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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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7일 미국의 전 백악관 국가 안보 보좌관 회고록 일부가 공개됐다. 북한 핵문제 해결은 카다피 리비아 원수를 미국이 폭격으로 제거해서 일단락시킨 일명 ‘리비아 모델’이 줄곧 타당하다. 이와 같은 주장을 했던 인물로 한국에 잘 알려져 있다. 미국의 영원한 공화당맨이다. 유엔대사도 역임했다. 강경 보수주의자이다. 이미 정계를 떠난 그의 회고록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세계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 트럼프와 백악관에서 같이 근무했기 때문이다. 좋은 감정만을 가지고 떠나지 않았기에 세간의 관심을 더 받는 것이다. 2019년 6월 G20 정상회담에서 트럼프가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개인적으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경제력이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준다. 반드시 승리할 수 있게 해 달라. 농업 주표를 위해 농산물 구매를 늘려 달라”고 간청을 했다고 해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중부의 러스트 벨트를 비롯한 백인들의 표와, 대두를 주로 생산해서 수출하는 농업인들의 지지가 트럼프 당선에 크게 기여했다. 선거의 승리를 위해서는 어떠한 조치도 마다하지 않는 트럼프다. 당연히 트럼프라면 그런류의 말을 체신도 아랑곳하지 않고 할 수 있다고 볼 개연성이 높기에 파장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미 언론과 의회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발끈하고 있다. 트럼프에게 대통령 자격이 없고, 미합중국 대통령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가 하면서 연일 비판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에 독설을 마다하지 않는 트럼프의 이중성과 위선으로 비쳐지는 것이다.

또 다른 시각에서 보면 미국과 중국의 정치 경제적 상호의존성(interdependency, 相互依存性)이 얼마나 큰지를 대변해 준다. 특히 경제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미국의 작년 이후 최대의 무역 교역량 1위는 멕시코다. 2위는 캐나다였다. 그런데 멕시코와 캐나다는 국경을 맞대고 있어 수월하게 상호교역을 할 수 있었다. 오히려 코로나19 이후 국경 봉쇄와 거리 두기로 사실상 교역이 중단되다시피 했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실업률은 사상 최고로 올라가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이 위기를 그나마 만회하고 있는 국가가 중국이다. 최근 발표된 4월의 중국과 교역통계를 보자. 3월까지 하락했던 교역량을 43%증가시킨 397달러를 기록했다. 그나마 트럼프의 체면을 살려 준 것이 현실이다. 실제 경제에서는 중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다. 코로나19는 미국 경제를 심각하게 하고 있다. 한마디로 발등에 불이 붙었다. 실업률은 13~14%이고, 금년 –6.5% 역 성장률이 예상된다. 침체된 세계 교역의 암울한 터널을 빠져나올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서로 으르렁대고 있는 중국이 그나마 절망 속에 행운의 여신과 같은 존재이니, 이 역설이 웬 말인가.

마침 11월 3일은 대선이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가 덮치고 실업률이 최고점이다. 최근 100년간 미국역사상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은 3명뿐이다. 경제가 무너지고 실업률이 높았을 때, 다 재선에 실패한 것이다. 오히려 전쟁 중일 때는 재선에 성공했다. 역설적으로 계륵과도 같은 중국에 호소해 재선에 필요하다면 경제지수분식까지 해서라도 승리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트럼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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