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의 선거 유세 연설을 마치고 백악관으로 돌아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출처: 뉴시스)
21일(현지시간)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의 선거 유세 연설을 마치고 백악관으로 돌아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온유 객원기자] 최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의 대남 비난 담화와 남북공동연락소가 파괴된 이후 얼어붙은 남북 관계에 대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까지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평소 같았으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소신 발언을 했던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미국을 향해서도 비꼬는 발언을 이어간 북한에 대해 우회적인 비판마저 삼간 채 ‘눈치보기 작전’에 들어갔다.

지난 4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크게 불거졌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공식행사에서 최소 6차례 이상 언급하고, “김정은은 내 친구”라며 친분을 강조했다. 5월 2일 김정은 위원장이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언론에 노출되자 트위터로 “건강한 모습을 보게 돼 기쁘다”며 화답했다.

그러나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 입장에서 실질적인 이득이 눈에 보이지 않자, 미국의 신호를 기다리다 지친 북한은 조금씩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북한은 남한에 대해서도 “당분간 남한과 대화하지 않겠다. 향후 조치는 상상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며 무력충돌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왜 입을 닫고 주시만 하고 있을까.

CNN은 21일(현지시간) 트럼프의 침묵에 대해 코로나19로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33만 명, 사망자는 12만 2천 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상황 속에서 민주당 대선후보인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지지도에서 크게 뒤지자 궁지에 몰렸다며 자신의 몇 안되는 치적 중에 하나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인 점을 그는 인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중단을 자신의 대표적인 성과로 내세우는 마당에, 북한을 자극시키는 것은 자신의 대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정치 평론가들은 대선이 올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코로나19 최대 확진 국가, 실업자 수 2,100만명 돌파,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불거진 인종차별 문제 등은 트럼프를 수세에 몰리게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여성, 유색인종, 진보세력뿐만 아니라 중북부에서 트럼프를 지지했던 백인 노동자들마저 기나긴 ‘취업 암흑기’ 속에 생계 위협에 직면하자 ‘탈트럼프’화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11일 '자주의 기치, 자력부강의 진로 따라 전진해온 승리의 해'라는 새 기록영화를 방영했다. 캡쳐된 화면은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회담하는 김정은 국방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출처: 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가 11일 '자주의 기치, 자력부강의 진로 따라 전진해온 승리의 해'라는 새 기록영화를 방영했다. 캡쳐된 화면은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회담하는 김정은 국방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 (출처: 뉴시스)

CNN은 코로나19 전과 후의 모습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황을 완전히 뒤바꿔놨다며 거의 재선이 확정 시 됐던 트럼프는 현재 동력을 많이 잃은 모습이며, 여기에 오른팔이었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대통령 자격이 없다”며 낙선운동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볼턴 전 보좌관은 ABC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지지하는 공화당의 대의를 대표하지 않는다”며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가 그 직무를 수행할 능력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트럼프에겐 ‘눈엣 가시’ 같은 존재인 볼턴의 곧 출간할 회고록이 일부 공개되면서, 트럼프는 위기를 맞고 있다.

회고록에 따르면 2017년 말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을 불러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을 물어봤다. 볼턴 전 보좌관은 23일(현지시간) 출간 예정인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서 지난 2017년 12월 7일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백악관으로 초청한 자리에서 나눈 대화를 일부 공개했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선제 타격이 왜, 그리고 어떻게 효과가 있을지를 설명했다”고 폭로했다.

또한 볼턴은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렸던 미중 정상회담 대화를 공개하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재선을 거론하며 도와달라고 직접적으로 피력했다고 회고록에 서술했다.

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중부와 북부 지역 백인 농업인들의 지지와 중국의 대두·밀 수입이 선거 결과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며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무역협상 대표 성과로 자랑했다고 밝혔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019년 9월30일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연설하면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대통령 자격이 없다”며 비난했다(출처: 뉴시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019년 9월 30일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연설하면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대통령 자격이 없다”며 비난했다. (출처: 뉴시스)

이러한 악재가 계속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애써 볼턴을 외면하고 코로나19 속 대선 유세를 재개하며 잃어버린 지지도 끌어올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BBC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이슈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으며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국외 이슈보다는 국내 현안에 대해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터진 남북 갈등이 자신의 재선에 불리하다고 판단할 경우, 언제든지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 준비를 하는 것으로 전망된다며 지지율을 회복시킬 방법이 희박하다면 국면 전환을 위해 또다시 ‘대북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플랜 B’에 대해 스스로의 흠집을 숨기기 위해 경쟁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향해 ‘급진 좌파들의 꼭두각시’, ‘중국의 꼭두각시’로 몰아세우며 그 어느 때보다 맹공격을 퍼부을 것이라며, 바이든의 과거를 들춰내고 비난 수위를 높여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년간 쌓아온 대북 성과에 흠이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북한 내부 불만을 다독이는 차원에서 또 다시 협상 테이블을 재개하는 방향을 유력하게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정치연구소 연구위원들은 북한이 미국 대선 전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시험 발사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무응답으로 일관한다면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추가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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