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019년 9월 30일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연설하면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반대하는 공화당 슈퍼팩(super PAC, 미국의 민간 정치자금단체) ‘링컨 프로젝트’는 17일(현지시간) 볼턴 전 보좌관이 펴내려는 회고록의 내용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對中) 정책을 공격하는 광고를 시작했다. (출처: 뉴시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019년 9월 30일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연설하면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반대하는 공화당 슈퍼팩(super PAC, 미국의 민간 정치자금단체) ‘링컨 프로젝트’는 17일(현지시간) 볼턴 전 보좌관이 펴내려는 회고록의 내용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對中) 정책을 공격하는 광고를 시작했다. (출처: 뉴시스)

전문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

“긍정적 기여” “동북아에 악영향”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났던 방’이 국내 외교가에 파장을 던지고 있다. 특히 남북 간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된다.

회고록에 따르면, 볼턴 전 보좌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깜짝 트윗’으로 성사된 지난해 6월 말 남북미 판문점 회동과 관련, 미국과 북한 모두 문재인 대통령의 참여를 원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미국 측이 문 대통령의 동행을 수차례 거절했지만, 문 대통령이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했다.

남북미 판문점 회동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군사분계선에서 손을 맞잡고 군사 분계선을 넘었다가 되돌아온 뒤,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 곁으로 걸어와 김 위원장과 악수하면서 남북미 세 정상이 한자리에 모인 바 있다.

또 1차 북미정상회담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한 건 김 위원장이 아니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11일과 6월 30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수차례에 걸쳐 노골적으로 방위비 압박을 했으며, 문 대통령은 이에 ‘기대치가 너무 높다’며 반박했다고도 전했다.

청와대는 이런 내용에 대해 사실을 크게 왜곡했다고 반박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볼턴 전 보좌관은 그의 회고록에서 한국과 미국, 북한 정상 간의 협의 내용과 관련한 사항을 자신의 관점에서 본 것을 밝힌 것”이라며 “정확한 사실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 상당 부분 사실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밝혔다.

정 실장은 “정부 간 상호 신뢰 기초해 협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향후 협상의 신의를 매우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미국 정부가 이런 위험한 사례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이런 부적절한 행위는 앞으로 한미동맹 관계에서 공동의 전략을 유지 발전시키고 양국의 안보 이익을 강화하는 노력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실장의 이 같은 입장은 21일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전달됐다.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2월 27일 오후(현지시간) 2차 북미정상회담장인 하노이 회담장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나 만찬을 하고 있다. (출처: 백악관 트위터)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2월 27일 오후(현지시간) 2차 북미정상회담장인 하노이 회담장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나 만찬을 하고 있다. (출처: 백악관 트위터)

전문가들은 볼턴 전 보좌관의 폭로 내용이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을 두고선 엇갈린 전망을 내놨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실무자로 참가했기 때문에 거짓말이라고 볼 수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의도를 갖고 했다거나 문 대통령, 김 위원장이 이런 모습을 보였다는 주관적인 평가 부분은 굉장히 조심해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조 연구위원은 “미국 극우파 중에서도 초강경파인 볼턴의 시각에서 본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그대로 받아들였다간 상당히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낳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모든 걸 할 수 있는 사람이긴 하지만, 갑자기 한반도 문제에서 초강경으로 돌아서거나 하는 자세를 취할 것 같진 않다”고 내다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미국의 대(對)한반도 정책이 상당히 문제가 있다는 게 드러났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흥정거리로 생각한다는 것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에서 미국 외교를 저평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한반도 정세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문제를 둘러싸고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중재자적 노력을 했다는 게 드러났다”면서 “특히 창조적인 아이디어도 제시하고 미국도 설득하고 북한도 설득한 게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양 교수는 “김 위원장이 한국에 대한 오해가 풀릴 계기점이 될 것 같다. 하노이회담 결렬의 근본적인 이유가 실질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코헨의 증언 이슈를 체인지하기 위해서 노딜로 걸어 나갔다는 게 드러났다”며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엄청난 중재 노력에 대해 다시 평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신범철 국가전략연구소 외교안보센터장은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국제관계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내다봤다.

신 센터장은 “결국 외교라는 건 정상 외교가 꽃이고 정상 간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어려운 문제, 난제를 극복해나가는 것인데,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행위에 대한 신뢰도가 워낙 낮아질 것이기 때문에 동북아나 한반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북한 입장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 볼턴 전 보좌관의 행태에 대해 머지않아 성명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부분까지 고려하면 (북미)관계를 더 악화시키지 않겠느냐 하는 우려가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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