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께 만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께 만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11일과 6월 30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수차례에 걸쳐 노골적으로 방위비 압박을 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이에 ‘기대치가 너무 높다’며 반박했다고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오는 23일 출간되는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회고록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4월 11일 백악관에서 진행된 한미정상회담 일정 중 업무 오찬에서 북한 상황 및 한미 간 무역 현안을 거론한 후 주한미군 기지 문제를 언급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에 TV를 수출하는 특전을 누리는 것으로 인해 미국이 연 40억 달러를 잃고 있다면서 미국이 기지들에 연 50억 달러를 지출한다고 설명했다. 50억 달러는 방위비 협상 초기 미국 측이 요구한 액수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들은 상당히 더 많이 지불하기를 제안했다며 협상의 다음 단계에서 한국도 더 기꺼이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문 대통령은 보호하고 싶어하며 커다란 존경심을 갖고 있다는 점도 전했다고 볼턴은 전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에 투자하고 있다고 답하면서 기지 비용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치가 너무 높다고 받아쳤다고 회고록에 기록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미국이 기지 부지를 임차할 수 있는지, 또는 무료로 할 수 있는지 물어봤으나 문 대통령은 이에 답하지 않았으며 대신 한국이 국내총생산(GDP)의 2.4%를 국방 예산으로 쓰고 있다는 말로 피해갔다고 볼턴은 주장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에 대한 방위비 불만을 터뜨렸다. 잠시 다른 주제로 대화를 나누던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방위비 이야기로 돌아와 ‘미국은 한국을 지켜주는 대가로 5조 달러를 썼다. 왜냐하면 둘은 가장 터프한 협상가들이었기 때문’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볼턴은 작년 7월 방위비 협상차 한국과 일본을 방문했던 것과 관련 “얼마나 많은 액수가 자신을 만족시킬지 아는 사람은 오직 트럼프뿐이었다. 그래서 진짜 수치가 얼마나 될지 추측하려고 하는 것은 소용이 없었다”며 “트럼프 자신도 아직 몰랐다. 그러나 한·일에 그들이 진짜 문제가 있다는 점을 경고해 대응 방안을 생각해볼 기회를 준 것”이라고 회고록에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관의 판문점 회동이 있었던 지난해 6월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기지 비용 문제를 꺼내기도 했다고 볼턴은 전했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사랑하지만, 미국이 매년 무역 분야에서 한국에 200억 달러씩 잃었다”며 “이 때문에 어떤 이들은 한국에 관세를 부과하라고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관계 때문에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에게 연간 50억 달러 내지 55억 달러의 기지 비용을 산출해 공정한 분담을 위해 한국과 협력하라는 지시를 하기도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제 우리는 미국을 위해 보다 공평하고 공정한 무언가를 찾아내야 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한국을 북한으로부터 지켜주는데 연간 40억 달러를 잃었기 때문”이라며 “북한은 핵무기로 공격하고 있었고 미국이 한반도에 없다면 심각한 결과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방위비 협상과 관련 폼페이오 장관 또는 볼턴 전 보좌관과 협상할 사람을 임명할 것을 요청했다고 볼턴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미국은 한국을 지키기 위한 부지에 대한 부동산세를 부담해선 안 된다”면서 “상황이 평화롭게 되면 아마도 우리는 떠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회고록에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이 한국에 주둔한 지 70년이 지났고 이제 자신이 김정은을 만나 한국을 구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식으로 말하자 문 대통령은 미국의 지원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한국이 지원을 받기만 한 게 아니라 베트남전, 아프가니스탄전 등에 군대를 보냈다며 반박했다고 볼턴은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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