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곽 노보 오가르요보 집무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 외곽 노보 오가르요보 집무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신의 집권 연장을 허용하는 개헌안 통과를 전제로 2024년 대선 재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푸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국영TV 방송 '로시야1'과의 인터뷰에서 재출마 가능성에 대해 "아직 스스로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았다"면서도 "헌법이 개정되면 출마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고 보자, 좀 더 있으면 더 분명해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푸틴은 자신의 5기 출마를 가능케 할 헌법 개정에 대해 "아주 솔직히 말하면, 내 경험상, 만일 이 일이(헌법 개정이) 없으면 2년쯤 뒤에는 여러 수준의 권력 기관에서 정상적이고 규칙적인 업무를 하는 대신 잠재 후계자를 찾으려고 여기저기로 눈을 돌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은 일을 해야지, 후계자를 찾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헌법 개정을 통해 자신의 차기 출마 가능성이 계속 유지되지 않으면 정부 내에서 후계자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국정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었다.

굳이 헌법 개정을 통해 5기 출마 가능성을 열어 놓는 이유가 국정 공백 방지와 안정적 권력 승계를 위한 것이란 해명이기도 했다.

푸틴은 "현행 헌법은 의회 건물에 대포가 발사되고, 모스크바에서 (정치 세력 간에) 희생자를 동반한 무력충돌이 벌어지던 아주 첨예한 정치 위기 상황에서 채택된 것"이라면서 개헌은 절대적으로 옳은 결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현행 헌법이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가 극심한 정치 혼란에 빠져 있던 1993년 채택된 것인 만큼 정치·경제 상황이 상당히 안정된 지금은 개정할 때가 됐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됐던 개헌 국민투표를 다음 달 1일 실시한다.

당초 지난 4월 22일로 예정됐던 국민투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됐었다.

하지만 중앙선관위는 한 날에 유권자들이 한꺼번에 투표장에 몰릴 경우 전염병 전파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이유로 이달 25일부터 미리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월 중순 연례 국정연설에서 전격적으로 개헌을 제안한 바 있다.

대통령과 의회, 사법부, 지방정부 간 권력 분점을 골자로 한 개헌안에는 오는 2024년 4기 임기를 마치는 푸틴 대통령이 5기 집권을 위한 대선에 다시 출마할 수 있도록 그의 기존 임기를 '백지화'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기존 임기가 백지화되지 않으면 역시 개헌안에 포함된 '동일 인물의 두 차례 넘는 대통령직 수행 금지' 규정 때문에 푸틴의 2024년 대선 도전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국민투표에서 예상대로 개헌안이 통과되면 푸틴 대통령은 원칙적으로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6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두 차례 더 역임할 수 있다.

(모스크바·이스탄불=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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