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맹기 서강대 언론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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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사법, 행정이 한 정파성에 의해 독점한다. 청와대를 견제하는 곳이 없다. 남은 것은 제 4부로서 언론이 존재한다. 지금까지 9번의 헌법 개정을 하면서 개정되지 않은 두 가지 원칙이 있다. 그 하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즉 자유민주주의 절차적 정당성이고, 다른 하나는 언론의 자유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87년 6.29를 선언 하면서 ‘정부는 언론을 장악할 수도 없고, 장악하려고 시도해도 안 된다”라고 했다. 6공화국은 이렇게 해서 시작됐다. 그러나 6공화국의 끝판의 지금, 언론 자유가 만개하고 있는지 되물어볼 필요가 있다. ‘민주화’를 입에 달고 다니는 인사들이 언론자유를 허용할지 걱정이 된다.

1791년 美연방수정헌법 1조 “의회는 종교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어떤 법도 만들지 말라”라고 했다. 연방헌법이 만들어지고, 그 수정을 하면서 화룡점정(畵龍點睛) 정신으로 수정헌법 1조를 제정했다. 229년이 지난 지금도 의회는 그 조항을 가능한 어길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

그 정신의 내막을 살펴보면서 입법, 사법, 행정이 한 패거리(faction)로 움직일 때, 제4부로 정치권의 밖에서 존재하면서, ‘견제와 균형’을 취하도록 했다. 그게 ‘민주공화주의’ 헌법의 핵심이다. 그러니 수정 헌법 1조가 된 것이다.

지금 국내 언론은 노태우 6.29 정신, 연방수정헌법의 정신을 갖고 있을까? 2019년 경기방송 김예령 기자는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현실 경제가 굉장히 얼어붙어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께서 현 기조에 대해서 그 기조를 바꾸시지 않고 변화를 갖지 않으려는 그런 이유에 대해서도 알고 싶다. 그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좀 단도직입 적으로 여쭙겠다”라고 따졌다.

그 돌직구 발언 이후 경기방송은 재송신에 걸려 방송 폐업의 위기에 몰렸다. ‘대깨문’ 정치, 홍위병 정치가 오죽 극성이어야지…. 연일 경기방송을 성토하더니, 70일 만에 회사 문을 닫았다. 이 정부 들어서면서 언론인 기(氣) 빼는데 이골이 났다.

기자협회보 김고은 기자는 6월 10일 “경기방송(주파수 FM 99.9 MHz)은 지난 3월 20일부로 방송을 중단하고 5월 7일 모든 직원을 정리해고 했다. 이후에도 경기방송지부 조합원 20여명은 노조 사무실로 출근하며 ‘새로운 999’ 유튜브 채널을 통해 무임금으로 방송을 이어가고 있으며, 새롭게 경기방송 추진 소식 등 근황도 전하고 있다”라고 했다.

경기방송을 ‘경기도판 교통방송(TBS)’을 만든다고 한다. 김어준 교통방송이 최근 정치방송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정치방송인지, 교통방송인지 분간할 수 없는 공영방송 또 하나 만들겠다고 한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노영방송(勞營放送)’이 일상화돼, 정치권력과 미디어 간의 공생이 심하다. 미디어 독립과 언론의 자유는 물 건너간 것이다. 패거리 이념과 코드가 주종을 이루는 미디어 문화로 변질됐다.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는 6월 10일 21대 국회 미디어 현안을 소개하면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공정성 확보 현안에 대해선 ‘지배구조 관련 논의는 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방송사의 이사 및 임원의 구성과 선임이 정치로부터 독립되고 투명하며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이사의 수와 국회 추천 등 임명 절차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원론적 논의를 소개했으며 ‘방송 독립은 가장 논의가 많이 되는 주제이면서 가장 해결되기 어려운 주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라고 한다.

국회 힘자랑이 벌써 시작된다. 미디어는 이념과 코드의 격전장이 될 것이 뻔하다. 거대 여당이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 6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하고 모든 것을 밀어붙일 태세이다. 21대 국회가 처음 들고 나오는 것이, 가짜뉴스 뉴스 규제에 관한 것이다. 그 외에도 ▲인터넷 역외규제 ▲포털 규제▲인터넷 불법·유해정보 규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공정성 확보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대응(팩트체크와 미디어리터러시) 등 수 없이 많다. 언론의 자유는 뿌리까지 뽑힐 심산이다.

미디어오늘 정철웅 기자는 6월 10일 “입법조사처는 우선 ‘가짜뉴스’ 규제를 두고 ‘법적 처벌 강화 입법은 표현의 자유 및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 가짜뉴스 입법 시 가짜뉴스의 법적 정의를 명확히 해야 하며, 규제의 목적이 정당하다고 해도 규제의 수단은 국민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범주 내에서 검토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고 했다.

공룡 국회의 입법조사처까지 우려를 하고 나섰다. 입법조사처는 가짜뉴스가 자칫 ‘징벌적 손해배상제’로 갈 것을 우려한다.

국회만 언론의 자유를 유린할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다. 경기방송 같은 곳이 즐비하다. 코로나19 이후 언론사 재정이 말이 아니다. 기자협회보 최승영 기자는 6월 10일〈명퇴·휴직·감봉·감면… ‘코로나 5개월’ 고통 겪는 지역기자들〉이라고 했다. 기자가 기(氣)를 빼앗긴 상태에서 재정이 궁핍하면 악당 패거리(guilt association)에 동참하게 된다. 설령 재정이 건전해도 수습기자부터 민노총에 관여함으로써 공개적으로 패거리 언론에 동조하고 있다.

재정이 열악한 틈을 이용, 언론진흥제단은 통제의 고삐를 놓치지 않다. 돈 몇 푼에 기자들 명줄을 잡는다. 지난해 광고수주 현황을 보면 조선 70억 6600만원, 한겨레 56억 3700만원, JTBC가 101억 9000만원, TV 조선 49억원 등이다. 이들 기관은 말 잘 듣는 곳에 광고를 많이 주는 관행이다.

반골 최석채 선생은 1955년 9월 〈학도로 도구로 이용하지 말라〉 1960년 3월 17일 3.15 부정선거 당시 〈호헌 구국 운동 이외의 다른 방도는 없다〉라고 4.19에 불을 지폈다. 기가 빠진 지금 언론이 이런 ‘반골’ 논리를 펼 수 있을까? 벌써 4.15 부정선거로 국제선거감시단 파견이 예상되고 있는 현실에서 말이다. 필자는 언론의 감시기능으로 이런 국난을 극복할 수 있을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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