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詩] 모란 오일장에서 - 박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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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 오일장에서

박이도(1938 ~  )

오랜만에 보신탕 먹기로 한 날, 글시 가는 날이 장날이네
들어가 앉을 자리가 없어 밖에서 기다리는 막간에

―선생님 무더위에 잘 지내셨는가요.
―잘 지내긴 뭘, 별의별 생각에 날밤만 새우군 했지
―그러셨구만요, 지도 쪼깨 불편했시우. 시상 돌아가는 게 하도 개판이라
―쉿! 개판이라니, 말조심해요 여기가 견공(犬公)들의 성지(聖地)인데

 

[시평]

이제 무더운 여름날들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보신탕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두 번 보신탕을 먹지 않으면, 무슨 헛헛함으로 못 견뎌 한다. 옛날에는 양반들은 민어(民魚)로 한여름에 보신을 했다고 하고, 서민들이 개고기로 보신을 했다고 한다. 요즈막은 개나 닭으로 땀을 많이 흘려 빠져나간 기(氣)를, 그래서 허약해진 몸을 보충하는, 보신이 일반이다.

성남 모란장은 서울 인근에서 이름이 난 오일장이다. 특히 노점에는 먹을거리가 푸짐하게 널려있고, 보신을 위한 개고기를 파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여름이면 개들이 죽어나는 보신탕집들이 성업을 하고, 보신을 위해 그 개를 먹으려는 사람들이 즐비하게 줄을 서 있는 모습 또한 장관이다.

만원으로 꽉 찬 보신탕집의 자리가 날 때를 기다리며 별 할 이야기가 없으니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들을 한다. 코로나19도 아득하고, 경제도 어렵고, 정치는 더 어려워지고만 있으니, 참으로 개판이라는 소리가 저절로 입에서 나온다. 개판에 서서 개판들의 보신탕을 기다리며. 개판 같은 세상을 이야기하다 보니, 왠지 개판 같은 세상에 보신용으로 목숨을 다한 견공들에게 괜스레 미안하기만 하다. 여름이 덥기는 더운 모양이다. 헛소리들이 실실 저도 모르게 입에서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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