갔을 수도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된 것이 사실인 것으로 드러나면 접촉자 수는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시는 확진자들과 밀접 접촉한 사람들 전부 자가격리 조처를 내렸으며, 이달 24일까지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할 방침이다.

보건당국이 부산항 감천항에 접안해 있는 러시아 국적 냉동 화물선 B호 승선원 21명을 진단 검사한 결과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나머지 승선원 20명은 음성으로 판명됐다.

해당 보건당국은 B호에서 화물을 내리는 작업을 한 항운노조원 63명을 자율적으로 자가격리하도록 조처를 했다.

시는 전날 오후 늦게 확진 판정을 받은 A호 승선원 16명을 이날 오후 부산의료원으로 이송, 입원시켰다.

시는 항만당국에 양 선박 이동을 금지하고, 선원 승·하선과 하역작업을 금지하도록 요청했다.

한편 A호 측은 러시아 현지에서 발열 증세를 보여 하선한 선장 등에 대해 전혀 신고하지 않았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역 당국은 A호 측의 형식적인 신고내용에 대해 따로 조사하지 않고 검역증을 내줬으며 부산항운노조원이 배에 올라 하역작업을 진행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으로 인해 누적 확진자가 59만명대를 돌파한 러시아 선박이 국내에 들어올 경우 검역관이 직접 승선해서 검사하는 방식인 ‘승선 검역’을 진행했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뿐 아니라 A호 하역작업 중 거리 두기도 잘 이행되지 않았다. 항운노조원과 러시아 선원은 너비 1∼2m 정도인 선박 통로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수시로 지나다닌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검역소 관계자는 “향후 러시아 선박이라면 검역관이 배에 타는 승선 검역을 무조건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부산항에 수출할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는 모습. ⓒ천지일보DB
부산항에 수출할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는 모습. ⓒ천지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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