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예수교 대구교회 앞에서 소독약을 뿌리는 군인들 모습. (출처: 뉴시스)
신천지예수교 대구교회 앞에서 소독약을 뿌리는 군인들 모습. (출처: 뉴시스)

감염병 1차책임은 국가와 지자체

“국민이 국가·대구시에 소송할 일”

“방역책임회피·형평성에도 안 맞아”

신천지, 일상 생활하라던 때 감염

대구, 중국관광 유치에 제일 힘쓴 곳

신천지 전까지 대구에 중국인 활보

중국인 마스크 안써, 시민 불안호소

대구시는 책임없고 신천지가 책임?

[천지일보=김빛이나·명승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피해를 겪은 신천지예수교회(신천지)를 상대로 대구시가 1000억원대 민사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대구시가 방역 실패의 책임을 회피하고 시민의 눈을 가려 특정 종교단체에만 잘못을 돌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신천지에서 대규모 감염이 발생할 당시는 대통령부터 “일상생활 하라”던 때였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대구시는 그간 중국관광객 유치에 가장 힘써왔던 지자체다. 중국에서 대구까지 하늘길이 열려 있어, 저가 한국관광을 원하는 중국인들의 방문이 활발했다. 실제 중국에서 코로나가 창궐하던 1, 2월에도 대구 중심가를 마스크도 없이 활보하는 중국관광객 때문에 대구 시민들이 ‘코로나 감염 불안’에 떨었다. 이 때문에 ‘감염병 차단’ 책임이 있는 대구시가 방역책임 실패를 코로나 감염 피해자인 ‘신천지에 뒤집어 씌우기’ 위해 소송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2일 대구시는 정해용 대구시 정무특보의 브리핑을 통해 신천지와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정 정무특보는 “시는 지난 18일 대구지방법원에 코로나19 대규모 집단감염과 지역사회 전파·확산에 중요한 원인을 제공한 신천지와 이 총회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등 청구의 소장을 접수했다”고 말했다.

이어 “소송상 청구금액은 자체적으로 산정한 피해액 약 1460억원 중 그 일부인 1000억원으로 했다”며 “향후 소송과정에서 관련 내용의 입증을 통해 그 금액을 늘려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을 경계하는 상황에서도 부주의한 행위들이 발생했고 특히 확진자가 발생해 신천지 대구교회가 폐쇄명령을 받고 집합시설에 대한 폐쇄명령 속에서도 신도들에게 길거리 전도를 종용하는 등 감염의 확산을 오히려 조장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정무특보는 “세월호 참사로 인한 구상권 청구 소송의 경우 1심 판결 선고에 4년 정도 소요된 점을 감안 할 때, 이번 소송도 지난한 법적 분쟁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소송 대리인단과 긴밀히 협의해 (이번) 소송 수행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1일 서울 서대문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시몬지파 서대문교회에서 방역 작업 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한편 이날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울소재 신천지교회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천지일보 2020.2.2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1일 서울 서대문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시몬지파 서대문교회에서 방역 작업 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DB

◆대구시, 과거에도 책임 회피 논란

이와 관련해 대구시가 방역 실패의 책임을 또 다시 신천지에 뒤집어 씌우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대구시는 4.15총선을 이틀 앞둔 지난 4월 13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시의 행정조사 결과, 신천지 교인인 31번 확진자가 허위진술을 했다”며 신천지에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당시 대구시는 “당초 2월 9일과 14일에만 방문했다고 31번 환자가 진술했었다”며 “사실 확인 결과 2월 5일에도 방문을 했고 2월 16일에는 (교회건물)층을 달리해서 여러 장소를 방문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신천지 측은 “31번 확진자에게 확인한 결과, 2월 18일 양성 판정을 받은 당시 역학조사관은 2월 6일부터의 동선을 요청했고, (31번 확진자는) 요청에 따라 있는 그대로 진술을 했음을 확인했다”며 “허위진술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당초 조사관이 요청한 동선에는 2월 5일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사실은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대구시는 당사자인 31번 확진자에게 확인도 하지 않고 공식 브리핑을 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대구시가 총선을 앞두고 방역 실패의 원인을 신천지에 씌워 책임을 모면하려고 한 것이 아니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대구시, 31번 나오기까지 전파 사실 전혀 몰라

신천지 신도이자 대구 1번인 31번 확진자가 최초 감염자가 아니라는 점에서도 이번 소송이 지나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구시는 이번 소송 관련 브리핑을 통해 “대구지역에서 발생한 코로나19의 양상을 보면 2월 18일 첫 환자가 발생한 후 역학조사 과정에서 31번 환자가 신천지 교인으로서 집합 예배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31번 확진자가 발생하기 이전 이미 대구에선 6명이나 코로나19 증상 발현자가 있었다는 사실이 방역당국의 역학조사 결과 밝혀진 바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부본부장은 지난 3월 22일 브리핑에서 “31번 (확진자) 사례보다도 발병일이나, 증상이 나타난 날이 앞서 있었던 사례들이 분명히 있었다”고 말했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도 같은달 23일 브리핑을 통해 “폐렴환자 전수조사를 해서 6명 정도가 그 당시에 양성으로 확인됐다”며 “31번 확진자보다 먼저 증상이 나타난 환자 6명이 확인됐고, 이들 중 2명은 신천지와 무관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결국 31번 확진자가 최초 감염자가 아니라 그 또한 2차 감염자이기에 누군가에게 감염됐다는 것이다.

대구시는 31번 확진자가 나타날 때까지 대구시에 이미 코로나19가 전파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이러한 방역 실패의 책임을 대구시는 시 자체 방역 시스템에서 찾고 있는 게 아니라 코로나19의 최대 피해자이자, 특정종교단체에 묻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신천지 집단감염의 책임, 국가에 있다”

이같은 대구시의 방역 실패 책임에서 한 차원 더 나아가 국가에 그 책임이 있다는 주장도 이미 대구 시민단체들이 낸 바 있다.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대구안실련)은 지난 4월 13일 “정부는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외국인 입국 통제를 비롯해 대한의사협회(의협)가 권고한 방역대책을 수용하지 않았다”며 “국가위기 시스템 부재로 인해 국민적 고통과 천문학적 경제 손실이 발생했지만 2차 감염확산 방지를 위한 대책도 제대로 수립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사회적 모임을 권장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조처로 집단발병의 기폭제가 된 신천지 집단발병을 초래했다”며 “이로 인해 많은 사망자와 확진 피해자가 발생했다. 향후 배상을 원하는 피해자들을 공개적으로 모집하고 국가배상 집단소송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대구시 집단감염, 신천지 집단감염의 책임이 국가에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의협이 수차례 권고했음에도 해외로부터 유입되는 환자들을 막기 위한 전면 차단 조치를 시행치 않았다. 심지어 31번 확진자가 발생하기 6일 전인 지난 2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 남대문시장을 방문해 일상적인 경제활동을 권하기도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지원보다도 국민들이 과도한 불안감을 떨치고 경제활동과 소비 활동을 활발하게 해주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은 방역본부가 가르쳐주는 행동수칙이나 행동요령을 따르면 충분히 안전을 지킬 수 있다. 지나치게 불안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며 “그냥 스쳐 지나간 정도로 감염된 분은 한 분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 2일 오후 경기 가평 평화연수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 2020.3.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 2일 오후 경기 가평 평화연수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 2020.3.2

◆신천지가 감염확산 조장? 사실 확인 필요

이번 소송과 관련해 대구시는 신천지가 신도들에게 길거리 전도를 종용하는 등 감염의 확산을 오히려 조장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 부분과 관련해서도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시는 이번 소송 관련 브리핑에서 “확진자가 발생해 신천지 대구교회가 폐쇄명령을 받고 집합시설에 대한 폐쇄명령 속에서도 신도들에게 길거리 전도를 종용하는 등 감염의 확산을 오히려 조장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신천지 공식 입장문에 따르면, 신천지는 31번째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것을 확인 후 즉각적으로 전국교회 출입, 예배, 모임을 금지하고 온라인 가정예배로 대체한다는 지침을 만들어 모든 지교회에 공문을 통해 하달했다.

◆‘시민 마음 위로’하려고 1000억대 소송을?

대구시가 이번 소송을 제기하면서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시민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자 물질적 피해에 대한 구상권 청구를 준비했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서도 마치 시가 대구 코로나19 확산에 잘못이 전혀 없다는 식의 주장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구시민들에 대한 진정한 위로는 책임 회피성 소송이 아니라 포용적이고 발전적인 향후 대책에 대한 부분이라는 점에서다.

김상겸 동국대 법대교수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감염병은 국가의 책임이지, 개인의 책임이 아니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피해를 추산하기도 어렵지 않느냐”며 “1차적인 책임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있는 것이다. 감염병의 출발점이 국가가 방역을 잘못해서 생긴 것인데,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를 퍼뜨린 사람에게 다 배상 청구를 해야 하지 않느냐.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며 “감염병예방법은 헌법 36조 3항에 따른 보건에 관한 국민의 권리를 보장해주기 위해 나온 법이다. 그러면 국가가 오히려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이니, 국민이 국가와 지자체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 귀책사유는 지자체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한 정치평론가도 “(대구시가 산정한) 피해액 1460억원의 대부분은 코로나19 발생 초기 ‘중국 입국 금지’를 주장했던 각계의 요구를 상당기간 무시한 중앙 정부에서 책임져야 한다”며 “이후 2차 확산 책임을 묻겠다면 정부의 2차 책임도 포함해 신천지 교회뿐 아니라 다른 모든 감염 발생원에 대해 동시에 똑같이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소송과 관련해 신천지 관계자는 “변호인단을 꾸려 대응할 계획”이라며 “향후 재판 과정을 통해 신천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은 책임을 지고,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명확하게 대응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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